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1000 큐비트
점점 설명이 길어지는데요, 줄이겠습니다. 여튼, 이러한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해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요. 아이온큐와 같은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도 여럿 등장했고요.
빅테크 기업들은 ‘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합니다. 큐비트가 많으면, 그만큼 계산 능력이 좋은 거니까요. 다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를 만드는 게 쉽지 않습니다.
2019년 구글이 50개가 넘는 큐비트를 구현한 뒤 이를 토대로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단 3분 만에 풀었다고 발표합니다(논문).
양자컴퓨터의 능력이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상황, 이를 양자 우월성이라고 해요(물론 이는 양자컴퓨터가 지금 당장 슈퍼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한적인 작업에서 가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돼요).
하지만 경쟁자 IBM은 “우리 슈퍼컴퓨터로 돌렸더니 쉽게 풀리던데?”라며 비판하죠(기사). 이후 중국과학기술대학(UTSC)을 비롯해 캐나다의 자나두(야나두 아닙니다)라는 기업도 양자 우월성을 보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올해에는 IBM이 양자 우월성을 보였다고 발표합니다(기사).
늘어나는 큐비트, 가까워지는 미래
큐비트가 점점 늘어나니까 계산 능력도 좋아지는 것은 맞습니다. 문제는 큐비트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데 있어요. 전문가들의 설명을 그대로 가져오면 “기존 컴퓨터는 10비트 중 오류 정정 시 1비트를 쓰는데, 양자컴퓨터는 1큐비트 정보 처리를 위해 수백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50 큐비트가 실제 큐비트 50개의 성능을 보이려면 이보다 많은 큐비트를 구현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유용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되려면 수백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기업들이 큐비트 경쟁을 펼치고 있어요. 이 와중에 IBM이 가장 먼저 1000 큐비트에 달성했다는 발표를 합니다.
양자컴퓨터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디웨이브'라는 캐나다 기업의 양자컴퓨터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디웨이브는 이미 5000 큐비트를 달성했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하실 듯한데요, 디웨이브의 큐비트, IBM의 큐비트는 조금 다릅니다.
디웨이브의 경우 범용성 알고리즘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즉 특정한 수학 문제를 해결하도록 고안된 만큼 큐비트 개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어요. IBM은 범용성 알고리즘을 추구합니다. 즉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처럼 사용자가 회로를 설계하고 알고리즘 짜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그러한 컴퓨터를 말해요.
연약한 큐비트, 얼마나 늘려야 할까
이런 의미에서 IBM이 처음으로 1000 큐비트를 넘긴 것은 맞습니다. IBM은 1121개의 큐비트를 구현했다고 하는데요, 2021년 127큐비트, 2022년 433큐비트에 이어 1121 큐비트를 구현하며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어요.
또한 이번에 133큐비트를 가지고 있지만 오류가 일어날 확률을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인 '헤론'이라는 칩도 공개합니다. 양자컴퓨터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헤론의 발표가 상당히 의미 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큐비트 수는 적지만 이를 모듈로 만든 것이 기술적 진보라고 합니다. 1000개 이상의 큐비트를 하나의 칩에 모듈로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데, 여기서 큐비트 수를 더 늘리려면 모듈화를 시켜야 한다고 해요. 즉 IBM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다시 한 번 나아갈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IBM이 헤론 기술 개발에만 4년을 쏟아 부었습니다.
앞서 큐비트가 상당히 불안정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IBM은 향후 '크기' 보다는 오류에 강한 기계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듈화 기술을 개발했으니 큐비트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이들을 연결하겠다는 의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