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세컨더리를 알아보자 VE Issue No. 19 | 2024.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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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터 분석 ✅ 벤처 투자
⬜ 피치덱 소개 ⬜ 투자자 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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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tureEDGE - Architect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를 탐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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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미국 델라웨어의 파산관재 법원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보유한 AI 언어 모델 기업 앤트로픽(Anthropic) 지분 7.8%에 대한 처분 승인 명령이 떨어지자 실리콘밸리의 큰손들이 들썩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최근 20조 원을 상회하는 평가를 받으며 오픈AI의 경쟁자로 주목받고 있는 앤트로픽의 주식을 개인 자산가들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비상장 스타트업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후기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소수의 대형 투자 기관이나 대기업들만이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투자자 당 최소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야만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발행된 주식을 매입하는 세컨더리 거래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매수인과 매도인 간의 협상에 따라 좌우되는 세컨더리 거래에서는 소액 투자자라도 다양한 구조를 통해 유니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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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보유 Anthropic 지분에 대한 매각 허가 기사 (출처: W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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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 세컨더리 거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모습입니다. 벤처 투자는 스타트업에 신규 자금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발행되는 주식을 인수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거래를 보통 프라이머리 (Primary) 거래라고 부릅니다. 세컨더리 거래는 프라이머리와 달리 회사에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 이미 발행된 지분을 사고파는 거래 행위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국내에서는 '신주 투자'와 '구주 거래'란 이름으로 구분되어 불리기도 합니다.
이번 벤처 아키텍트 시리즈에서는 총 2회에 걸쳐 실리콘밸리 벤처 세컨더리 시장을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미국 벤처 세컨더리 시장의 역사와 배경, 트렌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며, 다음 편에서는 세컨더리 거래를 주도하는 펀드들의 전략 및 다양한 성공-실패 사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세컨더리 거래의 성장
실리콘밸리 투자 환경을 처음 접하다 보면 생각보다 스타트업 주식에 대한 세컨더리 거래가 활발하단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한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세컨더리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정책적인 구호가 있는 것도 아닌데 2010년 이후 자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다양한 실리콘밸리의 벤처 세컨더리 거래는 어느새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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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벤처 세컨더리 시장 규모 추정 (출처: Industry Ventur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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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더리 투자 전략을 전개하는 것으로 유명한 Industry Ventures에 따르면 전 세계 벤처 세컨더리 거래 규모는 2023년 약 200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일 기간 총 벤처 투자 규모가 350조 원 수준이니 전 세계에 걸쳐 벤처 세컨더리 거래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 50% 이상은 미국의 벤처 세컨더리 거래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1️⃣ 장기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유니콘들
실리콘밸리의 활발한 벤처 세컨더리 투자는 미국 상장 시장이 가지는 구조적 특징과도 연관됩니다. 미국에서는 소위 대어가 아니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상장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나스닥 캐피탈 마켓처럼 수수료만 내면 상장이 가능한 3부 리그도 있지만 한국의 코넥스보다도 주목도나 거래량이 떨어집니다. 어느 정도 상장이 가능한 규모에 도달한 기업들도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최적의 상장 시기를 두고 오랜 기간 고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올해 기술주 IPO의 첫 테이프를 끊는 레딧(Reddit)은 설립 19년 만에 상장의 문턱에 다가선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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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설립 후 상장까지 소요된 기간 비교 - 2013 - 2014년을 전후로 확연히 다른 패턴을 관찰할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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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상장이 워낙 어렵다 보니 상장 전 지분을 유동화하고자 하는 임직원 및 초기 투자 벤처캐피탈들, 그리고 신규 라운드까지 기다리지 않고 성장하는 유니콘 기업에 올라타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의 벤처 세컨더리 시장은 자생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고성장 기업의 직원 스톡옵션을 전문적으로 인수하는 벤처 펀드가 등장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2013 - 2014년 당시 상장 대어로 불리었던 스포티파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의 프리IPO 투자자들이 단기간 내 준수한 성과를 거둔 것이 알려지면서 상장 직전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헤지펀드들도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세컨더리 거래를 지원하는 다양한 자문사나 비상장 거래소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도 모두 2015년 전후로 볼 수 있습니다.
