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안전사고 #발밑조심
[Vol. 2] 2023/03/13
《위험한 초대》

🛏️뮤지엄 안은 위험해!?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 ≪WE≫에 전시된 <무제(2001)> ©Gulleryo

  님, 혹시 전시를 관람하다 작품이 실제 물체인지 그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지 않았나요? 저는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WE≫를 관람하면서 “이거 3D아트야, 실제 설치 작품이야, 뭐야?” 한 것들이 많았어요. 특히 위 사진의 <무제(2001)> 작품을 보면서 놀랐는데요, 전시장 바닥을 진짜로 뚫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믿을 수 없어서 몇 번이고 요리조리 살펴보며 저 작품 주위를 한참 서성였답니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를 가진 작품들은 관람객들이 어떠한 경계도 없이 작품 가까이 다가가거나, 손을 뻗치는 행동 등 돌발 상황들이 많이 일어나곤 해요.

  이런 작품을 관람할 때면, 관람객들이 작품이 평면의 회화인 줄 알고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손을 뻗쳐 만져보려 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 십상이에요. 그러다 보면 작품이 훼손되기도, 관람객이 다치기도 하는 등 모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요. 지난 레터에서는 관람객의 부주의함으로 단순히 작품이 훼손된 이야기만 했다면, 오늘은 그 반대로 작품 때문에 관람객이 위험에 빠진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어디나 국룰

아니쉬 카푸어 <림보로의 하강>이 전시된 곳 외부 모습 ©세할베스 현대미술관

  2018년 8월, 포르투갈 포르투의 세할베스 현대미술관(Museu de Arte Contemporânea de Serralves)에서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설치미술 작품 <림보로의 하강(Descent into Limbo)>을 감상하던 60대 이탈리아인 관람객이 작품 속 빈 공간에 빠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1992년 아니쉬 카푸어가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정육면체 형태의 공간 안 내부 바닥에 약 2.5m 깊이의 구멍을 뚫고 그 속은 검게 칠해져 있어요.

세할베스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림보로의 하강> ©아니쉬 카푸어

  님이 보기엔 어떤가요? 땅이 꺼져 내려간 듯한,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처럼 보이나요? 아니면 바닥에 그려진 검은색 원* 그림으로 보이나요? 이 작품을 보는 관람객 대부분은 작품이 그림인지 실체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검은색 원 안을 내려다보면서 작품을 감상한다고 해요. 이로 인해 몇몇 관람객들이 구멍에 빠지거나 실체임을 알고 놀라 바닥에 넘어지면서 다치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 이탈리아 관람객도 그중 하나였어요. 허리를 다친 이 관람객은 병원에 입원했지만, 다행히도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해요. 사고 소식을 접한 아니쉬 카푸어는 “무슨 말을 하겠나. 유감이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후 작품은 문제없이 전시를 이어갔어요.

  사건 당시 전시 공간에 직원이 있었고 주의 표시도 되어있었지만, 작품 주변에 펜스는 없었어요. 사건 이후에서야 세할베스 현대미술관은 작품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안전 테두리를 설치했고, 작품 감상 시 안전에 대한 안내문을 따로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제공했어요.

  뮤지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관람객이 원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작가가 의도한 하나의 관람 방법임을 뮤지엄은 알았을 것이기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고 중 하나였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작가나 뮤지엄에서 미리 안전성을 검토하고 안전한 작품 관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아니쉬 카푸어와 반타 블랙(Vanta Black)

  반타 블랙은 빛을 99.965% 흡수하는 가장 어두운 검은색으로 빛의 흔적이 남지 않아 깊이를 거의 알 수 없는 상태로 인식되는 색이랍니다! <림보로의 하강>에 쓰인 검은색도 반타 블랙인데요, 사진으로만 봐도 깊이를 알 수 없죠?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반타 블랙 개발 연구에 투자한 아니쉬 카푸어는 예술가 중 이 색을 본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독점계약을 맺었다는 것!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터빈 홀에 설치된 도리스 살세도의 <쉽볼레> ©테이트 모던

  이번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07년으로 가볼게요. 2007년 10월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빈 홀에서는 도리스 살세도(Doris Salcedo)의 설치 작품 <쉽볼레(Shibboleth)>가 전시되었어요. 정치적 이념을 담은 이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전시장 바닥에 167m에 달하는 균열(Crack)을 냈는데요,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균열은 긴 터빈 홀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고, 반대편에 다다를수록 더 깊고 넓게 패어 있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균열의 가장 넓은 곳은 약 30cm, 가장 깊은 곳은 약 90cm에 달해요.

