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ITE #3]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이번 호부터 2주마다 찾아오는 1BITE(원바이트)! 연휴로 시작한 5월, 여러분은 어떤 기분으로 시작하셨나요? 저는 4월이 끝나고 설레는 기분으로 달력을 넘겼어요. 달력을 넘기면 보이는 5월의 공휴일이 반가웠기도 했지만, '어린이날'이라는 글자가 주는 설렘이 있었거든요.

어린이의 언어교육과 정서 발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독서입니다. 책보다 즐길 거리가 많은 요즘이지만, 어린이 도서 시장은 학습만화를 중심으로 많은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겪었던 2020-2021에는 어린이 도서 시장만큼은 때아닌 호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이번 호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청소년문학의 편집자를 초대해 봤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그 세계에 대해 고민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1BITE(원바이트) 3번째 '이달의 맛'은 어린이/청소년문학입니다.

chef. 전지애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 편집자)

어린이의 고민은 무엇일까? 어린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뭘까? 어린이가 듣고 싶은 얘기는 뭘까?

수많은 어린이 콘텐츠들 사이에서 어린이문학은 항상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해 왔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린이문학 도서를 만들면서 느낀 건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들만 공감할 수 있는 고유한 세상이 있다는 거예요. 어른 못지않게, 어쩌면 어른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도요.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듭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적어요. 학교나 집이 대부분인데, 사실 그곳에서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대신 목소리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어린이문학에서는 항상 ‘어린이’가 주인공이에요. 어린이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거든요.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든 해결하지 못하든,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항상 ‘성장’하게 돼요. 독자인 어린이는 책을 읽으면서 같은 고민을 가진 주인공에게 위로받기도 하고, 자신도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기도 하죠. 이렇듯 어린이를 향한 오롯한 공감과 응원이 어린이문학이 앞으로도 해내야 하는 역할이자 다른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문학은 어린이가 읽는 문학이란 굵직한 뼈대만 남긴 채, 변화하는 어린이들에게 맞춰 모습을 바꿔 왔어요. 요즘은 단연 ‘시리즈 동화’가 어린이문학 시장을 주도하는데요. 장편 웹툰이나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긴 호흡의 서사도 척척 소화하는 어린이가 많아지면서, 어린이문학도 열 권 이상으로 출간될 시리즈를 많은 출판사에서 내고 있답니다.

🐶성장을 꿈꾸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가 담당 편집을 하는 홍민정 작가님의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도 제법 큰 볼륨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에요. 어린 강아지였던 봉봉이 늠름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인 만큼 공간 역시 고물상 마당에서 공원으로, 공원에서 마을로 더 확장되도록 설정하였어요. 또한, 봉봉이 어린이의 성장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시리즈에 듬뿍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권을 출간할 때마다 이전 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봉봉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항상 작가님과 고민하고 있어요.

1권에선 용기 있게 목줄을 끊은 봉봉이, 2권에선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봉봉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성장하는 봉봉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도 자신의 성장을 꿈꾸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독자들이 봉봉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된다는 리뷰를 남겨 줄 때마다 다음 책을 더 재밌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최근에 어린이문학 편집자로서 한 가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어요. 얼마 전, 강경수 작가님의 《코드네임》 시리즈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제가 편집한 책도 언젠가 만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어린이가 읽어 주고 봐 줘서, 어린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 그 책과 만화를 떠올려 주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누군가의 삶에 재밌는 이야기로 오랫동안 남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힘이 되는 일입니다.

🎈어린이에게도 어른이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어린이문학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 시공주니어)

편집자 3년 차쯤 제 머릿속엔 이 질문이 떠나지 않았어요. ‘사는 데 책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책을 만들어야 할까?’ 그런데 들쥐 프레드릭이 차곡차곡 모은 이야기로 추운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든 시간을 잘 견디게 해 주는 힘이 책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프레드릭》을 읽으면서 이야기가 주는 긍정적인 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너무 좋은 책이랍니다.

《프런트 데스크》 (켈리알 | 다산어린이)

어른들은 종종 인종차별이나 전쟁 같은 어두운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지 않는데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안고 가야 할 존재들은 어린이 같아요. 그렇기에 저는 어린이 문학이 이 사회의 문제를 솔직하게 보여 주되, 그 문제를 해결할 힘이 어린이 본인에게 있음을 담백하게 응원하는 관점이 필요한 것 같아요. 《프런트 데스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린이가 해낼 수 있는 역할에 제한이 없다는 생각을 심어 준 작품이에요. 어린이에게는 용기를, 어른에게는 편견을 깨는 기회를 주는 작품이기에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해 드려요.

chef. 김정택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편집자)

