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Arancini 19년 9월 10일, 시칠리아 카타니아에서 이탈리아어는 대충 알아들을 것 같다가도 모르겠다. 카타니아에는 그 흔한 중앙차선도 없다. 신호등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러나 서울이나 파리에서처럼 고함 지르는 사람도 없다. 다들 눈치껏 두리번거리다 길을 건너고 차들은 고 앞에 정확히 멈춰서서 손짓과 미소로 보행자에게 길을 양보한다. 무질서 속 질서이다. Arancini, 아란치니 이제는 한국에서도 꽤 익숙한 이름일 것 같은데, 그래도 설명을 해보자면 아란치니는 빵가루를 겉에 묻혀서 튀기거나 한 구운 주먹밥과 비슷한 이탈리아 음식으로, 이탈리아 반도 남쪽의 섬이자 레조네인 시칠리아 지역의 요리이다. 가장 기본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라구나 토마토소스에 버무린 밥에 모짜렐라와 완두콩을 함께 넣고 튀긴 것. 쉽게 말해 토마토소스 리조또를 주먹밥처럼 뭉쳐 빵가루 입혀 튀겨내었다고 보면 된다. 보통 작은 동그라미 형태로 빚는데, 그래서인지 '아란치니(Arancini)'라는 이름도 오렌지를 뜻하는 '아란차(Arancia)'라는 이탈리아 단어에서 왔다고 한다. 가만히 두고 보면 모양도 모양이지만, 골고루 튀겨져 노르스름한 빛깔 하며, 빵가루 곱게 입혀진 표면이 정말 오렌지를 많이 닮아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집집마다 만두 빚는 모양 다르고, 속에 넣는 재료 다르듯, 아란치니에도 실로 다양한 재료를 넣고 다양한 모양으로 빚어 완성할 수 있다. 동그란 구 형태도 있고, 위가 살짝 솟은 빗방울 모양의 것도 있다. 초기의 아란치니는 리코타 치즈, 설탕, 우유 등을 넣은 굉장히 단 음식이었다고 하니 정말 고깃집에서 후식 볶음밥 볶듯 아무거나 넣을 수 있는 셈이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피스타치오나 시금치를 넣은 아란치니. 가지나 버섯을 넣은 것도 맛있다. (이쯤 되면 맛없는 게 없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아란치니의 기원 시칠리아 시칠리아에서 일주일 정도를 보낸 적이 있다. 가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품고 간 곳이었다. 사실 그맘때 쯤의 난, 파리를 떠날 수만 있다면 항상 신이 날 준비가 되어 있기도 했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최대의 섬으로, 지중해와 이오니아해, 티레니아해에 둘러싸여 유럽 최고의 활화산인 에트나산을 중심으로 짙은 녹음과 산악이 펼쳐진 곳이다. 나는 로마에서 카타니아 공항으로 가 팔레르모, 타오르미나, 체팔루 등의 도시를 여행했다. 이곳은 이탈리아 본토와는 정말 다른 느낌을 준다. 그대로 굳어버린 느낌. 굉장히 이국적이면서 낯선 느낌을 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재료가 이 땅에서 난다고 말할 정도로 시칠리아는 풍부한 식재료로 유명하다. 풍부한 식재료에 더불어 아랍과 스페인풍의 요리법이 더해진 시칠리아의 음식은 정말 맛있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손맛 좋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탈리아 본토보다 저렴한 가격도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만들어준다. 실제로 스테이크 덩이가 통째로 올라간 엄청난 사이즈의 2인용(그들에게는 1인용) 피자가 10유로도 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심지어 식당 분위기도 굉장히 세련되고 멋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메일을 연 토막글에 쓴 것처럼 시칠리아는 내게 '무질서 속 질서'이다. 다양한 문화가 섞여서인지 섬 지역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좀처럼 그 무엇도 예상할 수 없다. 사람들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고 섬의 가장 큰 도시에서도 도시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교통 표지판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그곳. 특히 카타니아의 화산재가 덮여 회색빛을 띄는 건물 외벽과 특유의 전통 바로크 건물 양식(이래 봬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다.)은 침침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그래도 어찌어찌 동네는 알아서 잘 돌아간다. 네가 뭔데 우리 걱정을 사서 하냐고 말하는 듯이. 무질서에도 질서가 있는 건지, 무질서도 질서인 건지. 아무튼, 마냥 좋아하기에는 살짝 까다로운 동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칠리아를 추억하는 이유는 그 촌스러운 느낌이 동유럽의 그것과도, 심지어 옆 동네 몰타의 그것과도 또 달라서 아주 독특한 잔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Pasticceria Savia Via Etnea, Via Umberto I, 95131 Catania CT 카타니아의 이 가게를 무조건적으로 추천한다. 100년도 더 되었다는 이 가게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굉장히 좋아하는 가게로 낮이고 밤이고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회전율도 빠르니 가게 밖의 줄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벨리니 공원의 맞은편에 있어 테이크 아웃을 해서 공원으로 먹으러 가도 괜찮다. 여름엔 모기를 조심해야 하기는 하지만. 가게 앞 테라스에도 자리가 많으니 그곳에서 먹어도 된다. 나는 숙소로 포장해와서 침대 위에서 먹기도 했다. 본래 빵집인지라 아란치니 외에도 여러 디저트를 판매하니 하나씩 맛보기 좋다. 커피나 탄산음료는 물론,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이탈리아 젤라또도 판매한다. 나와 친구는 카타니아에 있으면서 두 번 정도 사비아에서 저녁을 해결할 정도로 이곳의 음식을 좋아했다. 카타니아 찐 맛집은 이곳이라며 아란치니로 건배(?)를 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 ![]() 참고한 문헌
안녕하세요. 첫 이메일로 인사 드려요. 글을 보내는 개인적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게 도대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별 이유도 목적도 없고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하는 글 보내기에요. 주제도, 컨셉도 5월 4일 00시 30분 경에 무작위로 떠올랐어요. 작가도, 유명인도 아닌 주제에 덜컥 시작해버렸네요! 얼마나 자주 보내드릴 수 있을까요, 지금 예상컨대 한 달에 2 번 정도? 공교롭게도, 이 프로젝트의 도화선이 된 '아란치니'가 알파벳 A로 시작하기에 다음 주제는 B로 시작하는 무언가를 다뤄볼까 해요. 이 프로젝트의 이름도 아직 제대로 정하지 못했어요. 좋은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귀띔해 주세요. 읽어 보신 후의 소감도 말씀해 주세요. 평소 제게 궁금하신 점도 환영입니다. 제 메일로 회신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안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둥글게 부탁드릴게요. 저도 제가 얼마나 연약해질 수 있는지를 아직 몰라서요.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