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공복을 사수하라!
오늘 끼니로그에는
#소화력의 불씨를 지켜요
#먹지 않을때 몸에선 무슨 일이
#책 증정 발표!📢
담아왔습니다✉
# 아그니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인가. 소화도 잘 되어야 비로소 잘 먹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맛있는 것을 눈앞에 놓고 저는 이 사실을 곧잘 잊곤 합니다. 

인도 의학 아유르베다에선 음식을 소화해 흡수하는 능력을 '아그니'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고 해요. 아그니는 '불'이라는 뜻인데, 아유르베다 경전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고 합니다. "아그니는 생명의 불씨와 같으니 잘 보존해라."

저는 이 직관적인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이 개념을 알려주신 선생님께서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 몸이 잘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불이 활활 타도록 하는 것'에 비유하시더라고요.

반대로 당장 즐겁지만 몸에는 부담이 되는 일 - 넘치도록 먹기, 일하거나 노느라 잠자지 않기, 많은 술을 마시기 등등 - 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이 불에다가 양동이로 '콸콸' 물을 갖다 붓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거예요.

무슨 음식을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는 지도 중요합니다. 간헐적 단식 등을 이미 접해보신 분들께는 익숙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음식을 섭취하는 빈도 또는 간격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끼니로 인식하는 그럴싸한 밥상 뿐만 아니라, 무심코 마시는 음료, 커피, 간식으로 집어먹는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소화하는 게 몸에 큰 무리가 된다고 해요.

어릴적 어른들이 '간식을 먹으면 밥맛이 없다' 하시며 식전에 뭔가를 못 먹게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샌가 간식은 삶의 당연하고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아서, 이제는 끼니때만 뭔가를 먹는다고 하면 어색하게 느껴져요.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끼니 사이에 무언가를 습관적으로 먹는 것은 대부분 문화권에 전통적으로 없던 일인 것 같아요. 과자를 만드는 식품회사들이 번성하면서 간식 문화가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는 분석도 있어요. 
불씨를 잘 지켜요, 꺼뜨리지 말아요
음식 섭취의 간격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무척 일리가 있는 개념입니다. 관련해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또 이뤄지고 있겠습니다만, 오늘은 우선 우리 소화기관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살짝만 엿볼게게요. 먹지 않을 때 몸에선 꽤 인상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 소장의 부지런한 청소 시간 

소화기관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 알면 먹는 방법도 좀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책 <매력적인 장 여행> 일부를 소개해 볼게요. 이 책은 독일 의학자 기울리아 엔더스가 썼습니다. 음식을 먹고 나면 소화기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무척 맛깔나게 설명해 두었어요.👇
우리가 먹지 않을 때, 소장에선 엄청난 '뒷정리'가 벌어진다고 하네요. 설거지가 이뤄지려고 할 때 다시 먹기 시작하면 안타깝게도 청소 시간을 놓치게 되는 셈입니다.

'꼬르륵' 하고 배에서 소리가 나면 우리는 보통 "배가 고프니 이제는 먹을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이 책을 읽어 보니, 어쩌면 꼬르륵 소리가 날 때는 먹을 시간이 아니라, 청소를 잘 하도록 내버려둘 시간을 의미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화를 마치고 나면 위와 소장에는 온갖 찌꺼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씹히지 않은 옥수수 씨, 위산에 녹지 않는 약, 음식물에 섞여 들어온 박테리아, 실수로 삼켜버린 껌... 소장은 깔끔한 성격이다. 만찬 후에 바로 부엌을 청소하는 그런 부류다. 소화 후 두 시간 뒤에 소장을 방문해보면 내벽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윤이 나고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소화시킨 뒤 한 시간이면 소장은 청소를 시작한다. 의학 교재에는 이 과정이 ‘이동성 위장관 복합운동’이라고 적혀 있다. 소장이 청소를 시작하면 위 문지기도 협조하여 문을 열고 위에 남은 찌꺼기를 소장 쪽으로 쓸어낸다. 소장은 강한 파동을 일으켜 그것들을 청소한다. 그 장면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까칠한 과학자들조차 ‘이동성 위장관 복합 운동’이라는 말 대신 ‘집안 살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우리 모두 소장이 ‘집안 살림’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텐데, 그 소리는 위에서뿐만 아니라 소장에서도 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건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소화를 마치고 마침내 청소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위와 소장이 비워지면 문이 열리고 청소가 시작된다. 위에서 오래 그네를 타는 스테이크를 먹었다면 아주 오래 기다려야 청소를 시작할 수 있다. 위에서 여섯 시간, 소장에서 다섯 시간! 총 열한 시간을 기다려야 비로소 스테이크 뒷설거지가 가능하다.