문학은 동시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한 이야기입니다. 청소년문학은 여기서 더 나아가 특정 세대가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라고 볼 수 있죠. 청소년에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사춘기잖아요. 사춘기라고 하면 중2병을 떠올리기 마련이고요. 그래서인지 청소년문학에는 ‘열다섯’을 키워드로 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오백 년째 열다섯》, 《열다섯, 그럴 나이》등이 있겠네요.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이지만 청소년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 청소년문학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으시겠지만 한때 출판계에 파란을 일으킨 《아몬드》, 《리버보이》를 떠올리면 단번에 이해되실 거예요. 기본적으로 청소년을 독자로 생각하고 쓴 이야기지만 어른이 보기에도 손색 없는 작품들이 많아요. 우리 모두 사춘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기에 연령과 세대를 넘나들며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인 소설에 비해 한결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청소년문학의 큰 장점입니다. 200쪽 내외의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간결한 문체 덕분에 소위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청소년 도서는 아무래도 ‘청소년’이라는 딱지가 있어서 고르기가 망설여지겠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충분히 좋은 책들이 많아요. 제가 예전에는 청소년문학뿐만 아니라 청소년 인문, 사회, 수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고루 담당했는데요. 그때 여러 청소년 교양서를 편집하며 새로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이 많아요. 한 동료 편집자는 어려운 말로 쓴 책보다 오히려 쉽고 간결하게 쓴 청소년 책을 읽는 게 자기에게 더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쉽거나 유치한 게 아닐까 하는 편견은 벗어던지고 용기를 내서 펼쳐본다면 분명 청소년 도서만의 매력에 빠져드실 거예요.

🙌오늘날을 살아가는 십 대들의 이야기

지금은 ‘다산책방 청소년문학’이라는 시리즈로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리버보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작품들이 시리즈에 속해 있는데, 그간 외국 소설을 소개하는 데에 주력했어요. 앞으로는 국내 작가님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십 대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열다섯에 곰이라니》,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등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작가님의 작품을 출간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독특한 제목과 컨셉을 가진 작품을 계속해서 출간할 예정입니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이라는 시리즈를 만들어가면서 특히나 신경쓰고 있는 것은 표지입니다. 서점에서 청소년 코너에 가 보면 눈에 띄는 책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유달리 청소년 도서가 표지 그림이나 후가공에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십 대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평범한 표지로는 어려울 테니까요. 최근에 출간된 책 중에서는 《오백 년째 열다섯 2》, 《테스터》가 돋보이더라고요. 수시로 인스타그램을 살펴보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살펴보며 일러스트 작가님들을 리스트업하고 있어요.

🎈청소년문학에 도전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추천 도서

《보통의 노을》 (이희영 | 자음과모음)

누군가가 청소년문학에 대해 물어올 때면 저는 항상 이 책을 손에 꼽아요. 《페인트》, 《테스터》등 참신하고도 강렬한 작품을 선보여 온 이희영 작가님의 작품인데요. 앞선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담백하면서도 반전 있는 이야기입니다.

소소한 일상물이지만 생각해 볼 지점도 많고, 등장인물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도 잘 담겨 있어서 문학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요. 청소년문학을 좋아하고 즐겨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다섯에 곰이라니》 (추정경 | 다산책방)

최근에 담당한 책으로 《벙커》, 《내 이름은 망고》 등을 선보이신 추정경 작가님의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동물로 변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지닌 작품이에요.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가 앤솔러지 형식으로 담겨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땅콩 일기》로 사랑받고 있는 쩡찌 작가님께서 표지/본문 그림을 맡아주셨는데, 아이들을 정말 찰떡같이 잘 표현해 주셔서 그림 보는 맛도 쏠쏠한 책입니다.

🦄 어린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나의 최애 작품이 있나요?

학생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책부터 영화까지 모두 섭렵한 저의 최애 '해리포터'시리즈! 아직도 영화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종종 보는데 세계관이 시작되는 부분을 보면, 여전히 마음이 웅장해진달까요? 어린 시절의 감정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리고 이젠 영국으로 해리를 만나러 갈 수 있는 자본력도 생겼고요. 10대의 나와 30대의 내가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는 것, 그 시절 순수한 마음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청소년 문학이 주는 매력인 것 같아요!

editer AN

어느 정도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엄마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빨강 머리 앤》전집을 사주셨어요. 우리가 기억하는 앤의 모습은 어린 시절이 전부인데, 10권의 전집에서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길버트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할머니가 된 앤의 일생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어요. 남들은 모르는 앤의 모습을 책으로 만난다는 게 설렜던 것 같아요. 몇 해 전 나온 넷플릭스 시리즈 〈빨간 머리 앤〉도 무척 반가웠지만, 소설 속 앤을 추억하고 싶어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어요.

editer OH

💭 추억이 가득 담긴 '최애 작품'을 알려주세요.

책, 영화, 애니메이션 모두 좋아요.
가장 좋았던 캐릭터, 부분, 장면을 얘기해주세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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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이달의 맛:영혼의 설계자 편]을 읽고

익명의 구독자분이 지난 이달의 맛, 《영혼의 설계자》 편을 읽고 떠오른 책으로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추천해주셨어요.

미키 마우스로 대표되는 디즈니는 이제 픽사, 마블, 스타워즈, 21세기폭스를 아우르며 말그래도 ‘우주 최고의 미디어 제국’이 되었습니다. 이 디즈니 은하계를 완성한 디즈니의 6번째 CEO 로버트 아이거 회장이 직접 쓴 책이라고 합니다. 밑바닥에서부터 디즈니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혼의 설계자》와 많이 닮아 있는데요, 글로벌 기업을 이끈 리더들의 비결을 비교하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맛있었나요?

오늘의 이야기가 구독자 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요. 아래 링크를 통해 이번 호 맛 평가를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을 보고 다음 호에서 더 군침도는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이번 호에 대한 맛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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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맛 보면 반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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