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수요 랩터뷰의 주인공은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입니다. 제주도에 강의차 방문한 이상민 위원을 11월 7일(화)에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혹시 지난주에 랩 뉴스레터 보셨어요?
A. 그럼요!
Q. 오 그럼 수요 랩터뷰라고 인터뷰 코너를 새로 만들었는데요. 그것도 보셨나요?
A. 네. 봤습니다.
Q. 그럼 선생님이 두 번째 랩터뷰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것을 아셨나요?
A. 그건 몰랐습니다. (웃음)
Q. 요즘 아주 외롭게 싸우고 있단 소식을 듣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A. 정말 외롭습니다.
Q.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2+3은 뭐죠?
A. 5 아닌가요?
Q. 그럼 이렇게 묻겠습니다. 기재부 셈법으로는요?
A. 아! 3이요.
Q. 작년에 기재부가 법인세 감세 등이 담긴 세제개편안의 5년간 세수입 감소액을 총 13조원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위원님이 혼자 60조원이라고 주장했잖아요. 알고 보니 기재부의 셈법은 이런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내년에 세수입이 2조원 줄고, 이듬해 3조원 줄면 합쳐서 5조원 준 것인데, 기재부는 이듬해 줄어든 3조원은 전년의 2조원 감소한 것과 1조원 차이니 총 2+3이 아닌 2+1=3조원 감세했다고 계산한 것이었죠. 작년에 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 효과가 있었나요?
A. 그럼요. 기재부가 2024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을 때는 출입기자분들이 '누적법'으로 계산한 총 감세액이 얼마냐고 물었고요. 기재부도 자료에 직접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누적법으로 계산한 수치를 '백브리핑'에서 발표했습니다. 이제 감세 규모를 축소하는 혹세무민은 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Q. 작년에 감세한 효과도 있고, 세수 예측도 잘못한 탓도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국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세금이 60조원 정도가 덜 걷혔는데요. 갑자기 돈이 부족하니 정부의 대응이 '불용', 다시 말해 예정된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도 되나요? 작년에 이미 국회가 심의해 확정된 사업을 정부가 임의로 돈을 안 써서 집행을 안 해도 되는 것인가요?
A. 당연히 안 되죠. 예산은 주먹구구가 아니에요. 국회가 확정한 예산안대로 정부는 돈을 써야하고요. 세금이 덜 걷혀서 돈이 부족하면 다시 국회에 감액추경안을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하죠.
Q. 문제는 정부의 이런 대응이 지금의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2분기와 3분기 지표를 보면 수출과 민간소비는 살아나고 있는데, 정부소비가 감소하면서 경기를 침체시키고 있죠. 위원님이 최근 쓴 글에서 이런 상황을 '정부 재정발 경제위기'라고 표현했더라고요.
A. 지금처럼 내수가 위축된 적이 총 세 번이던데요. 2003년 카드대란발 경제위기, 2008년 금융발 경제위기, 2020년 코로나발 경제위기였고요. 이번은 명백히 정부재정발 경제위기에요. 재정이 경기조절의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이념을 떠나 상식인데요. 그걸 안 하고 있는 것이죠.
Q. 근데 아까 외롭게 싸우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 거에요?
A. 세금이 60조원 덜 걷히니 정부가 불용을 하기도 하지만, 그걸론 다 못 메우거든요. 그래서 외평기금 끌어와서 쓰고, 그걸로도 안 되서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총 23조원 정도를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에게 안 주고 있어요.
Q. 아니, 교부금의 규모는 내국세 일정 비율로 정하지만, 미리 정해진 예산안에 교부금 규모가 있잖아요. 감액 추경을 한 것도 아닌데, 기재부가 임의로 그걸 안 준다고요?
A. 맞습니다. 법에 따라 차감 정산을 하려면 2025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거나, 아니면 국회에서 절차를 밟아 감액추경을 하면 되는데요. 그걸 안 하고 그냥 안 주고 있어요.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공문 하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에요.
Q. 23조원 안 주는 것을 공문 하나 없이 하고 있다고요?
A. 제가 행안부에는 확인했어요. 공문 보낸 적 없다고요. 교육청쪽엔 아직 확인은 못했습니다.
Q. 교부금을 안 주면 법적인 제재가 없나요? 이렇게 마음대로 안 줘도 되는 거에요?
A. 사실 이런 것을 일일히 법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예산이 정해지는 과정 자체가 정치거든요. 규율하는 법이 없어서 문제라기 보단, 정치가 이것을 문제 제기하지 않는 게, 안타깝죠.
Q. 이번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나요?
A. 아니요. 한 마디도 안 나왔어요.
Q. 정말요? 교부금 23조원을 안 준 사안이 국정감사에서 문제 제기가 안 되었다고요? 그럴리가요.
A. 몇몇 의원들이 중앙정부가 주기로 한 교부금을 안 주면 지자체가 힘들텐데, 거기에 대해 대안이 있냐는 식으로 물어보긴 했어요. 그런데 이 23조원 안 주는 것 자체가 아무 근거가 없고, 이렇게 안 주면 안 되는 것이란 문제 제기는 없었습니다.
Q. 그래서 외롭게 싸우고 있군요. 그럼 이 23조원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세요?
A.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소송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행정소송, 헌법소원 권한쟁의심판 등 모든 수단들을 다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통과시켜달라고 국회에 와서 시정연설을 했잖아요. 작년 국회가 심의해 확정한 예산안도 이렇게 무시하면서 올해 또 예산안 심의를 해달라고 하는 상황이네요. 야당이 그냥 심의를 해도 되는 거에요? 심의는 또 무슨 의미가 있나요? 아예 예산안 심의 보이콧해서 정부로부터 약속을 받아내든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저도 이해가 안 가요. 이런 식이면 예산 심의가 의미 없어요.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예산안 심의를 보이콧해야 마땅하다고 봐요.
Q. 본인은 재정으로 밥벌이 한다면서도 이렇게 직접 문제 제기를 해서 무언가를 바꾸려고도 하는데요. 본인의 정체가 뭔가요? 연구자에요? 활동가에요?
A. 어떤 단체가 저 같은 사람을 연구활동가라고 부르더라고요. 저도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찾았다! 연구활동가! 두 번째 랩터뷰도 느낌이 좋다. 다음 랩터뷰도 기대해주세요. 끝.
*재정발 경제위기, 23조원 교부금 미지급 사태에 대해 더 알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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