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장의 여는 인사말 ]
안녕하세요. 편집장 장재열입니다. 진짜 안 끝날 것 같은 여름이 끝나간다는 거 느끼고 계시나요? 반팔이야 10월까지 입는다지만 그래도 꽤나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더라구요. 영원할 것 같던 여름도 늘 조금씩 사그라드는 그걸 보면서 저는 늦겨울이 문득문득 생각납니다. 겨울도 정말 한파일 때는 이 추위가 영원할 것만 같은데도 어느덧 스르륵 사라지기도 하잖아요.

지금 이 레터를 읽고 있는 당신이 감정의 계절 어디쯤에 서 계시든. 음... 행복에 가까운 감정이라면 아직 남아 있는 늦여름을 조금 더 길게 음미하실 수 있기를 바라고요. 아픔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계신다면 아침저녁의 입추 바람처럼 서서히 방향은 바뀌어 가고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네요. 저희가 준비한 레터가 감정의 계절 한가운데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 시작할게요.
👀 한 눈에 보는 오늘의 마음건강
① 리추얼 | 하루의 시작에 건네는 응원 <셀프 하이파이브>
② 인터뷰 | 압화 작가 및 『꽃씨 신화』 저자, 전미경
③ 이달의 마음건강 강연 및 교육 정보
하루의 시작에 건네는 가장 응원💪🏻
셀프 하이파이브
editor 월간 마음건강 편집부

매일 아침 눈을 떠 현관문을 나서기까지, 여러분은 주로 어떤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시나요? “아, 오늘 출근하기 정말 싫다.”, “오늘 해야 할 일 산더미인데 털리지 않고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같은, 무겁고 칙칙한 감정의 그림자를 드리운 채 억지로 문고리를 돌리진 않으셨나요? 하루의 시작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의 입구에서, 우리는 너무 자주 나 자신에게 무기력한 에너지를 주입하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흐릿한 아침을 단숨에 활력으로 채워줄 돈 안 드는 행동 테라피를 소개합니다. 바로 현관문 앞에서 나 자신과 가장 뜨겁게 마주하는 ‘셀프 하이파이브(Self High-Five)’ 리추얼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손바닥 모양 스티커나 비뚤비뚤 직접 그린 손 모양 메모지를 현관문 안쪽 눈높이에 붙여두세요. 그리고 외출 직전, 그 손바닥을 향해 “짝!” 소리가 나게 힘차게 손을 맞부딪치는 겁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다녀오자!”, “너는 오늘도 잘 해낼 거야”라는 다정한 소리를 얹어주면서요.


언뜻 유치해 보이지만, 이 행동 뒤에는 뇌를 속이는 놀라운 신경생리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보통 경기에서 승리했거나 극도로 기쁜 순간에 하이파이브를 하잖아요? 그건 우리 뇌에 ‘하이파이브 = 승리, 성공, 기쁨’이라는 알고리즘이 깊게 각인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 덕에 벽에 붙은 손바닥에 손을 부딪치는 순간, 뇌는 즉각 도파민과 옥시토신을 분출하며 신체 에너지를 끌어올리죠. 내가 나를 완벽하게 지지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온몸에 전달하는 셈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아침은 자칫 무거운 관성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관문을 나서기 전 찰나의 3초 동안 행하는 이 작은 하이파이브는, 지친 하루의 시작을 활기찬 모험의 시간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훌륭한 심리 스위치가 되어줄 거예요. 세상이라는 링 위로 올라가기 전, 내 등 뒤에 든든한 코치를 세워두는 느낌이랄까요? 외롭고 찌뿌둥한 아침일수록 쾅 소리가 나게 손바닥을 부딪쳐보세요. 그 쾌활한 타격음이 오늘 하루를 씩씩하게 살아낼 가장 유쾌한 용기가 되어줄 테니까요.

🎤 모두가 그냥 스쳐간 자리에서, 피어나는 것들
interviewee. 전미경 (압화 작가, 『꽃씨 신화』 저자)
interviewer. 장재열 (상담가, 작가)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짧게 소개하면 '자연을 채집하는 작가' 전미경입니다. 채집이라고 하면 보통 꽃잎이나 나뭇잎, 씨앗 같은 자연물을 그대로 가져온다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자연이 주는 커다란 에너지를 함께 채집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실제로도 그렇거든요.


Q. 채집이라는 단어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시골 한옥에서 여덟 식구가 함께 살았어요. 가을마다 창호지를 다시 바를 때 할머니께서 예쁜 꽃을 채집해 오라고 하셨죠. 빨간 단풍잎, 노란 은행잎, 대나뭇잎 같은 걸 뜯어와 창호지를 장식하곤 했어요. 겨울 햇빛에 비친 단풍잎의 잎맥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더라고요. 아마 남을 배려하고 자연을 가꾸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저에게 자연물은 항상 가까운 친구였던 것 같아요.


