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34번째 책편지(2026. 3. 19.(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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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엔 그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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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뾰족한 가지에 동그란 꽃봉오리가 맺히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는 노래가 있다. 봄에 꽃피듯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매해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 곡이 올라오는 걸 보니, 불가항력의 반응은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벚꽃 아래에서 울고 웃었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귓가에 가사가 흐르면 봄에 내리는 눈, 그 속에 있는 저마다의 기억도 함께 흩날린다. 노래에는 그런 힘이 있다.

  내게는 시절을 상징하는 노래가 여러 곡 있다. 평소에는 까맣게 잊고 지내지만, 한 소절만 닿아도 그 노래를 들었던 때가 마치 오늘처럼 살아난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만화 OST는 학교를 마치고 만화를 보려고 집에 뛰어가던 설렘을, 자습 시간에 친구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들었던 가요는 푹푹 찌던 여름 교실의 공기를 불러온다. 시절 노래는 내 마음 한구석에 각인되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노래는 이렇게 사적인 기억을 소환하는가 하면, 한 세대를 설명하기도 한다. K-POP이 탄생하기 전 1970~80년대 가요는 통기타와 발라드로 청춘의 목소리를, 1960년대 가요는 산업화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한 이들의 향수를, 1950년대 가요는 전쟁 이후의 상실과 아픔을 대변한다. 굵직한 역사의 흐름을 타고 그 속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정서가 노랫말에 유유히 떠다닌다.

  그때의 마음을 음률에 싣는 건 까마득한 과거도 마찬가지. 교과서에서 짐짓 근엄한 자태를 뽐내는 고전시가도 힘을 빼고 보면 오늘의 가요와 다를 게 없다. 노래를 빌려 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구슬픈 곡조로 연인과 이별한 슬픔을 달랜다. 꽃이 필 무렵, 조선시대 맹사성은 <강호사시가-춘사>로 봄의 정취를 노래하고, 나는 <벚꽃엔딩>을 부르는 거다. 그러니까 언제고 그 시절엔 그 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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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인문학: 시

윤지선 지음, 임기환 감수 | 상상스퀘어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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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는 시대의 목소리다. 같은 노랫말이라도 만들어진 사회적 배경을 알면 그 의미가 더 깊고 풍성해진다.

 

  이 책은 고조선에서 일제강점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시 30선을 소개한다. 이제는 글로만 읽을 수 있는 시이지만, 사실 책에 실린 작품의 절반 이상은 원래 노래였다. 오늘날 음원차트 TOP 100 가요라고 생각하면 어려운 한자, 뜻 모를 시구도 한결 친근해진다. 시와 노래는 닮아 있으니, 시는 노래 부르듯 노래는 시를 읊듯 음미해 보자.

 

  저자는 시의 해석뿐만 아니라 시대 배경도 함께 담았다. 시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줄기가 보이고,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보인다. 시대의 언어는 다르나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같다. 나라를 잃으면 슬프고, 정인과 헤어지면 애달프고, 선택 앞에 늘 위태롭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선시대 선비의 이야기가 어느덧 내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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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싱어송라이터

이미경 지음 | 북극곰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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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읽었다면 이제는 개인에게 집중할 때다. 그 시절을 시인의 마음으로 여과한 게 노래이니 말이다. 기어코 썼고, 불렀고, 끝내 남은 노래는 지은이가 보낸 편지가 우리에게 닿은 것일 테다.

  저자는 시대를 관통하여 공통된 정서를 가진 고전 시가와 현대 가요를 연결했다. 사랑하는 이에게 띄우는 마음을 홍랑의 <묏버들 가려 꺾어>와 아이유의 <밤편지>로, 관습을 거스르는 여인의 당당함을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을>과 이효리의 <미스코리아>로 엮었다. 역사의 여백에 상상을 더하고, 먼 과거를 어제 일처럼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에 노래 속 장면이 살아 움직인다.

  지금 청소년에겐 이 책에 실린 현대 가요도 옛 가요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땐 내가 즐겨 듣는 노래로 구슬을 하나 더 꿰어보자. 그 노래를 들었던 시절과 가사에 공명했던 감정을 떠올리면 옛 노래를 부르고 들었던 이들과 시공간을 넘어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두 책에 겹치는 시들도 있다. 먼저 《우리 집 인문학: 시》를 통해 시대를 익히고, 《조선의 싱어송라이터》를 통해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화음을 쌓듯 시의 울림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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