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김연서 인턴기자가 꾸립니다. 이번에는 제목에서부터 강렬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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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제 책상 위에는 여러 권의 노트가 있습니다. 이 노트에 자주 흩어진 생각을 담아두곤 하지만 여전히 생각을 꺼내 다듬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쓰고 싶은 말이 뭐지?’라는 질문 앞에서 종종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다 하미나 작가가 언급한 ‘여성적 글쓰기’라는 단어를 마주하며, 이 막힘의 근원이 아닐까 짐작하게 됐습니다.
하미나 작가의 책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글을 엮은 모음집입니다. 개별 제목 없이 소설, 일기, 연극 대본, 챗GPT 대화, 연구 보고서 등이 뒤섞여 있어 처음엔 무엇을 말하려는 책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읽다 보니 이 책은 분석보다 ‘있는 그대로 느끼기’를 요구하는 텍스트라는 점이 선명해졌습니다.
이를테면 Part 1 ‘두개의 언어’라는 챕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과학 기자 시절 겪었던 일화, 히틀러의 별장 방문 후 남긴 사유, 자신의 이모 할머니에 대한 회상, ‘몸-글’이라는 주제의 연극 대본. 연결 지점이 없어 보이는 이 글들은 어딘가 서로 엉켜있는 듯 했습니다. 한 세계 안에서 두개의 언어가 공존하는 혼란스러움, 한 세계와 동시에 다른 세계를 마주한 저자의 깨달음이었습니다. 이처럼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쏟아낸 저자의 사유는 이 세계를 알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였습니다.
20대 초반 여성으로 강의실에 앉아 있던 저자는 기존 학문 속에서 소외와 모순을 체감합니다. 남성만을 기준 성으로 상정한 ‘한 가지 성 모델’, 루소의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는 주장에서 여성이 제외되었다는 사실, 골격을 통해 여성이 열등하다는 설을 입증하려고 했던 연구까지. 그는 “앎과 삶을 더 이상 분리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여성이 배제되지 않는 공부를 발명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학문 언어로는 포착되지 않는 세계를 스스로 다시 구성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책 속에서 와닿는 지점을 좀처럼 찾지 못했습니다. 분석하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글을 한 여성의 경험으로 받아들이자 그의 학문적 갈등과 사회의 모순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이때 비로소 책이 텍스트가 아니라 하나의 삶으로 읽혔습니다. 한 여성이 ‘앎’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는 기록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성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과 시선을 차분히 풀어낸 책이라, 입주자님께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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