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초등 학부모 총회를 다녀왔습니다.

1학년 때는 코로나라 총회를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요.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안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벌써 6년 전 일이네요.

처음엔 솔직히 다른 엄마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누가 왔나, 어떤 엄마들이 있나.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없는 일이었지요. ^^

해를 거듭하다 보니 이제는 보는 게 달라졌습니다.

다른 엄마들 대신, 교실이 보이고 선생님이 보이고 학교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학부모 총회, 왜 가야 할까요?

우리 어릴 때는 학교는 그냥 맡겨두는 곳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를 때려도 "네가 맞을 짓을 했겠지"였고, 엄마들이 오히려 학교에 찾아가지 않았어요.

괜히 부담을 드린다고요.


지금은 다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루 5~6시간을 보냅니다. 절대 적은 시간이 아니에요.

그 시간을 어떤 공간에서, 어떤 선생님과, 어떤 분위기 속에서 보내는지 한 번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모 총회는 그걸 볼 수 있는 자리예요.

물론 워킹맘이라면 총회 참석이 쉽지 않으실 수 있어요. 그럴 땐 공개수업을 활용하셔도 충분합니다.

총회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한 번이라도 그 공간을 직접 느껴보는 것이에요.


총회에서 진짜 봐야 할 것들

첫 번째, 교장선생님이에요.

교장선생님 말씀을 들으면 이 학교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보여요.

요즘은 교육부 기조 자체가 독서 최우선이라 학교에서도 독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도 6년 동안 독서 이야기 들었어요.

학교마다 결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6년 내내 한결같았습니다.


두 번째, 담임선생님이에요. 가장 중요합니다.

전화 통화와 직접 뵙는 건 완전히 달라요.

우리도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까, 뵈면 대충 어떤 스타일인지 감이 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아이가 집에 와서 친구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를 쏟아낼 때 거리를 두고 들을 수 있게 되거든요.

얼굴을 한 번 본 것만으로, 아 그 선생님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혹은 그건 좀 다르게 봐야겠다 판단이 생깁니다. 그냥 흘려듣거나 아이 말만 믿고 흥분하는 게 아니라,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세 번째, 교실 환경이에요.

총회가 끝나고 교실로 가면, 아이 책상에 한번 앉아보세요. 생각보다 작습니다.

그리고 앞뒤 책상과의 거리도 느껴보세요.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하루를 보내는구나  그 감각이 생겨요.

집에 와서 "걔가 맨날 이래" 하는 그 친구가 얼마나 가까이 앉아있는지 짐작이 가거든요.


사물함도 열어보세요.

검사하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뭘 더 챙겨줘야 할지, 정리할 때 뭐가 필요할지 보는 거예요.

아이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책상 위에 뭘 올려뒀는지, 의자에 뭘 걸어뒀는지  아이의 하루가 거기 있어요.


학부모 총회, 현실 이야기

우리 반 25명 중 오시는 분이 5명이 채 안 됩니다.

반대표를 뽑아야 하는데 다들 눈치를 보세요.

사실 그것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아예 안 오시는 분도 있어요.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반대표는 보통 아무 일도 없습니다.

저도 몇 번 했는데, 미안할 만큼 아무 일도 없었어요. 올해도 반대표입니다. ^^

정말 아무도 안 하시려고 하면 그냥 손들어도 됩니다.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학년대표는 반대표들 중에서 뽑히는데, 이쪽은 실제 활동이 있습니다.


학부모 회장은 요즘 하고 싶은 엄마가 하는 시대예요.

아이가 학급 회장이어도 엄마가 회장을 안 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이거 몰라서 눈치 보실 필요 없어요.


저도 아무도 하시려고 하지 않아 반대표만 했어요.

학교 행사 때 일손이 부족하면 가서 돕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학교에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히려 1학년 때는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6년이 지나보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게 자연스러워요.


인스타를 보면 학부모 총회 시즌마다 말이 많아요.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나, 어떤 가방을 들어야 하나.


저는요, 명품 가방은 없어서 못 들고 갔고요 ^^ 옷은 깔끔하게 입었습니다.

모자에 추리링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해요.

삼삼오오 모여서 크게 떠들지 않았고,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6년을 다녀보니 결국 이거더라고요.

가방도 아니고, 옷도 아니고, 심지어 그 엄마의 피부도 아닙니다.


내 아이의 태도예요.

학교가 좋아도, 선생님이 좋아도, 환경이 완벽해도 

아이 스스로의 태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크게 달라지는 게 없더라고요.

그리고 솔직히 꾸준히 태도가 좋은 아이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올라갔다 내려오고, 잡았다 싶으면 또 흔들리고. 그게 보통의 아이들이고, 그게 보통의 육아입니다.

오늘 흔들린다고 무너지는 게 아니에요. 멀리 보고 가면 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