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자연인 은하, 블랙홀에 빠진 지원, 애연가 지연>
무모 인터뷰: 그래서 우리는 ISBN을 받아요
* 인터뷰이: 여지연, 장지원, 박은하
* 인터뷰어 :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소똥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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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아카이빙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또 다른 영역이다. 일산이라는 동네에서 생활사를 기반으로 한 아카이빙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무모에게 질문했다.
 
의미 있는 아카이빙에는 무엇일까요? 만약 1000년 뒤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김홍도의 풍속화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풍속화를 보면 되게 재미있잖아요. (중략) 그런 것처럼 우리가 아카이빙 하는 것도 김홍도의 풍속화처럼 디테일하게 남기고, 나중에 봤을 때 "어 재밌다!"라는 반응이 나오면 좋겠어요.” _지원
 
저는 어떤 기록이든 간에 그게 보존만 되어 있다면, 미래에 가서 그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모르는 거기 때문에, 모든 형태의 아카이빙은 잘 보존만 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_은하
 
그래서 우리는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받죠. ISBN을 받으면 국립중앙도서관에 영구 보존돼요.” _지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화예술인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아카이빙하기 위해 라잎스페이퍼를 제작한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에서는 김홍도의 풍속화처럼 디테일하게 기록하기 위해, 인터뷰이들의 목소리를 담으려 한다. 독자들이 생생하게 인터뷰의 글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라잎스페이퍼도 국립중앙도서관에 영구 보존이 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부담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짜릿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가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될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무모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아카이빙하는 이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그래서 무모는 ISBN을 받나 보다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각자 무모에 합류하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지연
저는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서울지역에서 뉴타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옛 동네 골목들을 경관 기록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했었어요. 2010년 이후로 정부에서 이러한 공모사업을 축소하면서 팀장으로 활동했던 단체가 문을 닫게 되었어요. 저는 무모라는 이름으로 따로 독립해 일산 신도시로 이사 왔어요. 제가 이사 온 즈음에 일산 신도시가 만들어진 지 30년이 됐더라고요. 30년이라는 기간은 법적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기간이거든요. 그리고 한 30년 정도 지나면 근대 유산으로 취급하더라고요. 그래서 "드디어 1기 신도시가 옛 동네가 되었다." 요런 컨셉으로, 조금 다른 방식의 아카이빙을 진행하려고 만들었어요. (웃음) 여지연입니다.

<낙서를 그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원>
지원
저는 작년에 무모에서 진행한 기록드로잉의 참여자였거든요. 내 옛날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일산의 옛날 발자취를 더듬어가면서 그리는 행위가 즐거웠어요. 올해는 대표님이 함께 일하는 것을 제안해주셔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장지원입니다.   

충현
지원 님은 어떻게 살아오셨어요? 

지원
사전 질문지에 본캐와 부캐 질문이 있던데, 전 본캐는 그림 그리는 작가예요. 근데 작가로서 생활 유지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미술강사를 하면서 그림 그리는 행위를 이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은하
저는 대표님과 접점이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를 통해서 대표님을 소개받았고, 저도 올해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저는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 활동으로만 경제활동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더라고요. 다른 직업과 미술강사로 생활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박은하입니다.
  
💭 공공미술을 하다 보면 여러 지역을 방문할 것 같은데요, 지금 이 시기에 교육을 통해 고양시를 만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연
아까 이야기했듯이,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던 회사가 일단 망했고요. 그 이후에는 다른 일 하면서 돈을 벌다가,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돈 다 털어서 1년간 베를린에서 생활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 당시에 제가 가지고 있던 500만원으로는 집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일산밖에 없었어요.

충현
일산이 경기도에서도 저렴한 편인가요?

지연
좀 만만하잖아요. 강북 쪽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은 일산이 제일 만만해요. 저는 그게 다입니다. 돈 때문이고, 제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데가 여기밖에 없었어요.

