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는 걸까요?
코트워치는 금요일마다 서울역 인근에서 회의를 합니다.
지난 금요일(24일) 아침 뉴스를 보니, '서울역 칼부림 예고'를 알리는 보도들이 보였습니다. 김주형 기자에게 바로 기사 링크를 보냈습니다.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요.
예고가 올라온 건 이틀 전인 22일입니다. A는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서울역에 5월 24일 칼부림하러 간다, 아무나 50명 죽이겠다'는 예고 글을 올렸습니다.
경찰은 디시인사이드 본사에서 A의 접속기록 등을 압수했습니다. 그리고 24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의 집에 있던 A를 찾아 체포했습니다. A는 곧 구속됐습니다.
A는 왜 이런 예고 글을 올렸을까요. 이런 글을 올린 A는 어떤 사람일까요.
아마도 체포된 A가 재판에 넘겨지면 알게 될 겁니다. 물론 재판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에는 사실이 아닌, A의 주장에 불과한 것도 있겠지요.
저는 A 같은 '익명의 협박자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올리는지 궁금합니다.
'익명의 협박자들'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한 이유도 매일 뉴스에 나오는 이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사로 쓰지는 않았지만, 지난 3월 4월 저는 '익명의 협박자' B의 2심 재판을 세 번 보러 갔었습니다.
B는 이런 사람이었어요.
- B는 지난해 8월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 갤러리에 '서현역에서 한국 남성 20명을 찌르겠다'는 글과 회칼 사진을 올렸습니다.
- B는 30대 중반이었습니다. 손목에는 큰 까만색 시계를 차고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짧은 머리를 풀었고, 어떤 날은 묶었습니다.
- B는 별다른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 '살인 예고글'은 주목받기 위해 올린 것이지, 누군가를 해하려는 의사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코트워치가 보도했던 '익명의 협박자들'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B처럼 '디시인사이드 유저'였고, 직업 없이 집에 고립된 시간이 많았고, 우울증이나 중독 등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놓인 상황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겁니다. 관심을 끌기 위해 올린 글 때문에 다수의 경찰이 투입됐고,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으니까요.
재판 당시 수감돼 있던 B는 법정에 들어올 때마다 방청석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B의 재판에 갈 때마다 보였던 두 사람이 B가 찾는 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들이 B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했으나, 아닐 수도 있습니다.
B의 부모님은 B가 구속된 후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집에서 수원구치소까지 거의 매일을 B를 보러 왔다고, B의 '계도'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변호인이 말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B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재판장이 집행유예를 말하는 순간, 뒤편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습니다. 재판장은 B를 꾸짖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덤덤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었습니다.
저는 한때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A나 B의 이야기를 왜 코트워치에 남겨야 하는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범죄들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되지 않게 하려면 이들의 동기나 처지를 알아야 한다는 대답은 너무 빤한 것 같고, 이런 범죄들이 지금 시대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주에 들은 조언처럼 '코트워치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는 생각은 확고합니다.
앞으로 취재를 이어가며 더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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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번 주에 몇 가지 '대외활동'을 했습니다. 한국에 온 INN(미국 비영리언론 네트워크) 수 크로스 대표를 만났고요, 뉴스민·뉴스앤조이·뉴스하다·미디어날 등 독립언론 선배들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독립언론으로 '버티는 마음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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