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5월 첫째 주 뮤지컬 소식으로 인사드리는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열리는 시기라 평소보다 공연 편수도 많거니와 항상 서울과 수도권에서 열리는 공연 소식을 전해드리다 모처럼 지역 공연 위주의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반갑기도 합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프로덕션의 공연들을 만날 수 있는 DIMF 무대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더욱 다양해진 여성서사입니다.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는 동명 영화와 동명 주제곡의 명성 때문에 자칫 중장년층의 향수를 일깨우는 작품으로만 오해할 수 있지만 직장 내 성차별과 싸우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도 여전한 전투 속에 있는 여성들과 교감하고, <에피 브리스트>는 현대에 이르러 더욱 첨예한 것이 되고 있는 여성의 결혼과 가정 내 지위에 대해 다시 한번 환기시킵니다. 또한 <메리 애닝>과 <로자 바글라노바>는 각각 영국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메리 애닝과 카자흐스탄 국민가수 로자 바글라노바의 생애를 접하며 우리가 잘 몰랐던 여성 역사의 페이지를 열어젖힙니다. 서울 공연을 마치고 대구 관객들과 만나는 <비밀의 화원> 소식도 함께 전달합니다.

이 외에도 이태영 변호사의 생애를 다룬 신작 뮤지컬 <百人堂 태영>과, 6년 만에 내한하는 <시카고>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 팀 공연 소식, 배우 박해미 씨가 연출가로 나선 <AGAIN - 여고동창생>과 김하연 작가의 원작 소설을 뮤지컬 무대로 옮긴 <시간을 건너는 집>의 초연 소식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여성들이 펼쳐내는 다채로운 무대만큼 그 무대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야가 좀 더 넓어질 수 있는 5월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허시어터는 다음 주 연극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의 오리지널 프로덕션 내한 공연으로 막을 올립니다. 국내 초연이기도 한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는 콜린 히긴스 감독의 1980년 작 동명 영화가 원작으로, 영화의 모티브가 된 노래 ‘9 to 5’는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의 대표곡으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기도 한 히트곡입니다.

뮤지컬은 원작 영화의 극본가인 퍼트리샤 레스닉과 주연과 음악을 맡았던 돌리 파튼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대본과 음악 작업에 참여했고, 2008년 LA 트라이아웃을 거쳐 이듬해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초연을 선보였습니다. 2012년부터 영국 투어를 시작해 2013년 초 제프 칼훈이 연출로 합류했고, 2019년 웨스트엔드에 상륙했습니다.

줄거리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대기업 사무직으로 새 출발하는 주디, 주디와 같은 부서의 과장으로 매번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바이올렛, 글래머 몸매로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리는 비서 도랠리, 이 세 명의 여성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힘을 합쳐 악덕 상사와 맞서 싸우는 내용을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일시 | 05.19 ~ 05.28
장소 | 대구오페라하우스
지난해 DIMF 창작지원작으로 선보였던 <메리 애닝>이 올해는 공식초청작으로 다시 대덕문화전당 무대에 오릅니다. 영국에서 최초로 공룡 화석을 발견한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메리 애닝의 생애를 다룬 작품인데요, 여성으로, 가난한 평민으로, 회중교(침례교의 전신) 신자로 평생 성별과 계급, 종교에 대한 차별과 싸워야 했던 메리 애닝은 전 시대에 걸쳐 가장 저평가받은 여성 과학자이자 과학교육 없이 스스로 과학자의 길을 걸어간 천재 과학자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메리 애닝이 활동했던 19세기 초중반 영국 여성들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공직에 진출할 수도 없었으며, 투표권도 없는 이등 시민이었고, 영국 과학계는 국교회(성공회의 전신) 신자로 중산층 계급의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런던지질협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애닝의 입회를 거부했습니다.