충현
인터뷰하는 이 공간은 작년에 라이스페이퍼 인터뷰에 참여했던 팀의 공간인데요, 이 팀도 부산에서 대학생 동기들끼리 함께 서울로 올라왔는데, 서울 안 되겠다 싶어서 일산에서 자리를 잡았더라고요. 다들 서울에서 밀려나고 있네요. 
  
💭 기록과 아카이빙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모든 이들이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과 별개로, 그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무모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기록과 아카이빙은 무엇인가요? 만약에 1000년 뒤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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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
그러면 천 년 뒤에도 의미가 있을까요?

지원
남겨진다면 매우 의미가 있겠죠? 

충현
남겨질 수 있을까요? 종이가 잘 보관돼야 할 텐데 (웃음)

지연
그래서 우리는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받죠. ISBN을 받으면 국립중앙도서관에 영구 보존돼요. 그래서 ISBN을 받는 거예요. 이거는 국가의 힘을 빌려야 해요. 영구 보존. (웃음)

은하
저는 어떤 기록이든 간에 그게 보존만 되어 있다면, 미래에 가서 그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모르는 거기 때문에, 모든 형태의 아카이빙은 잘 보존만 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연
지금 시대는 그래도 아카이빙은 "음 필요하지"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2006년만 해도 사진기 들고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멱살잡이했거든요. 근데 그런 인식들이 확 바뀌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아카이빙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존에 소홀한 국가여서 그렇게 강조한다고 생각해요. 상징적으로는 포니라고, 75년도에 생산된 우리나라 최초의 차가 있어요. 이제는 없는 거 아시죠? 그리고 아래아 한글 1.2 버전은 있어도 1.0 버전이 없어서 한글박물관에서 5천만원 현상금을 걸었어요. 

<충현과 소똥이 포니와 아래아 한글을 몰라 답답해보이는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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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이번 사업을 통해 진행할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은하
교육프로그램은 대표님이 소개해주세요. (웃음) 저는 어떨 때 배웠는지부터 말씀을 드릴게요. 저 같은 경우는 어떠한 사실에 대해서 저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가 뭔가를 다른 관점으로 이 사실을 다르게 볼 수 있을 때 배웠다고 느껴요. 또 이런 걸 남들에게 쉽게 말로 설명해 줄 수 있을 때 배웠다고 느껴요.

지원
각각 살아왔던 생활사를 이야기하면, 그게 살아있는 에세이 책을 읽는 느낌이에요. 약간 뭉클함도 있고, 신기하기도 하고, 공감 포인트도 있고요. 그런 지점에서 새로 배우는 것 같아요. 

지연
저희 프로그램은 교육보다는 아카이빙 작업을 동네 사람들이랑 같이한다는 개념으로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1기 신도시 전체를 사진 찍으면 다 똑같이 나와요. 1기 신도시 경관 기록을 하게 되면 다양성이 없어서, 경관 기록 대신 개인의 생활사로 들어가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1기 신도시를 기록한 것들은 전 세계를 뒤져도 없더라고요. 정리하자면, 주민들과 함께 일산이라는 도시 속 삶의 기억을 재발굴합니다.

소똥
그럼 주로 어떤 대상들을 만나세요? 연령대도 되게 다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원
네네 다양해요. 20대도 있고, 30대도 있고. 40대도 있어요. 일산에 사는 게 중요한 기준이죠.

충현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나요? 사람을 모집하는 과정부터, 그 사람의 생애를 기록하기까지 다양한 아카이빙 방법이 있잖아요.

