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과 구조 실패의 법적 책임을 묻는 재판들은 지난해 11월 해경 지휘부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끝으로

세월호와 법원


안녕하세요. 최윤정 기자입니다.


다가오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 실패의 법적 책임을 묻는 재판들은 지난해 11월 해경 지휘부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10년 주요 판결에서 드러난 법원의 판단을 되돌아봤습니다.


(세월호 ‘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 최초 보고시각 등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관계자 관련 재판 등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본문은 판결문을 발췌하되, 읽기 쉽도록 다듬었습니다. 직위는 참사 당시 기준입니다)



1) 청해진해운 대표 김한식: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징역 7년 벌금 200만원


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 여객선을 수입했다. 선박의 명칭은 ‘세월호’, 선적항은 인천시로 등록했다. 증·개축 공사를 마친 뒤 2013년부터 인천~제주 항로에 운항했다.


청해진해운은 경비 절감을 이유로 이준석 선장과 같은 무능력한 선원들을 채용한 뒤 비상시를 대비한 훈련을 규정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 간부들은 세월호를 증·개축해 복원성(배가 기울어졌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약화시켰다. 직원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구조적 문제점을 시정하지 않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과적 및 부실한 고박(화물이 쏠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하는 일)을 조장했다.


세월호는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위험한 여객선이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이 위험한 선박인 세월호에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채 운항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 2014년 11월)



2) 세월호 선장 이준석: 살인 등 혐의, 무기징역


법은 선장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한다. 피고인은 위기 상황에서 구조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에 의해서도 대신 이행될 수 없는 것이었다.


피고인은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장’ 또는 ‘야간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조치할 수 있는 유일한 당직 의사’와 동등한 정도의 막중한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퇴선 명령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에서 먼저 퇴선해 해경 구조정에 승선했다. 자신이 선장임을 밝히지도 않고, 승객들의 상황을 해경에 말하지도 않았다. 진도에 있는 병원에서 신원이 밝혀질 때까지 스스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피고인에게는 자신의 행위로 승객들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인식을 넘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피고인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는 살인을 실행한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광주고법 제5-1형사부, 2015년 4월)



3) 목포해경 123정장 김경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징역 3년


123정은 사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함정이다. 피고인은 현장에 첫 번째로 도착한 해경 경비정인 123정의 정장이었고,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됐다.


피고인은 세월호에 450여 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받았다. 현장 도착 직후 갑판이나 해상에 승객들이 전혀 나와 있지 않은 사실을 목격한 피고인으로서는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23정 방송 장비를 이용하거나 승조원으로 하여금 갑판에 올라가 승객 퇴선을 유도하게 하는 것은 당시 상황에서 해경으로서 이행해야 하는 기본적인 조치였다.


무능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아무런 조치 없이 해경의 출동만을 기다린 상황에서 피고인의 지휘 내용은 훈련받지 않은 일반 어선 또는 민간인과 다를 바 없었다.


(광주고법 제6형사부, 2015년 7월)



4) 해양경찰청장 김석균 등 해경 지휘부 10명: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전원 무죄


(해경이) 퇴선 가능한 곳에 승객들을 집결시켰다가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는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때 지체 없이 해상으로 투신하도록 하는 조치를 실행했다면 대부분의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수난 사고에서 구조를 총괄하는 해경이 보여준 구조 능력과 지휘 능력은 분명한 한계를 노출했다. 피고인들이 지휘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최선의 결과를 낳지 못했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많은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과실이 인정돼야 한다.


피고인들은 세월호의 정확한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현장에 있지 않았던 피고인들이 퇴선 유도 및 명령 등 최선의 지휘를 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업무상 주의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 대형 인명사고 대비 역량이 부족하고 체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해경 조직의 사정을 과실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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