청소 소리가 항상 들리는 건 아니다. 위와 소장에 공기가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따라 어떨 땐 크게, 어떨 땐 작게 매번 소리가 다르다. 이때 뭔가를 먹으면 청소는 즉시 중단된다. 소화에 집중해야지 청소할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군것질로 입이 쉴 틈 없는 사람의 소장은 청소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이학자들은 다섯 시간 간격으로 식사를 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다섯 시간이어야 하는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매력적인 장 여행> 94~95쪽
소화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이를 흡수하는 대사 과정에서도 '먹지 않는' 시간이 아주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 <잠시 먹기를 멈추면>을 쓴 의사 제이슨 펑은, 우리가 뭔가를 먹어서 그 영향이 몸에 남아있는 동안에는 몸이 에너지를 태우지 않고 저장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비축하려는 상태가 지속되면, 먹고 또 먹는데도 정작 바로 쓸 에너지는 없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요. 
몸은 두 상태, 즉 먹은 후의 '포식' 상태와 먹지 않은 '단식' 상태로만 존재한다. 포식 상태에서는 인슐린 수치가 높아 몸이 음식 에너지를 당이나 지방으로 저장하려고 한다. (...)

단식 상태에서는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고, 몸은 저장된 음식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칼로리를 저장하거나 태우는 일 중 한 가지만 할 뿐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

우리가 인슐린 수치를 올려(인슐린을 자극하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것을 계속 높게 유지한다면(계속 먹음으로써, 그러니까 말하자면 하루에 세끼가 아니라 간식이나 식사를 6~7회 챙겨 먹음으로써) 몸은 '포식'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몸이 칼로리를 저장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렇게 지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칼로리가 저장고로 들어간다면 사용할 칼로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몸은 에너지 소비, 즉 기초대사 속도를 늦춰야 한다.

제이슨 펑·이브 메이어·메건 라모스, <잠시 먹기를 멈추면> 34~35쪽 
장시간의 공복을 확보하기 위해 일상에서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는 끼니어님들도 계신 것 같아요. 의사나 학자들도 적절하게 시행한다면 좋은 습관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생활 패턴이나 현재의 사정 때문에 이런 시도까지 하기는 어렵다면, 우선 끼니 사이에 습관적으로 먹던 간식이라도 줄여 보는게 어떨까 싶어요. 음식은 식사 시간에만 먹는다, 자꾸만 계속 먹어서 소화력의 불씨(아그니!)를 끄지 않도록 유의한다, 이 정도만 유념해 보아도 식습관에 꽤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비건 미트> 받으실 분 발표!📢

최초의 책 증정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선착순으로 열 분을 뽑았어요.

이원준 님, 오토미 님, 느티나무 님, 슬렁함성 님, 김하영 님, 수연 님, 완댕 님, 벨벳, 님, 밍구 님, 해바라기 님, 축하드립니다!👏 보누스 출판사의 신간 <비건 미트>는 지금 한창 인쇄 준비 중인데, 20일 이후에 발송해 드릴 예정입니다.

다음 번 이벤트는 선착순 말고 '추첨'으로 해보겠습니다. 메일을 언제 열어 보시더라도 응모하실 수 있도록이요!
#HAPPY BIRTHDAY

끼니로그를 보내드리는 오늘 10월 14일은 cu 님 생일입니다. 10월 15일에 태어나신 SJ 님, 10월 17일에 생일을 맞으시는 송희정 님, 강건우 님, 10월 18일에 태어나신 아이오유 님, 뺑반 님, 10월 20일에 태어나신 느티나무 님, 모두모두 생일 축하드려요.

이번 회차에서 다룬 '식사의 간격' 또는 '공복'과 관련해 나눌 이야기가 있는 끼니어님께선 메일 끝의 버튼을 꾹 눌러서 남겨 주셔요. 혹시 단식을 시도해본 분이 계신다면, 관련해서 경험을 나눠주셔도 좋아요. 고민이 있는 분께서는 질문을 남기시면, 앞으로의 끼니로그에서 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한주도 속 편하게 잘 챙겨드시길 바랍니다~! 

2022. 10. 14. 도토리 에디터 드림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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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문의 👉 stay.balanced.20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