지연
제가 서울에서 활동했던 2006년도에는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봐요. 근데 지금은 그 시기는 끝났다고 생각해요. 박물관에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식 행위로 그 역할을 하거든요. 그거를 아무도 안 보는 책자로 만들어서 쌓아둬요. 우리는 그런 요식 행위 말고, 사람들이 살아온 소소한 이야기들이 왜 의미가 있는지 알리려 해요. 인스타의 음식 사진이 생활사의 모습은 아니잖아요. 외계인이 인간들의 인스타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이런 음식을 먹었구나 싶은데 사실 생활 양식은 완전 다르잖아요. 그 생활 양식을 콘텐츠로 제작해 공유하려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영구 보존될 수도 있는 작품>
소똥
항상 살고있는 사람들의 언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언어들이 과하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지연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부분이 생각났던 것 같아요. 살고있는 이들의 언어가 더 많아져야 하는 것 같아요. 혹시 결과물이 나오면 어떤 방식으로 공유되나요?

지연
책으로 출판합니다. ISBN을 받기 위해서요. 영구보존 하기 위해...

충현
영구보존. (웃음) 영구보존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게 다행이네요.
  
🐚 여러분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러분이 집이라고 느끼는 장소나 인물이나 순간이 있나요?
은하
저는 가장 자기다울 수 있는 공간이 집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타인과 함께 있게 되면 타인을 의식하면서 생활을 하게 되잖아요. 근데 그런 거를 전부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 인물, 공간이 집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제 남자친구가 저의 이런 것들을 다 내려놓게 만들어요. 가장 저답게 만들어줘요. 남자친구가 그런 인물이고,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제가 밖에 나가서 어떤 거에 너무 몰두하거나, 다른 거를 의식하지 않고 나다울 수 있을 때 집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요리하거나, 제가 정말 좋아하는 활동에 몰두해 있을 때 집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연애는 이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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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저는 너무 돌아다니면서 살아서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 없어요. 부산에서 태어나서 대구에 있는 초중고를 다니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녔는데, 한성대 근처에 있는 대학로에 가서 맨날 놀았어요. 그나마 대학로가 집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지연
저는 죽기 전에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어 보고 싶은데 아직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못 하고 있어요. 패션 쪽으로 돈을 많이 절약하는 것 같아요. (웃음)

소똥
돈과 상관없이, 가장 입어 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나요?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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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힐! 딱! 팍!을 하고픈 지연>
충현
왜 못하고 계세요?

지연
후순위로 밀려요. 하고 싶은 것 중에서 맨날 밀렸어요.

<TMI. 지원의 머리색은 4번의 탈색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지원
오늘은 제가 입고 싶은 옷으로 입었어요. 가장 나다운 모습은 앞치마를 입은 모습입니다. 앞치마를 입고 올 수는 없어서 앞치마를 챙겨왔어요.

<검정 티셔츠와 운동화 못지 않게 애플워치도 중요할 것 같은 은하>
은하
저는 검은색 티셔츠를 좋아해요. 예술 활동을 하다 보면 옷에 물감 같은 게 많이 묻어요. 흰옷은 뭐가 묻으면 티가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검은색 티셔츠를 좀 즐겨 입는 편이고, 또 저는 엄청 활동적이어서 옷을 편하게 입는 거를 좋아해요. 신발도 무조건 운동화를 신습니다.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은하
저 같은 경우는 운동을 되게 좋아해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까, 먹는 것을 인풋과 아웃풋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먹는 게 결국 나를 이루는 근간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즐거움만 찾아가면 나의 몸을 만들 수가 없고, 그렇다고 몸만 만들어 가자니 즐거움이 없고요. 그 사이에서 잘 조율해가면서 건강과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먹는 행위가 여러 가지 감각으로 외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이게 어떻게 보면 제가 하는 예술 활동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예술 활동 같은 경우에는 경제활동과는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재미있다고 느끼거든요.

지원
저는 단 걸 좋아하거든요. 단 걸 먹을 때 느껴지는 순간의 극적인 행복함? 극적인 행복감을 느끼고 싶을 때 단 걸 먹어요.

충현
단 걸 자주 드시겠어요. 극적으로 행복한 거 너무 좋잖아요.

