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지만 하루종일 컴퓨터만 붙들고 있다가 '오늘의 인풋노트는 무얼 전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괜찮은 영상들을 추천해 주더라고.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연달아 본 두개의 영상을 소개할게.

리멤버라는 명함 앱 알아? 나는 스타트업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이 회사가 막 창업했을 때 부터 알고 있었거든. 명함을 사진으로 찍으면 알아서 핸드폰에 정보를 저장을 해 주는 앱이야. 너무 편하다고 생각했지. 명함에 있는 글씨를 매우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어주더라고. 기술이 발전했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알고보니 그걸 사람이 작업하고 있더라고. 아니 말이 되냐고! 이게 어떻게 IT 스타트업이야?! 라고 생각했지.

생각해보면 많은 IT스타트업의 처음은 '노가다' 스러운 방식이었던 것 같아. 내가 요기요에서 인턴을 했거든? (아르바이트였는데, 초기 스타트업이였어서 그런지 인턴이라고 쳐 주더라고.) IT 스타트업 경험을 해 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회사를 찾다가 배달 앱이라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획기적이라고 생각을 했지. 그 시장이 클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해 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당시에 내가 살고 있던 역삼역 인근에 요기요 사무실이 있어서 지원을 했었어.

결과는 탈락. 오퍼레이션 팀이었는데, 4학년 졸업반이라 안된다고 하는거야? 그런데 나는 꼭 그 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거든. 다시 연락을 해서 오퍼레이션 팀이 안되면 콜팀이라도 넣어달라고 졸라댔어. (당시 오퍼레이션과 콜팀을 뽑고 있었거든.) 그 적극성을 누가 마다해. 그렇게 난 요기요에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러 출근했고, IT회사지만 모든 일이 사람의 힘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보고야 말았어.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님 인터뷰를 보면 초기에 전단지를 줍고 다녔다는 말이 나오는데, 내가 딱 그 시기를 겪었어. 누군가가 전단지를 주워서 회사 내부 시스템에 올려주면 그거를 앱에 올리는 작업을 하는 일을 내가 맡았거든. 전단지에 나와있지 않은 정보들은 직접 사장님께 전화해서 물어봐야 했다니까. 예를들어 짜장면 곱빼기는 500원 추가인지, 1000원 추가인지 이런거 말야.

혁신적인 IT 서비스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일일이 발로 뛰고, 손품을 파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니. 너무 놀랍지 않아? 지금에 와서야 배달앱이 당연시 되었으니 점주님들이 직접 등록하시겠지만, 당시엔 배달앱이 뭔지도 모르고 오히려 중간에서 수수료 떼어 간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장님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 방법밖에는 없었을거야.

더 놀라운 사실, 콜팀(Call Team)은 무슨 일을 했는 지 알아? 콜팀이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내가 일주일 정도 일을 도운 적이 있거든. 말 그대로 전화업무였는데, 앱으로 들어온 주문을 해당 매장에 전화를 해서 내가 대신 주문을 해 주는 역할이었어.

"사장님, 거기 뉴워커치킨이죠? 주문 할게요. 여기 간장치킨 한마리와 콜라 1.25L 보내주세요. 주소는요..." 이런식으로 말이지. 사람들이 앱으로 주문하면, 중간에 사람이 대리 전화를 하는 시스템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아? 

다시 리멤버 영상으로 돌아올게. 리멤버도 마찬가지로 어플리케이션 서비스였지만 뒤에선 사람이 일일이 작업하는 시스템이었어. 그런데 오늘 우연히 대표님 영상을 보고 알았지.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었구나를 말야.  고객에게 놀라운 경험을 주어야겠다는 명확한 방향성,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도해 보는 실행력이 지금의 리멤버라는 서비스를 만든 것 같아.

이 영상도 오늘 알고리즘 덕에 만난 영상이야. 영상 하나를 보고 바로 구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보자마자 홀린듯이 여러개의 영상을 봤어. 놀라운 사실은 이 영상을 찍을 때는 유튜브 한지 1년, 구독자 2만명이 되어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는데 업로드한 3월 10일엔 구독자 3만명이 되었고, 열흘 뒤인 오늘은 9만 5백여명이 되었다는거야. 한마디로 지금 떡상중인 채널이라는 거지. 근데 충분히 그럴만한 채널이라고 생각을 했어.

아마도 20대까지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나봐. 유학도 다녀온 고학력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더라고. 아마 이유가 있어서 귀촌 생활을 시작했을텐데, 그녀가 주는 위의 메시지가 너무 좋았어. 성과만 쫓다가 성과가 나오지 않아 변화가 필요했고, 그래서 과감하게 시골행을 택한 후 부담도, 기대도 없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그녀. 유튜브 한지 약 1년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기 시작했으니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을 뿐인데 성과가 났어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조만간 오지 않을까? 싶어.

내가 퍼스널 브랜딩 일을 오래 하다보니까 나름 감이란 게 생겼는데, 딱 보자마자 느낌이 오는 분들은 대성하더라고. 내가 출판사를 하고 있었다면 당장 연락해서 책 내자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는데.. (아, 그러고보니 나 출판사 등록 했지? 하지만 남의 책 출간할 능력은 없는 현실😅)

아무튼, 나다운 삶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사람들이 행복한 것 만큼 성과도 이뤘으면 좋겠어. 좋아하는 일을 해도 행복하려면 어느정도 성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긴 힘드니 말야. 각자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고, 그걸 전하기 쉬워진 요즘이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러니 혹시나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부터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 해 봐. 쉽고 빠르지 않더라도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에 주목해 주는 날이 올거야. 아, 그럴려면 최소한 나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노력은 해야겠지? 타네님이 유튜브를 한 것처럼 말야. 영상을 찍든, 글을 쓰든, 사진을 찍든.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