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페이스를 회고하며...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처음으로 끝내는 연습을 합니다. 


단순한 단어가 모든 것을 표현해 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이 단어만큼은 지금 제가 꺼낼 이야기를 선명하게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한 달 정도 전 발송한 레터를 통해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해산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레터를 통해 미디어 매체로써 닷페이스가 해낸 성과와 해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었죠. 지난 7월 3일에 닷페이스는 고별 전시를 통해 닷페이스라는 이름을 건 마지막 콘텐츠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닷페이스 고별전 ⟨우리들의 엔딩 크레딧⟩ 전시는 7월 2일부터 7월 3일까지 연남동에 위치한 닷페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습니다. 전시에는 약 1,000여 명의 닷페피플(닷페이스 후원자)이 방문했습니다. 올해 5월 기준 닷페피플이 약 2,200여 명이었으니 절반에 가까운 닷페피플이 방문한 셈이죠. 유튜브 댓글을 통해 보내온 많은 이들의 응원이 이번에는 오프라인을 통해 전해지는 자리였습니다.


전시는 닷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해온 멤버들이 등장하는 비하인드 영상과 닷페이스가 발행한 프로젝트의 비하인드를 정리하고 추억하는 콘텐츠로 채워졌습니다. 또한 전시에 방문한 닷페피플이 남긴 메모들이 한 벽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구태여 한 차례 레터로 다뤘던 닷페이스 이야기를 또 한 번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전시가 마무리된 7월 3일에는 닷페이스의 시작부터 해산 직전까지 닷페이스라는 공동체 속에 몸담고 있던 멤버들이 모이는 홈커밍 데이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저 또한 홈커밍 데이에 초대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죠. 2016년 이십 대 초입에 시작해 이십 대의 중간을 건넌 닷페이스라는 곳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식스틴
다큐멘터리 영화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세상과 맞닿고 싶었습니다
2.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간직하며

세상과 맞닿고 싶었습니다

홈커밍 데이에서 우리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함께 보았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닷페이스 해산이 결정된 이후 닷페이스가 지나온 과정과 이루어낸 것 그리고 그 한계를 멤버들이 회고하는 내용이었어요.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고 창피해하는 사람도 간지럽게 웃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 멤버도 있었을 거예요. 마무리까지도 콘텐츠를 만들어내다니, 지독한 사람들! 맞아요. 제가 기억하는 닷페이스는 정말이지 지독한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독하게 세상과 맞닿아 있기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그리고 지독하게 그걸 실행했습니다. 


당시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우리는 임계점 앞에 서 있는 개인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각자가 느끼는 서로 다른 문제의식들이 정제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우리는 그것을 세상에 꺼내놓고 싶어 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은 환경, 노동, 퀴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로 카테고리화 되어 소개되고 있지만, 당시 우리는 각자의 아이템을 모아와 논의하고, 다듬고, 그것을 세상에 내놓으려고 했을 뿐이었죠. ‘내 주변 3미터를 바꾸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멤버 개인들이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메시지를 공유했습니다. 

닷페이스 엔딩 다큐멘터리

그렇게 우리는 세상과 점점 맞닿아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첫 영상은 ‘앉아서 오줌싸는 남자'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집에서 오줌을 쌀 때 서서 싸는지 앉아서 싸는지 따위의 대화에서 포착한 이야기였죠.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귀여운 발상인데, ‘응당 남자는 서서 싸야지!’라고 외치는 친구들을 향한 작은 일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닷페이스는 이외에도 매일 수영을 즐기는 한 멤버가 제작한 ‘수영장엔 오줌이 이만큼이나 있다!’ 같은 생활밀착형 콘텐츠도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개인임과 동시에 이 시대를 겪어내고 있는 한 명의 사회 구성원이기도 했습니다. 콘텐츠가 쌓이고 닷페이스라는 이름이 알려지며 메시지의 영향력도 높아졌습니다. 나의 친구와 나에게는 상식이라고 생각할 법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것이 닷페이스의 색깔을 만들어갔죠. 대중매체가 쉽사리 포착하거나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야기한다는 것만으로 콘텐츠 하나하나가 빛났습니다. 지금은 쉽게들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알파벳 나열이라고 알고있는 LGBT+라는 각각의 정체성을 소개하고 당사자를 인터뷰하는 시리즈가 있었고, 엄마와 아들의 섹스 토크쇼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닷페이스 전시 ⟨엔딩 크레딧⟩