지원
네. (웃음)

지연
저는 음식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하는 게 없고, 옛날부터 제 캐릭터를 그리면 항상 담배 피우는 걸 그렸거든요. 정말 애연가인 것 같아요. 술을 못 마셔서 흡연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고, 그것 때문에 집에도 내려가기 싫어요. 집에 내려가면 담배를 못 피우거든요. 옛날에는 편하게 길빵 하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충현
담배가 중요한 루틴이시겠네요.

지연
네. 그때만 기대가 돼요. 밥을 먹을 때는 기대를 별로 안 하는데 이거 인터뷰 끝나고 담배 피우는 게 너무 기대돼요. (웃음) 그래서 제 캐릭터는 항상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여자예요. 상징이에요. 집이 너무 엄해서 여행도 못 가게 하고, 그림도 못 그리게 하고, 저한테 미친년이라고 그랬어요. 서울대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집을 떠나냐면서요. 주변 언니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고등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웠을 겁니다.

<책상에 놓인 네모난 것은 휴지입니다>
충현
담배가 완전 해방의 창구 같은 거네요.

지연
맞아요. 뭔가 X세대의 저항 이런 거? 옛날에 여자들이 담배 피우는 거는 한국에서 좀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담배 갖고 뭐라 하는 데는 진짜 한국밖에 없어요. 부글부글..

충현
한국에서는 담배가 권위의 상징인 것 같아요. 옛날에는 어린 사람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맞담배 피는 것도 욕을 먹었고, 여성이 담배 피는 건 그 자체만으로 욕을 먹기도 하고요. 지연 님은 담배를 평생 피우시겠네요?  

지연
저는 암에 걸려도 계속 필 겁니다. (웃음)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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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
본캐가 자연인일줄은. (웃음) 언젠가 자연에서 살고 싶나요?

은하
네! 무척이요. 저 울릉도에서 살고 싶어요. 최근에 울릉도에 갔다 왔는데, 울릉도에 갈 때마다 여기는 월세가 얼마지? 이런 상상 해요. (웃음)

지연
은하쌤은 잘 안 알려진 스포츠 그런 거 되게 많이 하세요.

<본캐력 뿜뿜>
은하
클라이밍, 암벽 등반 좋아하고, 트레일 러닝도 좋아하고, 스킨 스쿠버도 좋아하고요.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도 좋아하고... 다 좋아합니다.

지원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본캐는 작가고, 부캐는 미술 강사입니다. 

충현
어떠세요? 밸런스가 괜찮으세요?

지원
사실 그 작가라는 게 대부분 프리랜서잖아요. 내가 어디에 소속되어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늘어져요. 그리고 근래에 매너리즘 아닌 매너리즘에 빠져서 작업실도 가기 싫고, 작업하기 싫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사람이 그렇잖아요. 마감이 있으면 하게 돼요. 제 본캐는 의무성이 필요하더라고요.

지원
먹고사는 이야기를 쭉 나눴잖아요. 제가 안정적인 궤도에 딱 올라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으니까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요. 원래 이것 때문에 내가 여태껏 살아왔는데... 근래에는 본캐가 본캐가 아닌 느낌이었어요. 본캐가 없어지면 그동안의 나는 없어지는 건데 말이죠. 잘 모르겠어요.

충현
문화예술계에서 본캐를 지키는 게 참 힘든 일이죠.

지원
되려 본캐는 블랙홀 같고 부캐는 명확해요. 부캐는 가서 일하고 돈 받고 끝. 근데 내 본캐는 머리가 아프다. 근데 또 정체성은 이 본캐이고 싶다. 굉장히 모순적인 것 같아요. 

소똥
가끔은 부캐의 활동에서 본캐를 위한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작년에 1년 동안 백수로 지내다가, 올해에는 돈이 없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잠깐 알바를 했었어요. 항상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에너지도 썼는데, 그것만큼의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 생각 때문에 우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위로를 얻기도 했어요. 뭔가를 꾸준히 하면서 ‘하면 또 할 수 있구나’라고 힘을 얻기도 하더라고요.

