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원전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형 원전은 지을 수 없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아픔이 크니까요. 결국 기존에 가동을 멈췄던 대형 원전을 재가동하거나, 대형 원전 대비 저렴하고 위험성이 적다고 알려진 SMR로 가야 합니다.
짧게 SMR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존 원전 1기를 지으려면 1조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합니다(대략적으로요). SMR은 부지는 대형 원전 대비 절반 이하, 비용 역시 3분의 1 정도, 공사 기간 역시 절반 정도로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원자로가 작은 만큼 발전량도 대형 원전의 5분의 1 정도라고 해요.
안전 측면에서 대형 원전 대비 위험을 크게 줄였습니다. 원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습니다. 대형 원전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다양한 부품을 연결해 만들어요. 이 과정에서 원자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습니다. SMR은 이러한 부품을 하나의 용기로 일체화해 단순화했어요. 또한 원자로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가 따로 필요하지 않아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요.
SMR은 핵분열을 이용합니다. 이미 인류는 핵분열을 이용한 원전을 가동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대형 원전이 주춤하니 기존 원전 사업자들이 SMR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습니다. 투자도 이어졌고요. 2010년 중반부터 SMR이 원전 시장을 재편할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2022년 이후 전기를 찾아 헤매던 빅테크 기업들에 있어서 SMR은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일 거예요. 태양광을 무한하게 늘리자니 현실적으로 어렵고, 핵융합을 원했는데 204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고, 결국 현재로서 기대를 걸 수 있는게 SMR이었습니다. SMR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 아직 상용화된 시설이 없다는 거예요.
SMR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론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은 알겠는데, 실제 이를 가동해본 적이 없는 만큼 실제로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알 수 있냐”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요. 미국은 현재 러시아를 통해 원전의 연료인 농축 우라늄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때 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전혀 생산하고 있지 않아요(가격이 원인). 이는 미국이 기존 원전을 재가동하기 쉽지 않은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SMR이 만약 2030년대 상용화되면서 미국 곳곳으로 확산된다면
핵연료 문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SMR이 실제 건설까지 추진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많이 투자한, 지난해 미국 내 첫 번째 SMR 구축을 추진하던 뉴스케일 사례에요. 뉴스케일은 유타주의 전력을 담당하는 발전사 UAMPS와 ‘무탄소발전소프로젝트(CFPP)’를 추진해왔습니다.
정부로부터 설계 인증까지 허가받고 실제 건설까지 이어질 뻔했지만 마땅한 수요자를 찾지 못해 무산됐어요.
이유는 비용입니다. 뉴스케일은 SMR로 지은 전기를 MWh당 58달러에 공급할 수 있다고 계산했어요. 그런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이 비용이 지난해 말 89달러로 올랐습니다.
미국 원전의 생산 단가는 약 30달러, 태양광도 대략 30달러 정도로 보여요.
아직 너무 비쌉니다. 결국 SMR을 찾는 수요자, 즉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를 통해 2029년부터 가동을 기대했던 세계 최초 SMR은 무산되고 맙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 감당을 위해 많은 SMR 기업은 2030년을 전후로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우리가 돈 줄게! 전기 만들어줘”라고 한 거죠. SMR 시장에 숨통(?)이 트인 셈입니다.
물론 전기를 얼마에 공급할지 등 계약과 관련한 자세한 사안까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MWh당 몇 달러 이하, 라는 조건이 달려 있을 듯한데요.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SMR 기업들은 전력투구하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 정부 역시 빅테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인프라 문제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고요. 미국에서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