애닝이 47세의 나이로 유방암 투병 끝에 사망하고 나서야 그의 불우한 생애에 대한 조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요, 2010년 왕립학회는 애닝이 사망한 지 163년 만에 그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과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았습니다. 뮤지컬 무대로 옮겨진 <메리 애닝>은 지난해 DIMF 폐막식에서 창작뮤지컬상과 메리 역을 맡았던 배우 최서연 씨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조치현 씨가 메리 역으로 관객들과 만납니다.
 
일시 | 05.20 ~ 05.21
장소 | 대덕문화전당
목소리 프로젝트의 신작 <百人堂 태영>이 초연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목소리 프로젝트는 박소영 연출, 이선영 작곡가, 장우성 작가를 중심으로 한 창작집단으로,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생애와 사상을 무대에 복원하려는 취지로 2017년 결성되었습니다.

2018년 첫 번째 작품으로 전태일 열사의 생애를 다룬 <태일>을 선보였고, 2019년에는 소록도에서 평생 봉사활동을 한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이야기를 다룬 두 번째 작품 <섬: 1933~2019>을 공연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공연할 <百人堂 태영>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였던 이태영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세 번째 작품입니다.

이태영 변호사는 195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당시 판사 임용권자였던 대통령 이승만은 그가 여성이고 남편이 야당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판사 임용을 불허했습니다. 이에 이태영 변호사는 1956년 여성법률사무소를 열어 성차별적 법제도 아래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한 변론을 하며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결혼금지 폐지 등 본격적인 가족법 개정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제는 이태영 변호사가 1998년 세상을 떠나고 7년 뒤, 세기가 바뀐 2005년에야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공연은 두 명의 배우가 태영의 목소리 역과 태영의 삶을 이야기하는 서술자의 목소리 역을 맡는 2인극으로 전개되는데요, 태영의 목소리에는 이봉련, 백은혜 씨가, 서술자의 목소리에는 이현진, 이예지 씨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일시 | 05.19 ~ 06.18
장소 | 우란2경
코로나 팬데믹이 해제되고 나서 내한 공연 소식도 부쩍 많아지고 있는데요, 5월에는 <시카고>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내한이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의 1996년 리바이벌 버전으로, 이 버전이 공연된 지 올해로 25주년이 되며, 같은 버전의 내한 공연은 2003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 올려진 바 있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1920년대 시카고, 언론과 자본이 결탁한다면 살인도 훌륭한 쇼비즈니스의 소재가 될 수 있었던 범죄와 환락의 시대를 배경으로 두 주인공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무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 스타로 거듭나게 되죠.

죄책감 없는 남편 살해와 그에 대한 면벌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황금만능주의와 옐로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가부장제에 대한 단죄로도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에게 미모가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파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토론을 야기시키는,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띠는 작품입니다.
 
일시 | 05.27 ~ 08.06
장소 |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배우 박해미 씨가 연출을 맡은 뮤지컬 <AGAIN - 여고동창생>도 초연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부여여고 밴드 문라이트 멤버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세 명의 중년여성 주연, 추자, 미미가 주연의 어머니 부고 소식과 함께 다시 모여 옛 추억 속에서 다시 공연을 준비하는 이야기로, 고교 동창들이 빈소에 모여 추억여행을 한다는 이야기의 얼개가 2011년 영화 <써니>를 연상케 하는 레트로 콘셉트의 작품입니다. 박해미 씨는 주인공 주연 역으로 연출과 출연을 겸하고 가수 김완선 씨가 추자를, 배우 황석정 씨가 미미를 맡아 문라이트 멤버로 열정과 추억의 무대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일시 | 05.25 ~ 06.11
장소 | 로운아트홀
김하연 작가의 청소년소설 『시간을 건너는 집』이 뮤지컬 무대로 옮겨집니다.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에게만 보이는 시간의 집,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는 네 명의 아이가 모이면 세상의 시간이 멈추게 되는데요, 시간의 집에 모인 아이들은 과거, 현재, 미래로 갈 수 있는 세 개의 문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원작에서 학교폭력, 엄마의 암 투병, 부모의 방임 등 저마다 다른 아픔을 안고 있던 아이들은 뮤지컬 무대에서는 학교폭력이라는 동일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자영, 어린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수, 동생의 학교폭력을 방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선미는 현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간으로 가고자 합니다. <아랑가>의 김가람 작가, <Swan upon Avon>의 김진하 작곡가, <스핏파이어 그릴>의 허연정 연출이 참여했고, 배우진은 홍유정, 오유민, 피사옥, 홍이지 씨 등이 출연합니다.
 
