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는 베스트셀러 소설 실사화라 많은 OTT 플랫폼에서 관심은 가졌지만, 어마어마한 제작비 때문에 주저하는 곳이 더 많았대. 총괄 제작자 마이클 엘렌버그에 의하면, 보통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되는 쇼에 큰 예산을 투자하지 않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과감히 투자해줬다고 해. 그렇게 애플TV에서 투자한 시즌 1의 제작비가 약 1,000억으로 추정되는데, 제작비 비싸기로 유명한 <더 크라운>, <석세션>과 비슷한 수준이야. <오징어 게임> 시즌1 제작비가 약 200억인 걸 생각하면 WOW…

애플이여, 자본 바퀴를 돌려라~

캐롤라인 케네디曰 : 고한수는 히스클리프, 스칼렛 핌퍼넬, 피츠윌리엄 다아시, 레트 버틀러를 합쳐놓은 것 같은 남자예요…

👨🏻‍💻 데드풀 번역가, ‘황석희'의 열일 story

최근 유퀴즈에도 출연한 번역 능력자 황석희쨩!

Hoxy, 데드풀 본 사람?! 미국 특유의 언어유희와 욕설이 난무하는 액션 코미디 영화를 K-정서로 잘 번역해 입소문을 탔던 번역가 황석희 씨가 <파친코> 번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어. 이번 작업은 완성된 영화를 위한 자막 번역이 아닌 극 중 한국어 대사를 번역하는 작업이었는데, 무려 1년 넘게 진행 됐대. 게다가 요즘 쓰는 표준 한국어가 아닌 100년 전 선조들이 쓰던 경상도와 제주도 사투리가 주를 이루다보니 사투리 자문을 맡는 연극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고 하더라고. 덕분에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요즘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보다도 알아듣기 힘든 진한 찐 제주도 사투리를 들어볼 수 있어.

<파친코>는 미국 작가진이 영어로 쓴 대사를 황석희 씨가 자연스러운 한국말로 번역해 다시 작가진들의 컨펌을 받는 식으로 대사 작업이 진행됐다고 해. 이 과정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녹여낸 번역을 작가진이 이해하지 못해 황석희 씨가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들이 많았대. 극 중 어린 선자의 대사 “내는 죽어도 싫어예(작가진들은 직역된 ‘~even if I die’로 번역문을 읽음)" 같은 경우도 7살짜리가 극단적인 표현을 쓸 리가 없다며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대사 하나도 많은 전문가의 고민과 심혈을 기울인 <파친코>의 번역 story. 더 궁금하다면 이 기사를 참고해보도록!

📚 한국어판 품절 대란,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 - 소설 「파친코」가 사랑받는 이유

원작자인 이민진은 한국에서 태어나 7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교포야. 예일대 3학년(역사학과) 시절 재일교포 관련 강의를 들은 후 경시당하고 지워지는 일본 내 한국인(재일교포,자이니치)의 삶을 쓰기로 결심했어. 한국인이란 이유로 괴롭힘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재일교포 중학생의 사연을 듣고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친구끼리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 재일교포의 삶에 강력한 흥미가 들었다고 해. 작가는 이 이야기를 소재로 일본 내 한국인이 받는 차별과 진실을 알리는 「Motherland」라는 소설을 썼는데, 다 쓰고 읽어보니 이렇게 분노에 가득찬 소설은 아무도 읽지 않겠다 싶더래. 독자가 스스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2007년 다시 쓰기 시작한 원고가 지금의 「파친코」가 된거야.

「파친코」는 재일교포의 삶을 4대에 걸쳐 그려낸 두 권의 서사시인데, 식민지와 전쟁 그리고 분단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국 대한민국과 이주국 일본과 미국 모두에서 배척 받는 이민자의 이야기야. 이렇게 다양성·타자성·혼종성·다문화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주자의 삶과 정체성을 그린 문학을 디아스포라 문학(이산문학)이라고 하는데, 「파친코」는 눈물나는 사연으로 가득하지만, 주인공들의 삶을 위대하다고 마구 추켜세우지는 않아. 오히려 생존을 위해 열심히 지치지 않고 싸우면서도 흥이 많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까워. 그래서 작가는 소설을 관통하는 메세지이자 가장 애착하는 문장으로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를 꼽아. 그래서일까 소설은 세계 각국의 디아스포라 민족(즉 이민자)으로 구성된 나라인 미국에서 뉴욕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어. 경계가 허물어진 글로벌 시대에 공존하는 방식과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안하는 「파친코」는 디아스포라와 한국 정서를 연결하며, 미국과 전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까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어.

역사의 소용돌이에 의해 반강제로 일본으로 이주한 선자와 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3세대가 지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졌음에도 주변부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국과 일본 어디에서도 국민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채 법적, 인간적으로 열등한 이등 시민으로 치부되지. 재일 한국인들은 야쿠자와 파친코와 같은 음지를 선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1981년까지는 3년마다 체류권을 갱신해야 했어. 보통의 일상을 꿈꿨지만, 뿌리 때문에 받는 차별은 세대가 지나도 희석되거나 나아지지 않았지.