2️⃣ 미국 특유의 주식형 보상 시스템
미국 시장 특유의 RSU 형태의 보상 체계와 이에 대한 세금 처리 방식 때문에 구조적으로 세컨더리 거래가 필요한 경우도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초 진행된 스트라이프(Stripe)의 8조 원 규모 회사 주도 대형 구주 관련 거래입니다.
- 스트라이프는 2010년 창립 이래 직원들에게 주식을 발행해 왔으며, 처음에는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나중에는 만기일이 있는 RSU (Restricted Stock Unit)를 부여하였습니다. 우선 미국에서 스톡옵션과 주식 보상에 대한 옵션이 몰수되지 않도록 하려면 옵션 보유자는 늦어도 부여 후 10년이 지나기 전에 옵션을 행사해야 합니다.
- RSU는 조금 다르게 작동합니다. 스트라이프와 같은 회사에서 RSU는 일반적으로 '이중 트리거' 구조를 가지며, 특정 기간(보통 4년)이 경과하고 IPO 또는 인수와 같은 엑시트 이벤트가 종료된 후에 완전히 소멸됩니다. RSU 만료일(보통 7년)까지 두 가지 트리거가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RSU는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주식 보상 형태의 옵션을 보유한 직원들은 최대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이를 행사하여 주식을 확보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옵션들이 행사되는 순간 소득세와 같은 납세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때 주식이 비상장 단계라서 현금화가 어렵다면? 직원들은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상당한 세금 납부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특히 스트라이프처럼 수십조 원의 기업가치로 성장한 비상장 기업의 초기 직원이라면 적어도 수십억 원 가치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결국 이러한 주식 보상에 대한 직원들의 세금 부담이 회사 차원의 이슈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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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타트업 기업들의 IPO가 늦어지면서 직원들에게 의도치 않은 세금 납부 의무가 발생함 (출처: F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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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트라이프는 신규 라운드인 시리즈 I를 8조 원 규모로 진행,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직원들에게 발생한 세금 납부 의무를 해결하였습니다. 세금 부담 규모가 워낙 커 직원들 개개인들에게 맡겨놓을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앞으로도 단기간 내 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이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당시 비상장 기업이었던 에어비앤비 또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의 상장이 자꾸 늦어지자 초기 직원들을 중심으로 사측에 IPO를 강하게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NYT] Inside Airbnb, Employees Eager for Big Payouts Pushed It to Go Public
2019년 당시의 에어비앤비, 그리고 현재의 스트라이프는 또 다른 공통점도 있습니다. 두 기업은 미국 세컨더리 거래 시장에서 구주 인수가 가장 어려운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주식이 제3시장에서 유통되거나 자신들이 모르는 기업이나 개인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주식 매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인수자를 데려와 지분을 매각하려고 해도 회사 측이 인수 우선권 (Right of First Refusal, ROFR)을 행사해 발행 주식을 철저히 관리해 왔습니다. 결국 회사가 자사 주식의 세컨더리 거래 자체를 불허하다 보니 상장이 늦어지면 직원들이 회사의 상장을 압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3️⃣ Buy-Low Sell-High가 가능한 세컨더리 시장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 벤처 세컨더리 투자에 대한 관심에는 또 다른 배경도 숨어있습니다. 과거 비상장 스타트업의 구주를 인수하던 투자자들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유니콘 및 데카콘 기업의 성장에 올라타려는 '베타 (시장의 성장)' 투자자들이 많았다면, 최근의 세컨더리 투자자들은 벤처 혹한기 이후 상장 기업 대비 저평가된 비상장 기업 및 최대 50%까지 높아진 구주 할인율을 기회로 보고 주식을 조용히 매집하는 '알파 (기업의 성장)'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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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는 과거 5년 중 유일하게 주요 비상장 프리IPO 기업의 가치가 상장사 대비 낮았던 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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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거래는 이미 공개된 정보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소수의 초대형 비상장 기업에 한정됩니다. Caplight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상장 주식은 1위가 스페이스X, 2위가 바이트댄스(틱톡), 3위가 스트라이프로 나타납니다. 상위 6개 기업이 전체 세컨더리 거래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이미 유명한 기업의 주식을 상장 전 편입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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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장 미국에서 가장 거래가 많이 이뤄진 세컨더리 주식 (출처: Capl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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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투자는 조만간 미국 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제를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기회로 보는 투자자들은 1) 지난 2년간 유례없는 기술주 IPO 불황이 이어졌지만 이러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 2) 엔비디아와 빅테크 종목을 중심으로 여전히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 때문에 이러한 종목들의 고평가 논란이 이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프리IPO 종목이 주목을 받을 것이란 점, 3) 상장이 늦춰지며 팬데믹 대시 기업가치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조 단위 매출과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펀더멘털을 가진 우량 유니콘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투자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살 수 있는거죠?
