[쿨한나의 뉴스레터 vol.2] 결국은 본질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쿨한나입니다.
찬 바람이 불고 수능 성적표가 나오면, 뉴스에서는 어김없이 만점자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옵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말을 쏟아냅니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어요."
"스마트폰은 멀리하고 잠은 충분히 잤습니다."
솔직히 예전에는 이런 인터뷰를 보면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에이, 다들 학원 다녔으면서 겸손한 척하네." 혹은 "원래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라 가능한 이야기지." 하고 넘겨버리곤 했죠.
저 뻔한 대답 뒤에는 뭔가 특별한 비법, 대치동의 은밀한 정보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아이를 키우며 '집공부'를 시켜보고, 수많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 뻔한 말이, 진짜 정답이었습니다.
화려한 스킬이나 고액 과외가 아니라, 정말로 '본질'을 지킨 아이들이 끝까지 간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본질'이란 거창한 게 아닙니다.
- 체계적인 독서: 텍스트를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의 그릇을 넓히는 힘.
- 부모와의 관계: 힘들 때 돌아와 쉴 수 있는 안전기지.
- 안정적인 생활 습관: 일정한 기상 시간과 스스로 책상에 앉는 루틴.
- 단단한 정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 근육.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나요? 네, 맞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네 가지가 바로 아이를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뿌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쉬운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정답을 뻔히 아는데, 왜 우리는 매일 흔들리고 불안해하며 '다른 방법'을 찾아 헤맬까요?
머리로는 "독서가 중요해", "화내지 말아야지", "스마트폰 그만 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천은 늘 작심삼일이 됩니다.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가장 무섭고도 확실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입이 아니라,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어른인 우리는 살면서 쓴맛 단맛을 다 보고, 실패를 통해 배우며 스스로를 변화시킵니다.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으면 운동을 시작하고, 필요하면 공부를 하기도 하죠.
우리는 경험을 통해 수정되고 단단해진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기준은 오직 하나, 바로 '부모'입니다.
내가 아무리 입으로 "책 좀 읽어라"라고 잔소리해도, 내가 소파에 누워 숏폼 영상을 보고 있다면 아이에게 독서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됩니다. 내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내면서 아이에게 "침착해라"라고 말하는 것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일 뿐입니다.
결국 본질 육아가 어려운 이유는, 아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나'를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굳어버린 나의 습관, 나의 게으름, 나의 불안을 깎아내고 다듬어야 아이가 바뀝니다. 그래서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 부모가 다시 태어나는 수행의 과정인 것 같습니다.
저라고 다를까요? 저 역시 매일이 수행이고, 매일이 찔림의 연속입니다.
얼마 전, 아이와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봤습니다.
"혜린아, 너는 엄마의 어떤 점이 단점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고쳤으면 하는 거 있어?"
내심 기대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완벽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음... 가끔 잔소리하는 거?' 정도의 귀여운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웬걸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의 입에서 폭포수처럼 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엄마는 일단 잔소리가 너무 많아. 그리고 내 말을 끝까지 안 들어. 뚝 끊고 엄마 말만 해. 나는 이제 다 컸는데 엄마는 아직도 나를 너무 어리다고만 생각해. 그리고 했던 말 또 하고,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 또 있어. 화낼 땐 너무 무서워. 그리고 칭찬은 잘 안 해주면서 맨날 안 된다고만 해..."
줄줄줄... 숨도 안 쉬고 말하더군요.
처음엔 "어? 어..." 하다가 나중엔 헛웃음이 터졌습니다.
"알았어! 거기까지! 그중에서 엄마가 하나씩 고쳐볼게. 천천히 하자!"
황급히 아이의 입을 막으며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뜨끔했습니다.
아이의 말속에 제가 평소에 감추고 싶었던, 혹은 애써 모른 척하고 싶었던 저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말을 안 듣는다'는 아이의 말은, 제가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제 뜻대로만 하려 했다는 증거였고, '화낼 때 무섭다'는 말은 제가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아이의 그 솔직한 '팩트 폭격'을 들으며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 아이에게 본질을 강조하기 전에, 나부터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수능 만점자들이 말하는 '기본에 충실했다'는 말. 그것은 어쩌면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였을지도 모릅니다.
매일 책을 펴는 부모의 뒷모습,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아이를 믿어주는 눈빛, 규칙적인 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성실함. 그 공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기에 자연스럽게 그 본질을 흡수했을 것입니다.
나를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40년 넘게 만들어진 나를 뜯어고치는 게 오죽 힘들까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기꺼이 그 어려운 길을 가야 합니다.
오늘 하루, 거창한 계획 대신 딱 하나만 생각해보려 합니다.
'내 아이가 닮았으면 하는 모습, 오늘 내가 먼저 보여주자.'
책 읽는 시늉이라도 해보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심호흡 한 번 더 하고, 스마트폰 대신 아이의 눈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칭찬에 인색했던 입을 열어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것.
그 작은 '본질'의 조각들이 모여 우리 아이를 단단하게 만들 거라 믿습니다.
아이에게 쏟아지는 잔소리 대신, 오늘은 저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해봅니다.
"쿨한나야, 너나 잘하자!"
여러분은 오늘 아이에게 어떤 뒷모습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감사합니다. 쿨한나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