<산만하게 촬영중인 충현>
지원
맞아요. 저도 부캐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지연
저는 좀 나이가 많은데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요.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 이런 프로젝트들 하면서 이제 돈을 벌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싶어서 해외여행 다녀오고, 그 이후에는 푸드트럭을 하나 시작했어요. 1년 동안은 온 세상이 나를 하대하는 걸 다 이겨내고 2년 차에 드디어 월 800을 벌기 시작했어요.

소똥
혹시 어떤 음식을 팔았나요?

지연
커피랑 와플을 판매했어요. 그 이후에는 와플 절대 안 먹어요. 저에게 장사는 완전히 인연이 없는 세계였거든요. 돈만 벌면은 뭔가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그냥 시작했어요. 모든 노점은 3년 이상을 하지 말라고 그러더라고요. 모든 노점상의 철학이에요. 안 그러면 인생이 그쪽으로 꼬라박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하고 나와서 지금은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건데... 

충현
끊어낸 게 신기하네요. 그래도 월 800만원을 벌면 더 하고 싶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연
제가 1kg도 안 빠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때가 거의 7kg이 빠져서 해골이 됐는데, 정말 무시무시한 노동량이에요. 상상도 못 해요. 어느 세계든 발을 들이면 어쨌든 찾아와주는 사람이 생기면서 다리가 넓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더 해골이 되기 전에 이 세계를 끊어냈어요.

소똥
무시무시한 노동력이 필요했던 그때의 생활이, 지금의 세계에 활동하면서 뭔가 영향을 주거나 그런 것들이 있을까요?

지연
네 많이 있어요. 한 번은 아파트 장터에 가는 일이 있었어요. 거기서 30년 동안 장터에 참여하셔서 김밥을 만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는데, 무릎을 꿇었어요. 그 세계를 몰랐던 상태에서 그 사람들을 본 거랑 그 세계를 안 다음에 그 사람을 본 거랑은 정말 이 리스펙이 달라지더라고요. 좀 겸손해졌어요. 무시무시한 노동력이 필요했던 그때의 생활 덕분에, 생활사 아카이빙을 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죠.
  
💭 무모는 지금까지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지연
여럿이서 같이 작업을 좀 하고 싶어요. 일단 같이하는 작업에 100%로 매달리게 하려면 고용해야 하거든요. (웃음) 정말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일 있을 때 짬짬이 만나는 거보다,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으쌰으쌰 좀 해보고 싶어요.

지원
무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소소하고 사소한, 개인에게 빛났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이잖아요. 책으로 출판되었을 때 동네에 있는 독립서점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메이저 서점에도 진출하면 좋겠어요.   

은하
다른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는 걸 보면서, 뭔가 밖에서 노느라고 잊어버렸던 저의 창작 욕구에 자극을 주었어요. 뭔가 작업하고 싶다는 저의 계획이 생겼습니다.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은하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 같은데, 물리적으로 시간이든 돈이든 이런 게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어떤 식으로 조율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해요. 제가 그게 어려워서요.   

지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는 단체들도 인터뷰하시나요?

소똥
네.

지연
단체 중에 스톤앤워터라는 단체가 있어요. 전설의 스톤앤워터를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저희도 오래오래 살아남고 싶어요~

무모 인터뷰: 그래서 우리는 ISBN을 받아요 끝.

PS. 인터뷰 장소를 흔쾌히 제공해준 극단 문지방에게 감사합니다 :)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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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기획: 청년협동조합 뒷북 @doitbuk_official
  • 인터뷰 참여: 무모
  • 글: 소재용, 이충현, 김혜진  @sossi0226 @dibidibikinkin @khzinnn
  • 사진: 이충현, 무모
  • 장소: 극단 문지방 연습실 
  • 인터뷰 발행일: 202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