미국의 벤처 세컨더리 거래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집니다. 앞의 스트라이프 사례처럼 회사가 텐더오퍼를 주도하는 경우도 있고, 스톡옵션을 통해 소수 지분을 가진 직원들이 Forge Global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주식을 유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산다는 것이 돈과 정보만 있다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사면 명의개서 절차를 통해 주주명부에 등재되는 절차가 필요하듯이 미국 또한 어떤 경로를 통해 주식을 인수하든 회사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주주의 지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 자체도 생각보다 법적인 리스크와 정보 비대칭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1️⃣ Direct Secondary - 직접 주주명부에 등재되는 경우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발행된 주식을 인수하여 주주가 되는 것입니다. 국내의 경우에도 세컨더리 거래는 대부분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주식이 얼마에 거래가 되는지 상관없이 회사 입장에서는 주주가 변경되는 이벤트에 불과하니 내규에 따라 이를 처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론처럼 간단하지 않은 것이 세컨더리 거래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직원들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주식이 비상장 단계에서 매각되는 사례에 대해 회사가 우선 매수권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우선 매수 행사 또는 포기 절차에 30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단순 기간을 떠나 회사가 우선 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거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슈가 되곤 합니다. 잠재적 매수자는 대금을 모두 준비하고 주식 인수 준비를 마쳤는데 회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거래가 무산되기 때문이죠. 때문에 매도자는 우선 매수권에 대한 회사의 의중이나 행사 여부를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의 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할인율을 낮춰 유리한 거래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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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Right of First Refusal을 보유하고 있다면 거래 종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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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세컨더리 거래가 직접 주주명부에 인수자의 이름이 등재되는 사안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사업 초기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의 경우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활용, 회사 측의 동의를 얻어 주주를 교체하는 거래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자 수요가 높은 스타트업일수록 이러한 세컨더리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외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 직접 거래 형태의 세컨더리가 많지 않은 것도 미국 세컨더리 시장의 특징입니다.
2️⃣ SPV Secondary - 간접적으로 주주명부에 등재되는 방법
직접 주식을 인수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투자자들은 다양한 우회 방식을 통해 세컨더리 거래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형태가 SPV 세컨더리입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는 그대로 두고 해당 펀드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펀드에 자신이 원하는 주식 단 한 종목만 편입되어 있다면 사실상 주식을 인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집니다.
