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최민서 인턴기자가 왠지 마음이 찔리는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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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바 일루즈, <감정 채굴>
게시물을 올리기 전 어떤 사진이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지 고민하거나 인스타그램을 켤 때마다 반응을 확인해 본 경험 있으신가요? 인스타그램에 ‘좋아요 수 숨기기’ 기능이 생겼다는 건 SNS가 더는 그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좋아요 수를 관리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거니까요.
에바 일루즈의 <감정 채굴>은 알고리즘 기술 너머 개인의 ‘감정’에 주목합니다. 저자는 기술 자본주의 아래 감정이 수익 창출의 원료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천연자원을 채굴해서 상품을 만들었지만, 기술 자본주의 시대에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채굴해서 그걸 소비한다는 겁니다.
저자는 인플루언서들의 셀프 마케팅, 감정 관리 애플리케이션, 블랙 미러 에피소드 등의 예시를 활용해 감정이 기술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고 기술을 통해 감정이 어떻게 소비되고 생산되는지 밝혀갑니다.
“인터넷 기술은 인류의 감정과 상호 작용을 모방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현재 인스타그램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넘어 감정 표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주목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조회 수 폭발 알고리즘 세팅법’을 공유하거나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처럼 여겨지는 것처럼요.
우리가 일명 ‘바이럴’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감정적 현상입니다. 현대 사회의 공론장 기능을 하는 SNS에서 특정 감정을 표출하고 순식간에 퍼뜨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새로운 감정 전파 방식인 것이죠.
우리가 흔히 인스타그램 둘러보기 페이지를 보면 그 사람의 알고리즘 취향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이유도 사람마다 제각각 다를 텐데요. 저자는 좋아요 버튼을 ‘감정 버튼’이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매개되는 감정 에너지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웃기거나 감성적인 내용의 콘텐츠는 많은 ‘좋아요’를 받지만 그렇게 표현한 ‘좋아요’가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말로 하는 건 어렵죠. 좋아요 버튼이 긍정적 반응에 대한 갈망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기술 자본주의 시대, 이 기술 감정 융합 경제의 핵심 메커니즘은 무엇일까요? 바로 SNS 사용자들의 ‘온라인 콘텐츠’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용자들이 기업을 위해 무보수로 생산해 내는 온라인 콘텐츠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중이라고 착각하지만, 기업들은 이 콘텐츠는 물론 연결을 통해 발생하는 이윤도 무료로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자는 이를 ‘감정 작업’이라고 칭하며 개인들이 무급으로 수행하고 있는 감정 작업이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용자의 감정 반응과 상호 작용 데이터를 통해 정밀한 타깃팅이 가능해진 것도, 사람들의 감정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어 특정 행위를 유도하는 마케팅도 다 이러한 감정 작업 덕입니다.
저자는 온라인 기술을 통한 감정 표현과 교류 현상이 더 심해진다면 ’경험의 상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와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타인을 마주하거나 낯선 감각과 부딪히며 새로운 상호 작용으로의 진입을 뜻하는 ‘경험’은 쇠퇴하고 있고 우리는 점점 자기 자신의 자아와만 상호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가상 세계가 현실의 사교 활동을 점점 대체하기도 합니다. 이럴수록 진정성은 더욱더 강조됩니다. 실제와 가짜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진정성을 전시하고 이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SNS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브이로그나 릴스 콘텐츠가 넘쳐나는 것처럼요. 진정성 역시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연출되고 소비되는 감정이 됩니다.
끝으로 저자는 기술 자본주의로부터 우리의 주체성을 지킬 것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감정을 비생산적인 것으로 남겨두려는 태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상이나 알고리즘에 수집되지 않는 감정 등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죠.
“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는 마지막 말은 매 순간을 기록하고 모든 경험을 콘텐츠화하는 시대,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만듭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떤 가치로도 환산되지 않는 감정을 지켜내는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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