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에 다채로운 초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외뿐만 아니라 카페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에도 눈길이 가는 요즘이에요. 플랜테리어가 유행한 이후로 우리는 뜻밖의 공간에서도 식물과 마주치곤 합니다. 플랜테리어는 'plant'와 'interior'의 합성어로, 실내를 식물이나 화분으로 꾸밈으로써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하는 인테리어를 뜻해요. 이는 코로나 팬데믹 직후, 식물이 우울증을 치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급부상한 방식입니다. 팍팍한 도시에서 식물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건 참 반가운 소식이에요.

 

오늘은 도심 속 소소한 기쁨을 찾아 나서는 마음으로 레터를 펼쳐보겠습니다.

레터를 읽기 전에 주위를 한 번 둘러보세요.

고요해서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언제나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나가는 식물들이 당신 곁을 지키고 있어요.



첫 번째 문 🚪


🌱노아의 방주 : 시드볼트

인간은 식물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자연 생태공원이나 온실을 만들어 식물들을 보존해왔지요. 그러나 오늘날의 기후 변화는 끊임없이 식물을 위협하고 있어요. 멸종 위기종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시드볼트는 지구에 대재앙이 닥쳐 식물이 사라질 때를 대비한 종자 영구저장시설입니다. 전 세계에 단 두 곳, 노르웨이 스발바르와 대한민국에 있어요. 연구나 증식을 목적으로 종자를 단기 보관하는 시드뱅크에 비해, 시드볼트는 그 식물이 완전히 멸종하기 전까지는 종자를 꺼낼 수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예요.

 

시드볼트운영센터 배기화 센터장은 “2018년 시드볼트가 공식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후 국내외 야생식물종자 5천여 종, 18만여 점이 저장됐다”고 얘기했습니다. 또 “이러한 결과는 미래세대를 위해 국내외 종자 관련 기관, 협회, 개인들이 노력해 준 덕분”이라고 덧붙였어요.

 

식물은 흙, 야생동물, 천연자원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유용한 의약품들의 원료이기도 하죠. 이렇듯 식물은 차마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뿌리를 뻗고서 우리의 일상 속으로 침투해 있어요.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닙니다. 지구를 함께 쓰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윤택한 생활 뒤에 가려져 있었을지도 몰라요. 최후의 보루인 시드볼트를 여는 날이 오지 않도록 우리는 식물과 공생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마음 나누기

요즘은 식물을 가꾸고 재배하는 것을 넘어, 교감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인식 변화로 인해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도 탄생했는데요. 경기도의회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반려식물 관련 조례를 제정하며, 반려식물에 대해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가정과 회사 등 실내외에서 쉽게 기를 수 있고, 식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간과 짝이 되어 교감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식물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반려식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반려식물로 삼을 수 있는 대상으로 ‘실내외 상관없이 기를 수 있는 모든 식물’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어요. 이는 ‘반려식물’의 핵심 키워드가 특정 종이 아닌 유대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입니다. 곁에 두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식물을 더 선호한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식물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은 어디서 올까요? 우리는 무언가 자라나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 뭉클해질 때가 있습니다. 식물 또한 마찬가지예요. 정해진 시간에 맞춰 물을 주고, 잘 자라라고 기도하고, 자그마한 변화를 들여다보는 마음. 우리는 그렇게 식물의 느린 하루를 함께 하게 됩니다. 싹을 틔웠으면 하는 소망이 하루에 깃들면, 그저 지루하던 순간들이 특별해지기도 해요. 다른 존재가 자라나길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여러분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거예요.


  

🌡️식물도 병원에 가요 

식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높아진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식물병원’입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봄을 맞아 ‘찾아가는 반려식물병원’을 시범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명 이상 참여가 가능한 공동주택단지(아파트, 빌라 등)를 중심으로 우선 진행되는데요. 영상 장비를 통해 입주민이 기르고 있는 식물의 병해충 진단 및 관리 방법, 분갈이 등 실제 재배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면서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식물진단·치료·상담에 대한 시민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운영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더하여 “건강한 식물 재배환경을 조성하고 반려식물 보급을 통해 시민들이 긍정적인 정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라며 반려식물병원에 대한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식물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면, 우리 또한 마땅히 애정과 관심으로 그들을 돌봐야 합니다. 공생관계란 그런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공생을 위한 긍정적 변화의 예시 같습니다.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서투른 초보 식집사들에게 반려식물병원이 좋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문 🚪