이 경우 법적으로는 주주명부에 등재된 펀드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니 별도의 제한이 없다면 ROFR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SPV의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니 인수자 입장에서도 수월하게 주식을 편입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투자 규모가 작다 보니 직접 주주명부에 등재되지 못하고 주식을 편입하는 SPV에 하위 SPV 형태로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이중 수수료 및 주주권 행사 제약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점도 존재하지만 비상장 단계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니즈가 높다면 이러한 이슈들을 뛰어넘고 거래가 성사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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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 자산가를 대상으로 Anthropic 투자자를 모집한 사례 - 주식을 편입하는 SPV에 투자하는 SPV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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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해외 비상장 유니콘 기업 투자 열풍이 불던 당시 재간접 형태로 SPV의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가 활용되기도 하였습니다. 2019년 당시 에어비앤비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했던 자산운용사는 회사의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회사가 탄탄하고 단기간 내 상장이 기대된다면 프리IPO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세컨더리 투자는 언제나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다가오곤 합니다. 모든 기업이 IPO 이후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주식시장에 '새로운 얼굴'이 부족한 미국에서는 조만간 다시 IPO 붐이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리스크가 높은 세컨더리 거래
미국의 벤처 세컨더리 거래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자산이나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DART를 통해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은 상장 이전까지 회사의 재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현재 오픈AI, 앤트로픽,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들의 구주 거래는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뉴스에 언급된 정보 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형태라고 봐야 합니다.
주식을 매각하는 기존 주주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경우에 따라 차이가 존재합니다. 미국의 벤처 투자에서는 일정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할 경우 주주임에도 회사 정보를 공유 받을 수 있는 Information Right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회사 정보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투자자들은 주주간계약에 따라 비밀 유지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알더라도 해당 정보를 외부에 공유해서는 안 됩니다. 때문에 미국의 벤처 세컨더리는 깜깜이 거래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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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대한 상세한 정보 없이 언론에 발표된 뉴스와 기업가치를 근거로 진행되는 플랫폼을 통한 세컨더리 거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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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V를 동반한 다양한 재간접 투자 구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가끔은 거래 상대방 리스크가 부각되기도 합니다. 거래 상대방인 매도자의 주식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이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거짓 정보 등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컨더리 거래 브로커들은 실제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보유한 것처럼 홍보를 한 후 매수 의향을 가진 인수자가 접근하면 그때부터 잠재적 매도자를 찾아 나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브로커들이 회사의 동의를 얻지 않고 초기 엔젤투자자 등을 찾아가 주식 매도 여부를 타진하며 문제가 되는 사례 또한 비일비재합니다.
정보 비대칭, 불완전한 법적 구조 등 다양한 리스크에도 불구, 벤처 세컨더리 거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 A란 기업이 미래의 엔비디아, 미래의 메타, 미래의 에어비앤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싸게 주식을 편입하는 것은 현명한 투자전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로켓과 같은 고성장 스타트업임이 증명되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올라타는 것이 답이라는 교훈이 미국 벤처 세컨더리를 지배하는 컨센서스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벤처 세컨더리의 기회를 잡으려는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통해 이 기회를 선점하려고 할까요? 다음 편에서는 벤처 세컨더리를 활용한 다양한 전략과 사례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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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벤처 세컨더리를 활용한 투자 성공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당시 DST Global은 당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페이스북의 신주와 구주에 과감히 투자 3년 만에 수십 배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SaaS 전문 투자 기업 아이코닉 캐피탈 (Iconiq Capital)은 줌(Zoom)의 성장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투자 기회를 물색하였으나 라운드 참여에 실패, 제3자를 통해 구주를 일부 편입하였는데 팬데믹 당시 줌의 기업 공개가 대성공을 거두며 준수한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벤처 세컨더리 시장은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와 같은 혼탁한 시장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 기업의 실적이 고꾸라짐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구주 매각에 나서는 매도자들, 인기있는 기업에 투자 기회를 얻었다는 이유로 한편에서는 이를 셀다운하며 과도한 수수료를 취하는 브로커들, 실제로 인수 의사도 없는데 큰손 행세를 하며 회사와 VC를 찔러보고 다니는 기관들까지 머니게임을 둘러싼 복마전이 쉽게 펼쳐지는 시장 또한 벤처 세컨더리 분야입니다.
가끔 이러한 투자 기회가 한국까지 흘러들어오며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투자 마케팅을 전개하는 곳들도 더러 있습니다. 투자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이러한 의심스러운 세컨더리 거래에 혹하는 투자자들이 없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4월에 이어질 2편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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