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굴데굴 모험기
 Season 6  vol 29. 💡2025.11.28. ~ 2025.12.04.

데굴데굴 찾아낸 의심 없는 마음
꿈 많은 '지방 여학생'은 어디로
첫 여성 유엔 사무총장 나올까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날씨가 춥고 비도 오네요.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차라도 마시면서 숨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플랫레터 시작합니다. 
 

입주자님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구르님을 본 적 있으신가요? 구르님은 휠체어를 타고 데굴데굴 굴러다닌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인데요. 20대 여성이자 장애 크리에이터인 김지우 작가가 주인공입니다. 플랫은 최근 김지우 작가를 만나 휠체어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이야기를 듣고 왔어요. 

김지우 작가는 18살까진 혼자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대학에 들어와 코로나19 시기를 겪고 난 다음에 가족 없이, 보호자 없이 해외 생활을 해 볼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여러 국가를 여행해 보며 각 나라의 장애인 교통 접근성, 장애에 관한 인식 같은 것들을 두루 겪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산악지형인 스위스는 오히려 접근성이 좋았다고 합니다. 김지우 작가는 “오만 곳에 휠체어 표시가 있고, 자연스럽게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내 존재에 안정감을 줬다”, “모든 곤돌라 좌석이 접혀서 오는 대로 타기만 하면 됐다. 미리 알아보지 않아도 남들과 똑같이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고 했어요. 

항상 ‘스스로 뒤로 빠지는’ 경험을 해왔지만, 더이상 그러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놓이게 되자 ‘의심 없는 마음’을 찾게 됐다고도 해요. 호주에서 서핑데이에 신청하면서도 정작 서핑만큼은 못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강사는 “나는 장애인 서핑 강습 경험이 많다”며 김지우 작가를 바다로 이끌었습니다. 생애 첫 서핑이 그렇게 성공했습니다(🧵영상으로 보시면 감동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항상 모든 사람이 ‘쟤는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할 때 ‘나 할 수 있어요’라고 주장해야 했는데, 그곳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당연히 도전하게 됐다. 누구도 나를 ‘안 할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좋았다.

김 작가의 말에는 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능력이 아니라 배경으로 평가받는 기분, 백인이 주류인 곳에서 여성과 아시아인이라는 소수자성이 교차하는 느낌 같은 것들도요. 구르님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그 길이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되겠지요?


“지방사립대에서 진로 지도를 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는데 ‘꿈’이 많은 여학생이다. 학점 높고 현장실습이나 해외 경험이 많은 여학생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역사회에는 그들이 희망하는 일자리가 없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의 칼럼입니다. “여성 일자리 사업을 많이 하고 실적이 많다”는 지방정부 일자리 사업 담당자들의 말을 양승훈 교수는 이렇게 반박했어요. 

여성의 커리어잡 형성은 단순한 일자리 개수와 다르다. 커리어잡이 되려면, 우선 연차가 오르거나 승진이 되거나 직무 역량의 향상에 따라 임금이 올라야 한다. 비수도권에서 그게 가능한 직업은, 공공부문이거나 금융권 정도다. 다수의 지역 여성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서비스·교육·보건 직군뿐이다.”

통계는 어떨까요? 성평등가족부가 민간기업 2980개를 분석한 결과 남성의 임금이 0.8%, 여성의 임금이 6.7% 떨어져 성별 임금 격차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일자리 측면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건 60대 여성들의 요양보호사로 대표되는 사회복지 서비스뿐입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소멸위험지수에 청년 여성의 수를 분자로 집어넣으면서도, 청년 여성들이 희망하는 양질의 여성 일자리를 서울 바깥에 만들어내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임기가 내년 말 종료됨에 따라 유엔이 차기 사무총장 후보 인선에 착수했습니다. 193개 유엔 회원국 또는 회원국 그룹은 차기 후보자를 추천해 후보군에 올릴 수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를 토대로 내년 7월말 이전에 선출 절차를 공식 개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눈에 띄는 것은 유엔이 회원국들에게 여성 후보자 지명을 강력히 고려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절차 개시를 알리는 공동 서한은 “여성이 사무총장직을 맡은 적이 없다는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고위 의사결정직에 접근하는 데 있어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확신에 따라 여성 후보자 지명을 강력히 고려할 것이 권장된다”고 밝혔습니다. 

9대에 이르는 동안 유엔 사무총장은 전부 남성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차기 사무총장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인사 중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과 레베카 그린스판 전 코스타리카 부통령이 여성입니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국제 사회를 대표하는 유엔의 얼굴이 더욱 다양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주에도 김연서 인턴기자가 꾸립니다. 이번에는 제목에서부터 강렬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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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제 책상 위에는 여러 권의 노트가 있습니다. 이 노트에 자주 흩어진 생각을 담아두곤 하지만 여전히 생각을 꺼내 다듬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쓰고 싶은 말이 뭐지?’라는 질문 앞에서 종종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다 하미나 작가가 언급한 ‘여성적 글쓰기’라는 단어를 마주하며, 이 막힘의 근원이 아닐까 짐작하게 됐습니다.


하미나 작가의 책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글을 엮은 모음집입니다. 개별 제목 없이 소설, 일기, 연극 대본, 챗GPT 대화, 연구 보고서 등이 뒤섞여 있어 처음엔 무엇을 말하려는 책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읽다 보니 이 책은 분석보다 ‘있는 그대로 느끼기’를 요구하는 텍스트라는 점이 선명해졌습니다.


이를테면 Part 1 ‘두개의 언어’라는 챕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과학 기자 시절 겪었던 일화, 히틀러의 별장 방문 후 남긴 사유, 자신의 이모 할머니에 대한 회상, ‘몸-글’이라는 주제의 연극 대본. 연결 지점이 없어 보이는 이 글들은 어딘가 서로 엉켜있는 듯 했습니다. 한 세계 안에서 두개의 언어가 공존하는 혼란스러움, 한 세계와 동시에 다른 세계를 마주한 저자의 깨달음이었습니다. 이처럼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쏟아낸 저자의 사유는 이 세계를 알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였습니다.


20대 초반 여성으로 강의실에 앉아 있던 저자는 기존 학문 속에서 소외와 모순을 체감합니다. 남성만을 기준 성으로 상정한 ‘한 가지 성 모델’, 루소의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는 주장에서 여성이 제외되었다는 사실, 골격을 통해 여성이 열등하다는 설을 입증하려고 했던 연구까지. 그는 “앎과 삶을 더 이상 분리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여성이 배제되지 않는 공부를 발명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학문 언어로는 포착되지 않는 세계를 스스로 다시 구성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책 속에서 와닿는 지점을 좀처럼 찾지 못했습니다. 분석하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글을 한 여성의 경험으로 받아들이자 그의 학문적 갈등과 사회의 모순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이때 비로소 책이 텍스트가 아니라 하나의 삶으로 읽혔습니다. 한 여성이 ‘앎’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는 기록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성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과 시선을 차분히 풀어낸 책이라, 입주자님께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 이번 레터는 여성들의 임파워링이 돋보여서 좋네요.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From.Flat 

📣 다음 플랫레터는 12월에 찾아오겠습니다! 더욱 귀여워진 플랫팀의 모습은 인스타그램으로 조만간 공개됩니다😘 아래에 의견도 많이많이 남겨주세요🍁(아마도 마지막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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