터빈 홀 바닥에 만들어진 균열(Crack) ©테이트 모던

  처음 이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 관람객들은 이 균열이 그림이거나 3D아트일 거로 생각했다고 해요. 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대부분 관람객은 ‘설마! 테이트 전시장 바닥에 90cm나 파인 균열이 존재한다고?’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래서 사전 정보 없이 방문한 일부 관람객들이 종종 입구에서부터 균열에 걸려 넘어지곤 했다고 해요.

도리스 살세도의 <쉽볼레>를 감상하는 관람객 ©truu

  뮤지엄 관계자에 따르면 관람객(한 번에 1-4명 권장)은 이 방에서 30초 동안 머물 수 있는데요, 문을 닫고 들어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별다른 보안도 없어 예방할 수 없었다고해요. 하지만 이후에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경비를 강화할 것이라 했어요.

  그렇다면 전시가 열리는 6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부상자가 있었을까요? 공식적으로 테이트에서 말한 부상자는 15명이지만, 비공식적으로 더 많은 관람객이 다쳤다고 해요. 작가는 이러한 부상자 발생에 깊은 유감을 표했고, 테이트와 협력하여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전시 기간에 여러 번 영국 보건안전청에 신고 되었지만, 테이트는 전시장에 직원들을 추가 배치하여 감시하도록만 했을 뿐, 전시가 끝날 때까지 안전 펜스를 따로 치지 않았어요. 또한, 작품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안내문을 추가 작성하여 세워놓았지만, 해당 안내문이 적절치 않은 위치에 있어 관람객들이 놓치는 경우 잦았다고 하는데요, 정말 이 대처가 최선이었을까요?

🔫가까이 오지마, 다가오면 쏜다

작품 앞 설치된 안전 펜스 ©Zombie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오늘 소개해드린 사건들 외에도 작품 때문에 관람객이 다치는 일들이 여러 뮤지엄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어요. 따라서 작품이 전시될 때는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필히 고려되어야 해요. 특히 설치작품은 일반적인 평면 작품에 비해 공간을 더 차지하기도 하고, 관람객이 직접적으로 다가가 상호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뮤지엄은 전시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파악하고 관람객이 안전한 작품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해요.

  이러한 사건은 관람객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뮤지엄의 신뢰도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요.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단순히 법적 책임을 지키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뮤지엄이라는 문화공간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에 뮤지엄은 작품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과 대처 능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 또한! 관람객인 우리도 뮤지엄 안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항상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거 잊지 말아야겠죠?

REFERENCES
BBC NEWS(2007.11.26.), More visitors hurt in Tate's hole, http://news.bbc.co.uk/2/hi/entertainment/7112960.stm
Cristina Abellan Matamoros(2008.08.22.), Man ends up in hospital after falling into art installation of black hole, EuroNews, https://www.euronews.com/2018/08/22/man-ends-up-in-hospital-after-falling-into-art-installation-of-black-a-hole#vuukle-comments-522636
Elizabeth Hopkirk(2008.04.11.), Tate Modern's mysterious crack closes, Evening Standard, https://www.standard.co.uk/hp/front/tate-modern-s-mysterious-crack-closes-6678967.html
Jon Henley(2007.10.10.), Cracked!,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07/oct/10/art
Lusa(2018.08.14.),Visitante de Serralves cai na Descida para o Limbo de Anish Kapoor, PÚBLICO, https://www.publico.pt/2018/08/14/culturaipsilon/noticia/visitante-cai-na-descida-para-o-limbo-de-anish-kapoor-1841028
이은주(2023.02.06.). 전시장 바닥 뚫고, 비둘기도 풀고…미술계 침입자 카텔란, 리움 접수,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8410
차병섭(2018.08.22.). "그림인줄 알았나"…2.5m 깊이 '구멍 뚫린' 설치작품에 빠져, 연합뉴스, https://www.rnx.kr/news/articleView.html?idxno=73186
https://anishkapoor.com/
https://www.tate.org.uk/art/artworks/salcedo-shibboleth-iv-p20337
https://web.archive.org/web/20080910142844/http://www.tate.org.uk/modern/exhibitions/dorissalcedo/default.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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