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뚫고 나온 여성 감독
 Season 6  vol 60. 💡2026.7.10.~7.16.

메가폰을 쥔 개척자들
‘비이성적 가해자’를 상정하라
장윤기는 준비했다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날씨가 참 변화무쌍합니다. 비가 많이 온 지역에 계신 분들도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꿉꿉한 날씨, 플랫레터와 함께 날려보자구요👍


“(10여 년 전만 해도) ‘여자 감독은 멜로 아니면 데뷔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영화 <연애의 온도>로 장편 데뷔한 노덕 감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올해 30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1997년부터 2026년까지 개봉한 영화 중 엄선한 ‘한국 장르영화 33’에 여성 감독 연출작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단 한 편뿐입니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길을 개척해나간 여성 감독들이 있습니다. <우생순>의 임순례 감독이 대표적인데요. 여성 스포츠 영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우생순>조차도 “아줌마들이 주인공인 스포츠물을 임순례가 한다고? 차라리 장르 영화를 잘 만드는 남자 감독이 연출하면 어떻겠냐”는 내부 반대를 뚫고서야 제작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 여성영화인모임은 “여성 감독의 성취가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현실”에 관한 문제의식으로 BIFAN과 함께 ‘여성 감독 장르영화 11’ 기획전을 준비했습니다. 11편 중 <4인용 식탁>(2003·이수연), <오로라 공주>(2005·방은진), <궁녀>(2007·김미정), <연애의 온도>(2013·노덕), <미씽: 사라진 여자>(2016·이언희) 5편이 부천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고 해요. 11편 중 호러·스릴러 장르는 5편, 로맨틱 코미디는 3편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일수록 투자자들은 여성 감독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임순례 감독의 <교섭>(2023)이 한국 여성 감독이 제작비 150억원 이상의 ‘대작’ 영화를 맡은 첫 사례였을 정도입니다. 여성영화인모임이 선정한 11편 중에서도 호러·스릴러 장르는 5편, 로맨틱 코미디는 3편으로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장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파일럿>(471만명) 김한결 감독, <만약에 우리>(260만명) 김도영 감독, <시민 덕희>(171만명) 박영주 감독, <그녀가 죽었다>(123만명) 김세휘 감독 등이 상업 영화로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독립영화인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2025)도 호평을 받았죠. 

앞으로는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모습을 더 흔하게 볼 수 있을까요?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여성이 만든 장르영화는 분명 다른 시선을 갖는다. 장르 영화가 점점 천편일률적으로 되어가는 시대에 오히려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임순례 감독은 “독립영화 감독이나 영화 전공 학생 중 여성이 많지만 이들이 이후 경력을 쌓을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다. 산업으로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고요. 

다른 문화 콘텐츠와 비교해보면 영화 산업에서 여성이 등용되는 길이 특히 더 좁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여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한 여성 감독들 덕분에 여성 서사도 풍부하게 쌓인 것 같습니다.


뭐가 어떤 사건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스토킹 살인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경기 성남에서 5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살해했는데요. 피해자가 신변보호를 요청했고, 경찰은 접근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 지급 등 조치를 취했으나 비극을 막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해 남성은 교제하다 헤어진 피해자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피해자는 지난달 “전 남자친구가 못살게 군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분리조치를 요구했고, 경찰은 가해자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피해자에겐 스토킹 혐의로 고소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이에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하자 경찰은 법원 신청 절차를 거쳐 가해자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잠정조치 2호) 및 전화·문자 등 통신 금지(잠정조치 3호) 명령을 내렸고 피해자에겐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습니다. 공격 당시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로 구조 버튼을 눌렀고, 경찰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피해자는 병원 이송 후 사망했습니다. 

이러한 대처 과정에서 경찰은 잠정조치 3호의2(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나 4호(유치장·구치소 유치) 처분을 법원에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기존 조치를 어기지 않았고, 스토킹 위험도 체크리스트에서도 ‘보통’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매뉴얼대로 대응했음에도 참사를 막지 못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매뉴얼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닌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범죄를 막기 위해 마련된 매뉴얼대로 조치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막지 못한 것이니까요. 