  

🦋기억의 저편 

삶을 기록하다 보면, 식물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에요. 식물은 언제나 우리의 뒤에 배경처럼 존재해왔으니까요. <식물과 나>는 쉽게 지나칠 뻔했던 모든 날의 식물을 기민히 발견하고, 같이 성장해가며 쓴 에세이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구분된 목차는 저마다의 시간과 생애를 살아가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책의 저자인 이소영 작가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식물세밀화가입니다. 식물세밀화란 식물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려지는 해부도를 뜻합니다.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식물을 소재로 사유를 담거나 아름다움에 목적을 두고 그리는 식물화와는 큰 차이가 있어요. 그만큼 오로지 식물의 형태에만 집중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한 작업입니다. 애정을 가진 대상에 이러한 시선을 가지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책에는 식물세밀화를 그리면서 새로이 깨닫는 지점들이 고스란히 실려있어요. 과연 식물을 아끼는 소중한 마음이 그림에 어떻게 닿아 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모두의 그늘이 되기까지

<식물과 나>에는 특별한 공설 운동장인 ‘무주 등나무 운동장’이 등장합니다. 전라북도 무주군에 위치한 이곳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고 해요. 한 여름 땡볕 아래 달궈진 운동장을 굳이 찾아가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군수는 2001년 1월, ‘무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동장에 240여 그루의 등나무를 심습니다. 생장이 빠른 등나무는 약 1년 만에 시원한 그늘의 역할을 해주게 되죠. 지금은 ‘무주반딧불축제’와 ‘무주산골영화제’의 개최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심는 자연적인 방식으로 다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장소가 되었다”고 평하며 자연친화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나무 대신 회색 건축물이 솟아있고, 공원보다 복합쇼핑센터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대에 무엇보다도 참고해야 하는 사례가 아닐까요?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쉼터를 지킬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자연이 우리의 곁에서 영영 떠나버리기 전에 말이에요.



💫서로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하는

사람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지듯, 식물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중에서 산수국은 화려한 외형 덕에 기념일에 가장 많이 전해지는 꽃으로 익숙한데요. 사실은 그 꽃이 ‘가짜꽃’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책에는 생존 전략과 관계된 산수국의 비밀 한 가지가 적혀있습니다. 양성화와 중성화가 같이 피어난다는 것 말이에요. 우리가 쉬이 꽃이라 생각하며 좋아하는 가장자리의 커다란 부분은 사실 암술과 수술이 없어 생식을 하지 못하는 장식화입니다. 식물학적으로는 ‘중성화’라고 부르기도 하죠. 저자는 중성화가 “생식을 하지 못하는 대신 화려한 모습으로 중심의 작디작은 양성화의 수분을 돕는 매개 곤충을 유인”한다고 말합니다.

 

가장자리의 중성화, 작디작은 양성화, 그리고 거기 달라붙어 있던 작은 꿀벌 모두 각자의 역할을 이행합니다. 그렇기에 책에 적힌 문장처럼, 산수국은 계속해서 열매를 맺고 종자를 틔워 또 다른 생명을 낳을 수 있는 것이죠. 세상에 무가치한 일은 없고, 어쩌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도울 때에서야 존재의 의미가 짙어진다는 것을 수국을 보면서 배웁니다.


 "식물세밀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꽃과 수술의 개수를 일일이 헤아려보거나 자세히 들여다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일을 하며 안을 들여다볼수록 더 넓은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특별하고 희귀한 존재가 아닌 평범하고 보편적인 존재의 가치와 아름다움도."

이소영 작가는 식물의 작은 안쪽을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큰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 오늘은 잠시 밀어두었던 식물을 찾아 가만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 안의 푸르름이 피어나기를 바라며, 이번 레터를 마치겠습니다.


<식물과 나>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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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문도 열어보세요

식물 집사 리피, <식물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식물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은 초보 식집사들을 위한 책. 기본적인 지식부터 주요 종별 관리 방법까지! 필수적인 내용이 알차게 담겨있다. 반려식물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

 

❓ 문밖의 물음표

여러분이 기르던 반려식물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예술/문학 작품을 토대로 10일마다
다채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큐레이션하여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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