닷페이스가 만들어진 시기에는 개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던, 아니 쏟아지던 때기도 했습니다. 닷페이스 구성원들이 임계점에 도달해 콘텐츠를 만들던 시기, 우리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강남역을 중심으로 포스트잇이 두세 장 붙여지기 시작한 때에 닷페이스는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켜고 거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또,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성소수자 부모님의 프리허그를 취재했습니다. 영어로 번역된 영상은 5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죠.

닷페이스 전시 ⟨엔딩 크레딧⟩

피디라는 직함조차 어색했고, 닷페이스라는 이름조차 사람들이 몰라 인터뷰 요청조차 쉽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다스페이스’ 혹은 ‘페이스닷'라고 부르기도 했던 시절이었죠. 그럼에도 우리는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업로드하기를 반복했죠. 우리는 천천히 3미터 그 너머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매체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책임이라는 것이 생기게도 되었습니다. 한 번은 군인권센터를 통해 연락이 왔습니다. 육군 내 성소수자 색출 사건을 알게 된 때였습니다. 군인권센터를 통해 녹취록을 전달받았고,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단 몇 시간 만에 영상을 만들어냈습니다. 2022년, 드디어 대법원은 육군 내 동성애가 무죄임을 선고했죠. 하지만 책임에 따른 고통이 따라오기도 했습니다.

닷페이스 전시 ⟨엔딩 크레딧⟩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간직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이 이야기의 범위가 아니라 싸움의 지점이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닷페이스 대표 썸머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꺼낸 말입니다. 비단 닷페이스만의 고민지점은 아닐테지요. 어느 순간부터 닷페이스는 분열이 일어나는 지점, 그 중앙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닷페이스가 성장할수록 내부 구성원들 또한 성장해가며 단순히 현장과 사실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닷페이스 출연자들을 보호하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드랙퀸 수라님 인터뷰 콘텐츠를 발행하고 난 뒤였습니다. 높은 조회수만큼이나 드랙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출연자에 인신공격이 쏟아졌습니다. 용기를 가지고 카메라 앞에 선 출연자를 지키지 못한 것 같다는 무력감, 출연자 뒤에 숨었다는 수치심이 몰려왔습니다. 이후 우리는 출연자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지를 올리며 입장을 분명히 했죠. 여기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일부일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과 맞닿아가는 동시에 마찰을 겪었고, 마찰로 인한 상흔을 안고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닷페이스 전시 ⟨엔딩 크레딧⟩

상처는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죠. 그 말을 완전히 부정하진 않겠지만 조금은 다르게 표현하고 싶군요. 회복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상처는 아물겠지만 회복할 시간 없이 상처 위에 쌓이는 또 다른 상처는 덧날 뿐입니다. 상처는 그렇게 몸에 새겨지고, 상처를 바라보는 나는 당시의 아픔을 상기하겠죠. 상처는 분명 그 전과는 다른 나를 만들어낼 테고요. 소진. 닷페이스의 해산을 알리는 레터에 적혀있던 단어입니다. 이제 이들에게는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물지 않을 상처는 생겼지만 언젠가는 귀여운 타투라고 말할 수 있도록요.


홈커밍 데이에서는 6년이 지나 한 챕터의 마무리 앞에 선 우리들 앞에 추억의 음식들이 놓여있었습니다. 상암동, 장충동, 홍제동 유진상가, 을지로, 망원동을 지나 연남동까지 6년간 이사도 참 많이했습니다. 그곳들에서 즐겨먹던 음식들을 애써 포장해와 먹으며 우리는 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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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 [ASMR LIVE] #1.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가사의 일부입니다. 엊그제 조깅을 하며 들었던 노래입니다. 레터에서 꺼내놓고 싶은 마음이 묻어있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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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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