주류와 주변부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희망 고문과 고통을 돌려가며 받아온 이민자들은 현실에 순응하기도 하고, 투쟁과 편견 속에서 목숨을 잃기도 해. 여성, 외국인, 이민자, 식민지 국민 등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삶을 살아가는 재일교포에게 뿌리를 찾는 것은 평생의 숙제이지. <파친코>는 이 여정을 4세 재일교포인 솔로몬의 인생을 통해 보여줘. 선자와 모자수의 피땀 눈물로 다져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는 미국 유학과 거대 투자은행 취직까지 이뤄내고, 4세에 이르러 주변부 탈출이 가능한 것처럼 보여. 솔로몬의 성공 지향적인 태도와 능력으로 정체성 때문에 받는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듯한 착각을 주지. 하지만 솔로몬은 호언장담했던 계약 성사를 제 손으로 날려버리고, 약속되었던 사회적 보상도 얻지 못하면서 결국 주류 편입에 실패하게 돼.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엄청난 해방감을 느껴.

여기 문단 스포주의!

솔로몬은 할머니와 아버지 세대의 고생 썰이 자신의 세대와는 무관하며, 삶의 궤적이 다르다고 생각했었어. 그 고생과 억척스러움을 귀에 딱지 박히게 들었기에 다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우리를 차별한 일본에 복수하는 방법은 순간의 멸시와 차별을 참고서라도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뿐이라고 여겨. 반대로 이민 1세대이자 계약 성사의 열쇠였던 땅 주인 한국인 할머니에게, 그녀의 가족이 가진 한 줌의 땅은 물리적 ‘집' 이상의 의미를 갖지. 손끝이 부러져가면서 얻은 땅이자 고국의 음식과 언어를 쓸 수 있었던 타국 내의 안전한 ‘고향’이었던 거야. 할머니는 고액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그 땅을 팔지 않아. 한국인인 솔로몬과 선자로 인해 계약 테이블까지 가지만, 마지막 순간 너의 할머니여도 땅을 팔게끔 할 거냐는 질문에 솔로몬은 아니라고 대답해. 윗세대가 받았던 차별과 멸시, 설움의 경험이 자기 삶의 궤적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이 순간 솔로몬은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디아스포라적 삶의 복합성을 이해하고 윗세대가 내린 선택을 재단하지 않게 돼. 마침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수용하게 되지. 삶은 통제할 수도,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는 ‘파친코' 게임 같지만, 선자로 대표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언제나 삶에 충실했어. <파친코>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답을 내릴 순 없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헌사와도 같아.

드라마에서는 이 여정을 땅 주인 할머니와의 에피소드로 3화와 4화에 걸쳐 그려내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원작 소설에는 없어. 드라마에서는 과거 고국을 뒤로하고 오사카로 떠나는 배 안 조선인들의 불안해 하는 모습과 현재 솔로몬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일본인 간부와 땅 주인 할머니의 모습을 병치시켜. 그래서일까, 재일교포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투쟁이 더 와닿고, 어느새 국뽕 가득 차올라 가슴에 두 손 얹고 눈물 줄줄 흘리는 자신을 보게 될 거야…아래 명장면에서 해당하는 영상을 올려두었으니 본 사람도 안 본 사람도 꼭 보기! 

닷페이스의 소울푸드 시리즈를 찾아보니 재일교포의 ‘야끼니쿠'를 다룬 편이 있더라고! 보면서 오사카로 넘어간 선자의 삶이 실제이었음을 느낄 수 있어. <파친코>의 고증이 인상적이었다면 한번 보는 것을 추천…!  

<파친코>의 주인공은 선자이고, 그를 통해 부모님부터 손자까지 4대의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어. 근현대사를 다루는 역사소설 혹은 영상물에서 여성이 이토록 주체적이고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재현된 적이 있었던가 싶어. 희생된 모성, 헌신, 피해자, 짓밟힌 영토를 상징하는 신체 등, 제 3자에 의해 서술되지 않아. 선자는 가장 보통의 여성이자 <파친코>의 주인공으로서 매 순간 존재하고 선택해.

어쩌면 <파친코>는 전쟁과 시대적 혼돈으로 인해 남겨진 여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아. 선자를 사랑하던 아버지와 남편은 모두 일찍 죽고, 주변엔 요셉(선자의 아주버님)과 고한수 같이 뒤틀린 남성들만 남았지. 선자의 엄마는 남편을 잃고도 하숙집을 일구며 딸을 시집보내고, 이삭을 따라 일본으로 이주한 선자는 형님인 경희를 만나 서로 의지하고 김치 장사로 집안을 꾸려가. 가난과 차별 속에서 떳떳하게 생존해 낸 여성들의 책임감과 연대도 애틋하게 드러나지. 여성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출산과 살림 등, 생활적인 측면을 섬세하게 영상화해낸 부분 또한 인상 깊었어.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개고, 누군가를 먹이고 입히는 반복스럽고 수고스러운 일상의 손길이 쌓여 한 가족과 한 세대를 일구니까 말이야.

이민진 작가는 <파친코>의 초고에서 솔로몬을 주인공으로 썼다고 해. 하지만 일본에서 직접 재일교포들을 만나고, 손가락질과 고초도 마다 않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인공을 선자로 바꿨다고 하더라고. 이처럼 <파친코>의 선자는 주인공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어.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모를 수많은 여성은 선자와 같이 그 시대를 살아냈을 거야. 어느 역사도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선자라는 한 인물에 대한 역사이자, 어느 한 가족, 어느 한 시대, 어느 한 국가, 더 나아가 평범한 개개인인 우리 모두의 역사와 공명하지. 이 점이 <파친코>라는 여성 서사가 가진 고유한 힘이 아닐까 싶어!

주민들의 피드백을 간절히 기다리는 내비게이터의 심정.jpg

볼 수 있는 곳

애플TV+

장르

드라마

러닝 타임

총 8개 에피소드/ 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