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철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육식의 종말’을 주장한 지 수십 년이 지났다. 단순한 육류섭취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육식 문화가 환경과 생태계를 얼마나 파괴하는지에 대한 신랄한 분석이다. 그러나 인류의 음식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오랜 세월 약육강식의 논리에 충실했던 인류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기후 환경 문제는 단순히 윤리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채식주의 혹은 비건이라 명명된 음식 문화가 점차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는 현실이다.
인간도 동물이니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욕망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 게 습관일 수도 있고, 육식과 채식이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저자는 우선 채식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철학적으로 쾌락주의, 결과주의, 보편주의로 요약되는 공리주의 관점에서 비건을 바라본다. 단순히 도덕적 차원에서 동물권을 보호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채식 옹호 논리에 대한 비판을 점검한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지,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지, 왜 채식이 힘든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차분하고 논리적이다. 또한 건강, 환경, 기아 문제가 채식과 어떤 관계인지 꼼꼼하게 살핀다.
채식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맡겨도 되는 걸까. 철학자 김성한은 그렇지 않다고 설득한다. 그림과 곁들여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비건에 대해 설명하는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내는 ‘고기 대신 채식을 먹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작은 고민과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