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독자님의 고민에 대한 답장
밑줄일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002.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오늘 편지는 독자님에게 드리는 저의 답장입니다. 좀 깁니다.
   "평범한 스물일곱 직장인입니다. 첫 회사에 들어온지 이제 세 달이지만, 퇴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퇴사하고 싶어요. 170 정도의 월급을 받고나면 제가 170짜리 인간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어요.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쉰 적도 없고, 자격증도 따고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하고 싶은 건 없고, 돈은 못 벌고 스스로가 비참합니다.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이렇게 된 걸까요? 스물 일곱이란 나이가 많진 않지만 또 어리지는 않은 거 같고. 이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무언가를 시작해도 될까요?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할까요? 이 또한 지나간다, 돌아보면 추억이라 하지만 이 순간이 영원할 거 같고 답답하고 정말 힘드네요."
  독자님이 이 사연을 보내주신 건 8월 말이었습니다. 이 사연에 가장 먼저 답장 드려야겠다 생각하면서 열흘 남짓 고민해보았습니다. 퇴사하라 해야 하나? 퇴사하지 말라 해야 하나? 비슷한 사연들에도 제가 그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는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스물일곱의 저라면 이렇게 하길 바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답장을 써 볼게요.

  돌이켜보면 스물일곱은 어리지 않지만 많은 나이도 아니었습니다. 사회에서 충분히 밥벌이를 하고 살아갈 나이가 맞지만, 원하는 업무를 찾아 도전할 수 있기도 합니다. 저는 스물넷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커리어 전환을 두 번 시도했습니다. 기획자로서 일을 시작한 것은 스물여덟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좀 더 빠르게 기획자 커리어를 시작할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170만 원이라는 돈은 큰 돈이 아니죠. 하지만 그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기엔 독자님의 나이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우선 세 가지 질문을 해볼 것 같습니다. 하나, 이 산업과 직무에서 배울 만한 점이 있는가? 둘,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셋, 난 커리어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우선 종사하시는 산업이 내게 잘 맞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인가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혹시 초년생, 혹은 인턴 구간이 지나면 이직, 커리어 전환을 통해 연봉이 급상승하는 구간이 있는 분야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가급적 빨리 하고싶은 직무와 산업을 찾아 그 일로 전직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습니다. 직무가 맞지 않다면 빠르게 직무를 전환하는 게 답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직무를 나는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 직무로 가기 위해, 혹은 이직을 통해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우고 계발해야 할까요? 나는 거기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면 이를 찾기 위한 생각 정리를 하고, 직무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부업을 통해 돈을 좀 더 벌겠다고 결정한다면, 이를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직장과 부업을 병행하며 성과를 키우겠습니다.

  일단 향후 거취와 별개로 현재의 상황이라도 직장 생활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조직에 적응하고 일해보는 협업 경험. 예컨대 나중에 프리랜서로 일하더라도 이메일을 잘 쓰는 법, 누군가와 업무를 조율하는 법은 가리지 않고 두루 쓰일 겁니다.

   업무강도가 심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일을 쉬면서 찾아보는 건 권하고 싶지 않아요. 일을 그만둔 상태에서 이직을 준비하면 마음이 불안해져서 악수를 두기 쉽기 때문에, 일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다음 스텝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다만 심신 건강이 약해지신 거라면, 그땐 일을 그만두는게 맞겠죠.

  편지를 쓰기 전 열심히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퇴사하건, 퇴사하지 않건 결론이 "노력하라"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현 상황에서 사회 초년생들이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건 사실이라 생각하지만, 어떤 방향으로도 움직여야 상황이 바뀔거라 생각해, 제 결론도 이렇게 났습니다.

  이번주 밑줄은 독자님이 노력할 방향을 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을 골라보았어요. 이전 문장줍기 때처럼 문장이 많아졌네요. 각각 회사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내 일에 대한 타진을 해보는 법, 계속 성취하도록 노력해 보자는 내용,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내용이이요. 그리고 유튜브 채널 두 개도 추천할게요. 직장인으로서 자기계발과 재테크를 꾸준히 해나간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시골쥐의 도시생활과, 전 인사팀장으로서 직장생활에 대해 조언해주는 유튜브인 퇴사한 이형입니다.

   아마 우리는 앞으로 뭐 해먹고 살지, 라는 고민을 평생 할 겁니다. 서른셋, 사회에 나온지 9년 차가 된 지금 저도 고민이 많거든요. 나이가 지나면 다 나아진다 말씀드리고 싶은데 저 또한 그렇지 않아요. 저도 최근 한 달동안 일 생각이 괴로워서 일부러 생각을 죽이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내가 원하는 걸 원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내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독자님의 사연에서 괴로움이 묻어나고 있어서 이 지난한 과정을 헤쳐나갈 기운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싫어도 좋아도 이 길을 함께 가야 할 스스로 나에게 친절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마지막 문장은 그런 맘으로 덧붙여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에게 친절해지려면 내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단단한 믿음이 필요하고, 작더라도 내가 성취해온 것들이 이를 뒷받침해줄 거라 생각해요. 몇년 뒤, 이 여정을 돌아보면 그땐 독자님만의 발자취가 남아있길 바라봅니다.

-9월 11일,
뭐 해먹고 살지란 질문이 여전히 어려운
소얀 드림

  PS. 혹시 다른 분들도 독자님께 전해주실 조언이 있으실까요? 다음 호 끝에 함께 소개해보도록 할게요.
이번주의 밑줄
첫 번째 문장
하면 안 되는 것들을 우리가 사회에서 말해주지 않는 이상 배울 수가 없다는 말이에요.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회사에요.
(...)그 포지션 내에서 내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나의 앞단과 뒷단에서 어떤 프로세스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시면 그게 다 내 사업할 때 도움이 된다. 
두 번째 문장
(커리어 초입에서)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내가 이 일을 오래도록 좋아할수 있을 것인가, 내가 여기서 배우고 성장할 것인가, 그 두가지에요.(...) 직장 초년생의 경우 자신의 업무 성격 외에서 싫은 점을 피하기 위해 전직을 하는 것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합니다. (..) 싫은 조건을 수동적으로 피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세 번째 문장
성취의 경험을 박탈당해 어차피 안 될거야,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사는 것과 작은 것이라도 성취한 경험을 바탕으로 난 전에도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삶에 있어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네 번째 문장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라는 말은 쉽게 수긍할 수 있다. (...) 하지만 할 수 있는게 없어요, 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잘 잊는다
다섯 번째 문장

제로섬 상대평가의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못다 쓴 한마디
-백일동안 나를 행복하게 했던 순간에 대한 사진과, 이에 맞는 글을 남기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날씨가 눈부셔서인지, 아직까진 쉽게 진행하고 있네요. 블로그에도 같이 아카이브해두고 있으니 구경와보세요.
-격주에 한 번씩은 한 분의 사연에 대해 온전히 다뤄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전에 문장술사를 진행했던 것처럼 말이죠. 사연의 갯수가 많아지면 답장이 늦어질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명조체가 주는 감성이 좋았는데 가독성이 좋지 않은 예외 상황이 있는것 같아 고딕체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오늘의 밑줄일기는 어땠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소감도 좋고, 받고싶은 편지 주제가 있다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