이에 관한 경향신문 사설은 “‘이성적 개인’을 전제로 설계된 법과 제도가 가해자의 비이성적·충동적 폭주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다.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또 “무엇보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격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가해자가 접근·통신 금지 처분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를 호소할 경우 전자장치 부착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특히 가해자는 고소당했을 때, 검찰로 송치됐을 때, 검찰이 기소했을 때 등등의 단계마다 피해자를 향한 분노와 보복심리가 커진다고 합니다. 가해자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과 방법도 다시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여고생 이채원양을 살해한 장윤기가 오랜 기간 각종 성범죄를 이어온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장윤기는 2024년부터 한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동료 여성을 만났는데요. 그에게 호감을 품었으나 메신저 차단을 당합니다. 그 이후 장윤기는 계속해서 연락하고 자동차로 미행하거나 집 주변을 배회하는 등 집요한 스토킹 행각을 벌였습니다. 이는 해당 여성을 폭행하고 성폭행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자신과의 교제를 거부한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벌인 것입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장윤기는 여중생 등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을 했습니다. 그의 휴대폰에서 불법 촬영물이 7개나 발견됐다고 해요. 

이후 장윤기는 흉기 등 도구를 구입해 범행에 나섰습니다. 장윤기는 “자살을 결심하고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했지만, 범행 수법을 보면 과거 동료 여성을 성폭행할 때와 유사하게 뒤에서 목을 졸라 차량으로 끌고가려 했습니다. 

경찰은 장윤기의 원룸을 압수수색하면서 리얼돌을 2개 발견했고, 모두 가슴과 목 부분 등이 훼손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리얼돌에서 DNA만 채취했을 뿐 리얼돌을 압수하지 않았고,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리얼돌을 모두 폐기하면서 실물이 사라졌습니다. 리얼돌에선 장윤기의 DNA가 나왔다고 해요.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의 혐의는 살인죄(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서 강간살인죄(사형·무기 징역)로 변경됐습니다. 

조사를 거칠수록 장윤기가 얼마나 왜곡된 성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밝혀지고 있습니다. 또한 경찰관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리얼돌을 비롯한 핵심 증거를 인멸하며 수사를 방해한 정황도 새로 드러났습니다. 제때 처벌되지 못한 가해자가 더 큰 범죄로 돌아오는 모습, 언제까지 봐야 할까요.

이번 주에는 최민서 인턴기자가 왠지 마음이 찔리는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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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바 일루즈, <감정 채굴>   


게시물을 올리기 전 어떤 사진이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지 고민하거나 인스타그램을 켤 때마다 반응을 확인해 본 경험 있으신가요? 인스타그램에 ‘좋아요 수 숨기기’ 기능이 생겼다는 건 SNS가 더는 그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좋아요 수를 관리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거니까요.


에바 일루즈의 <감정 채굴>은 알고리즘 기술 너머 개인의 ‘감정’에 주목합니다. 저자는 기술 자본주의 아래 감정이 수익 창출의 원료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천연자원을 채굴해서 상품을 만들었지만, 기술 자본주의 시대에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채굴해서 그걸 소비한다는 겁니다.


저자는 인플루언서들의 셀프 마케팅, 감정 관리 애플리케이션, 블랙 미러 에피소드 등의 예시를 활용해 감정이 기술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고 기술을 통해 감정이 어떻게 소비되고 생산되는지 밝혀갑니다.


“인터넷 기술은 인류의 감정과 상호 작용을 모방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현재 인스타그램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넘어 감정 표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주목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조회 수 폭발 알고리즘 세팅법’을 공유하거나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처럼 여겨지는 것처럼요.


우리가 일명 ‘바이럴’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감정적 현상입니다. 현대 사회의 공론장 기능을 하는 SNS에서 특정 감정을 표출하고 순식간에 퍼뜨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새로운 감정 전파 방식인 것이죠.