일시 | 05.25 ~ 05.27
장소 |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
DIMF 폐막작은 카자흐스탄 뮤지컬 <로자 바글라노바>입니다. 로자 바글라노바는 오페라와 팝을 넘나들며 폭 넓은 음악세계를 보여준 카자흐스탄의 전설적인 가수로, 2차 세계대전 동안 카자흐스탄 군인들을 독려하기 위해 전쟁터를 방문해 탱크 위에서 위문공연을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전 세계 50여 개 나라에서 공연하며 카자흐어, 러시아어, 위구르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우크라이나어 등 다양한 언어로 노래했습니다.

소련 시절에는 카자흐스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고, 1967년에는 소련 인민예술가, 1996년에는 키르기스스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며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는데요, 아직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국내 무대에서 카자흐스탄 뮤지컬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니 축제기간에 대구 방문 계획이 있는 분들은 이 공연을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시 | 06.02 ~ 06.03
장소 | 대구오페라하우스
19세기 독일 소설가 테오도르 폰타네의 대표작 『에피 브리스트』가 뮤지컬 무대로 옮겨져 DIMF 관객들과 만납니다. 『안나 카레니나』나 『보바리 부인』만큼 널리 읽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두 작품과 함께 결혼 이야기 3부작으로 꼽히며 간통을 소재로 19세기 여성의 결혼과 가정 내 지위, 나아가 사회적 위치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귀족 집안의 무남독녀로 귀하게 자란 주인공 에피 브리스트는 17살이 되던 해 38살의 인슈테텐 남작과 결혼하는데요, 스무 살 넘게 차이가 나는 남편과의 무미건조한 결혼생활 속에서 시들어가던 에피는 남편 친구 크람파스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고, 이 불륜은 둘 사이에 오고 간 편지가 남편의 눈에 띄며 들통나게 되고 기어이 에피를 파국으로 몰아갑니다.

여성에게는 결혼으로 가는 하나의 길만이 열려 있던 시절, 그 길에서 벗어나려 했던 여성이 어떤 징벌을 받는지 보여준 작품들을 문학사조는 ‘사실주의’로 분류하는데요, 이러한 작품들이 나온 지 백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간통죄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성을 결혼으로 밀어넣으려는 힘, 그리고 결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에 대한 징벌은 과연 얼마나 약해졌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역시 국내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운 독일 오리지널 프로덕션 팀의 내한 공연이고 이 공연의 반응에 따라 라이선스 무대 여부도 결정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일시 | 06.03 ~ 06.04
장소 | 어울아트센터 함지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비밀의 화원>은 DIMF 공식초청작으로 대구 관객들과 만납니다. 서울 무대에 올랐던 홍나현, 유낙원 씨 등이 대구 공연에도 함께합니다.
 
일시 | 06.02 ~ 06.04
장소 |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이번 호에서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허시어터를 통해 공연을 알리고자 하시는 여성 창작자들께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메일로 준비 중인 공연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위클리 허시어터에 대한 의견을 나눠주시거나 지난호를 다시 보실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눌러주세요. 그리고 허시어터 레터가 스팸메일함에 들어가지 않도록 허시어터 메일(theatreher@gmail.com)을 주소록에 꼭 추가해주시고 지메일 사용자는 프로모션 메일함을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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