Q. 그런데 의외로 대학은 식품영양학을 전공하셨더라고요. 미술이 아니라요. 그런데 어떻게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어가셨나요?

정형화된 아카데믹한 미술 커리큘럼을 거치지 않았기에, 오히려 자연 발생적으로 저만의 방식을 찾고 이 길로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술을 전공했다면 오히려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게 대학 졸업 후에도 화가의 길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고, 남편에게 화가의 길을 지지해 준다면 결혼하겠다고 말했었어요. 남편은 밀어주겠다고 했고요. 그런데 사실, 지지가 없었더라도 저는 계속했을 거예요. 워낙 좋아하는 일 앞에서는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크거든요. 인생을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10년, 20년 꾸준히 하다 보면 내 길을 찾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Q. 그 믿음이 생긴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엔 그저 즐기면서 하던 취미였어요. 그러다 '전국 야생화 문화상품 공모전'에 취미로서 한번 도전을 해봤죠. 어릴 적 할머니와 문풍지에 자연물을 수놓았던 기억을, 요즘 아파트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파티션을 만들어 냈는데 그게 금상을 받은 거예요. 전문 협회 소속이 아닌 저 혼자 배경 없이도 인정받는 걸 보며 내 안에 무언가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후 여러 공모전에서 계속 수상하게 되었어요.


Q. 그렇다면 작가님 작업만의 독특한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압화 재료를 일본에서 수입해 쓰는 보통의 방식과 달리, 저는 직접 모시나 삼베에 채색하고 직접 채집한 재료로 작업했어요. 재료를 만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힐링이자 원동력이었거든요. 강의할 때도 학생들과 직접 야외로 나갔죠. 직접 채집한 재료로 그림을 그리니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한다든지,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이 된 분도 있고, 확실히 만족도가 다르더라고요.


Q. 그럼 저는 궁금한 게, 집 정원에 심어두면 편할 텐데, 그렇게 안 하신다고요? 내가 지금 작업을 하고 싶은데 봄꽃이 필요해. 근데 지금 가을이야. 이러면 기다려야 되잖아요. 반년을.

그렇죠. 기다려야죠. 그러고 나서 야생에서 직접 만났을 때의 그 느낌, 그 반가움이 뭐랄까.... 비유를 좀 할게요. 남편이 낚시가 취미였는데, 예전에 제가 붓꽃 군락지를 보러 가고 싶어 했던 적이 있어요. 길이 너무 막혀서 애들이랑 집에 있으라면서, 자기가 대신 채집해다 주겠다는 거예요. 근데 그건 저한테 의미가 없거든요. 내가 직접 가서 만나는 게 중요한 거지, 누가 대신 채집해 준 건 저한테 의미가 없어요. 그걸 이해시키기 위해서 남편한테 이런 비유를 했어요. “당신도 물고기를 잡으려고 낚시하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즐기려고 하는 거잖아, 내가 잡아다 주면 무슨 소용이야?”라고요.

Q. 그런데 요즘 현대인들은 기다리는 걸 정말 못 견디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연을 기다리는 삶 속에서 작가님이 배우신 게 있다면 뭘까요?

무상함,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깨달았어요. 어제 활짝 핀 꽃도 오늘 시드는 무상함이 있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달까요. 또 꽃 한 송이에도 햇빛, 바람, 구름이 필요하듯 우리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배우기도 했죠.


Q. 저는 요즘 너 나 할 것 없이 초라함을 느끼며 사는 시대 같다고도 느끼거든요. 남의 성취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작가님 작업을 보면 이름 없는 들꽃, 심지어 버려지는 재료에서도 계속 가치를 발견해 내시더라고요. 자연을 변형시키는 게 아니라,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를 듣고 계신 것 같아요. 

세상에 귀하지 않은 존재는 없거든요. 이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다 귀한 존재예요. 제가 즐겨 쓰는 재료 중에 포도나무 껍질이 있어요. 벌레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농부들이 봄마다 벗겨서 태워버리는, 그러니까 원래는 버려지는 거예요. 저는 그걸 가져와서 삶아서 벌레를 없애고 눌러서 재료로 만들어요. 이렇게 가만히 바라보면 저마다의 쓰임이 보여요. 게다가 자연을 통해 계절이 늘 순환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온몸으로 마주하다 보니, 아무리 힘든 시기라도 견디다 보면 반드시 다음 봄이 온다는 걸 알기에, 인생의 혹한기도 이겨낼 수 있죠. 저는 20대 때부터 불교 서적을 즐겨 읽었는데, 순환한다는 것과 영원한 게 없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저한테는 큰 힘이 됐어요.


Q. 마지막으로, 이 코너의 공통 질문을 드릴게요. 요즘 가장 마음이 쓰이는 분들은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나이가 적든 많든, 모든 분의 가슴에 아름다운 꽃씨를 하나씩 품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꽃씨라는 건 저한테는 꿈이에요.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 아니라, 일흔이든 아흔이든 계속 기대하는 마음, 그래서 나를 꾸준히 성장시키는 그런 거요. 그게 일이든 사랑이든 행복이든 상관없어요.


Q. 나는 꽃씨가 없다고 느끼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내면의 소리에 너무 귀 기울이지 않아서 없다고 느끼는 것뿐이에요. 분명히 있는데, 그건 자기가 직접 찾아야 하는 거지 누가 대신 찾아줄 수는 없어요. 제가 벌판과 산을 다니면서 꽃씨를 발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거기에 꽃씨가 있다는 사실을 그냥 모르고 지나치잖아요. 근데 모르고 지나친다고 없는 게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속에도 다 있는데, 그 울림의 소리를 좀 소홀히 하는 거죠. 자연을 채집하러 다니면서 바라보는 그 관점처럼, 우리도 우리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결국 누구에게나 씨앗은 있어요. 없는 건 절대 아니에요.

editor 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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