우리가 흔히 인스타그램 둘러보기 페이지를 보면 그 사람의 알고리즘 취향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이유도 사람마다 제각각 다를 텐데요. 저자는 좋아요 버튼을 ‘감정 버튼’이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매개되는 감정 에너지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웃기거나 감성적인 내용의 콘텐츠는 많은 ‘좋아요’를 받지만 그렇게 표현한 ‘좋아요’가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말로 하는 건 어렵죠. 좋아요 버튼이 긍정적 반응에 대한 갈망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기술 자본주의 시대, 이 기술 감정 융합 경제의 핵심 메커니즘은 무엇일까요? 바로 SNS 사용자들의 ‘온라인 콘텐츠’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용자들이 기업을 위해 무보수로 생산해 내는 온라인 콘텐츠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중이라고 착각하지만, 기업들은 이 콘텐츠는 물론 연결을 통해 발생하는 이윤도 무료로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자는 이를 ‘감정 작업’이라고 칭하며 개인들이 무급으로 수행하고 있는 감정 작업이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용자의 감정 반응과 상호 작용 데이터를 통해 정밀한 타깃팅이 가능해진 것도, 사람들의 감정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어 특정 행위를 유도하는 마케팅도 다 이러한 감정 작업 덕입니다.


저자는 온라인 기술을 통한 감정 표현과 교류 현상이 더 심해진다면 ’경험의 상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와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타인을 마주하거나 낯선 감각과 부딪히며 새로운 상호 작용으로의 진입을 뜻하는 ‘경험’은 쇠퇴하고 있고 우리는 점점 자기 자신의 자아와만 상호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가상 세계가 현실의 사교 활동을 점점 대체하기도 합니다. 이럴수록 진정성은 더욱더 강조됩니다. 실제와 가짜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진정성을 전시하고 이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SNS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브이로그나 릴스 콘텐츠가 넘쳐나는 것처럼요. 진정성 역시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연출되고 소비되는 감정이 됩니다.


끝으로 저자는 기술 자본주의로부터 우리의 주체성을 지킬 것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감정을 비생산적인 것으로 남겨두려는 태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상이나 알고리즘에 수집되지 않는 감정 등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죠.


“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는 마지막 말은 매 순간을 기록하고 모든 경험을 콘텐츠화하는 시대,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만듭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떤 가치로도 환산되지 않는 감정을 지켜내는 일 아닐까요.



👤 '의도 없는 혐오'가 정말 무서운 건, 자신이 혐오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를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 와중에 더 최악인 건, 그게 혐오라는 걸 알려주는 순간, '미안해'가 아니라 '그런 뜻 아닌데?가 툭 튀어나오고, '네가 너무 꼬아서 듣는 거 아냐?', '네가 오버하는 거야.',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여라.'로 이어진다는 거죠. '혐오'에는 손잡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혐오'를 휘두르려는 그 사람이 제일 많이 다칠 수 있게.

👤 사실 플랫을 꼬박꼬박 챙겨보진 못하고 있는데, '실천을 뒤로 미루지 않기'라는 제목에 여러모로 찔려서 눌렀다가 오늘도 많은 생각을 품고 가요. 운동도, 수면도, 내 생각과 목표도 실천하기는 왜이리 힘든 걸까요. 플랫팀도, 입주자님들도 더위를 이기고 '실천하는'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바라요.
 
👤 혐오가 재미로 소비되지 않길.. 하나도 재미없어요. 인권감수성이 정말 중요한 시대인 것 같아요..

👤 모른다는 말은 범주가 넓은 말이라, 아무리 '몰라서 그랬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을 믿을수도 없고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들에게 사과하라고 재교육하라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후에도 '뭘 몰라서 배운들 모르겠다'고 하면 그 땐 어쩌죠? 긴 세월이 지나면 그 때는 알까요? 일베에서 시작된 조롱, 멸시, 차별의 문화가 이제는 인습으로 굳어져버리는 걸 재확인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는 윗세대지만 동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은, 저런 걸 어떻게 감당할까요?

  
👀 From.Flat 

📣 이번 주 레터에서는 본의 아니게 여성 대상 범죄와 관련된 기사를 2개나 소개하게 됐습니다. 페미니즘 의제라는 것이 매번 이렇게 돌고 돌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변화의 정도나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고, 어쩌면 '바뀌어야 한다'는 당위에 가까울 뿐이긴 하지만요. 짧은 생애 속에서 인간은 그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계속 말하는 수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갑자기 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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