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존중받는 만큼, 친구도 존중받고 있을까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저 아이 엄마는 저 모습을 알까?’

 

이런 생각 정말 많이 해요. 어떤 말이나 행동을 보면 ‘모를 거야.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싶기도 하고요. 물론 알고도 애쓰는 중일 수 있겠지요. 그래도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런데 남의 아이를 보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제가, 정작 우리 아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다른 어른도 혜린이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엄마니까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봐왔고,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언제 기분이 나빠지는지도 아니까요. 그런데 제가 잘 아는 건 주로 저와 있을 때의 혜린이예요. 엄마가 없는 곳에서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는,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짐작할 때가 훨씬 많고요.

 

집에서 아이는 주인공인 순간이 많아요. 아이가 말을 하면 들어주고, 좋아하는 반찬을 기억해주고, 표정만 조금 달라져도 무슨 일이 있나 물어봐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도 많고요.

 

친구들 사이에 가면 모두가 그런 집에서 나온 주인공들이에요. 다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자기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겠지요. 그 안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하고,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일을 겪으며 지내는 거예요.

 

그러니 집에서 보는 모습과 다를 수 있겠어요. 엄마에게는 그렇게 싫다고 잘 말하던 아이가 친구에게는 한마디를 못 할 수도 있고요. 집에서는 순하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친구의 말은 자꾸 끊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어느 쪽이든 엄마는 의외일 거예요. 우리 애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어서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도 좋고, 놀이터에서 함께 지내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 바라봐도 좋겠지요. 엄마에게 하는 설명을 듣는 것과 아이들 사이에서 실제로 오가는 말과 행동을 보는 건 다를 테니까요.

 

누가 놀이를 정하는지,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하는지. 우리 아이가 말할 때 친구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친구가 말할 때 우리 아이는 어떻게 듣는지요. 꼭 싸우는 모습을 봐야 아이의 친구 관계를 알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별일 없이 노는 동안에도 서로를 대하는 모습은 보일 거예요.

 

그때 제 눈이 어디로 먼저 갈지도 생각해봤어요. 아마 우리 아이를 서운하게 하는 친구의 말은 금방 들릴 것 같아요. 반대로 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한 말은 ‘원래 말투가 저래서’, ‘나쁜 뜻은 아니었을 거야’ 하며 넘기기 쉽겠지요. 내 아이의 사정은 제가 더 많이 알고 있으니까요.

 

친구가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면 고집이 세다고 느끼면서, 우리 아이가 그러면 자기주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친구의 장난에는 너무 심하다고 하면서, 우리 아이의 장난에는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이유를 찾아줄 수도 있고요. 저도 제 아이를 객관적으로 본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같은 행동을 두고 내 아이와 친구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려고 해요. 내 아이에게 더 엄격하게 굴자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아이가 한 말을 친구가 똑같이 했다면, 나는 어떻게 느꼈을까. 그 정도는 저에게 물어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잠깐 본 모습으로 아이의 성격을 정해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날은 특별히 하고 싶은 놀이가 없어서 친구가 하자는 대로 했을 수도 있고, 유난히 신이 나서 목소리가 커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 번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주 반복되는 일이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어요.

 

가령 우리 아이가 놀이를 정하고 친구들이 따라왔다면, 저는 처음에는 잘 이끌고 있네 싶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 친구가 다른 걸 하고 싶다고 말할 때도 들어주는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돼도 같이 놀 수 있는지까지 봐야겠지요. 놀이를 이끄는 것뿐 아니라 친구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중요하니까요.

 

늘 양보하는 것처럼 보여 걱정이 되는 아이에게도 물어봐야겠지요. “아까 친구가 하자는 놀이를 했는데, 너도 재미있었어?” 정말 괜찮았을 수도 있어요. 그 놀이보다 그 친구와 함께 있는 게 더 좋았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싫었는데 말을 못 했다면, 어떤 점 때문에 말하기 어려웠는지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잘 놀았다는 말 안에는 이렇게 여러 모습이 있을 거예요. 누군가는 마음껏 자기 뜻대로 해서 즐거웠고, 누군가는 계속 맞춰주느라 힘들었을 수도 있죠. 우리 아이가 재미있었다고 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었는지는 아직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아이가 친구의 싫다는 말을 듣고도 장난을 계속하거나,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아이를 못 끼게 하는 모습을 봤다면 그냥 넘기지는 않으려고 해요. 우리 아이가 왜 그랬는지도 듣겠지만, 그 이유가 친구에게 한 행동을 모두 괜찮게 만들어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무엇을 멈춰야 하고,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함께 생각해봐야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아이가 늘 양보하고 누구에게나 좋은 친구가 됐으면 하는 건 아니에요.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죠. 다만 자기가 의견을 말하듯 친구도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걸 배웠으면 해요. 집에서는 어른이 알아서 맞춰주던 일도 친구와는 서로 맞춰가야 하니까요.

 

아이에게 무엇을 공부시킬지는 참 많이 생각해요. 그런데 저도 내 아이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어떤 친구 앞에서는 편안한지, 언제 자기 마음을 숨기는지, 또 어떤 순간에는 친구의 기분을 미처 살피지 못하는지요. 그런 것을 알아야 제가 도와줄 일도, 알려줄 일도 조금 더 분명해질 것 같아요.

 

혜린이가 엄마는 내 편이라고 믿으면서도, 자기 행동이 친구에게 어땠을지는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아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보게 되면,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만 보지는 않으려고 해요. 친구의 말을 듣는지, 싫다는 반응을 알아차리는지, 다른 아이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지요. 내 아이가 존중받으며 지냈으면 하는 만큼, 내 아이 곁에 있는 친구도 존중받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쿨한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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