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성장, 로맨스 그리고 위대한 드래곤
  
다음에 실린 문서는 바스지아스 군사학교 서기 분과의 제시니아 닐워트가 나바르어에서 현대어로 충실히 옮긴 내용이다. 모든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전사자의 용기를 기리기 위해 이름도 그대로 옮겼다.
그들의 영혼이 말렉에게 맡겨졌기를.



- 이 책은 드래곤 라이더를 양성하는 군사학교를 배경으로, 경쟁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쉴 새 없이 고군분투하는 모험 판타지입니다. 내용 중에 전쟁과 전투, 폭력, 살인 등 위험한 상황과 함께 성적 묘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참고한 후에 모험을 시작해 주세요. 
  라이더들이 제공하는 모든 고유 능력 중에서도 복원 능력이 가장 귀중하다는 것이 나의 견해지만, 우리는 그런 고유 능력자가 있다해도 안일해질 수 없다. 복원 능력자는 희귀하고, 부상자는 많기 때문이다.

― 프레드릭 소령, 《현대 힐러 지침》

 

데인이 나를 안고 라이더 분과 아래쪽에 있는 통로로 협곡을 넘어서 힐러 분과로 가는 동안, 내 팔과 가슴은 불타는 듯한 아픔에 휩싸여 있었다. 통로는 기본적으로 돌다리였는데, 지붕은 물론이고 벽도 돌로 덮여 있다 보니 사실상 창문이 몇 개 달린 허공의 터널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데인이 성큼성큼 거리를 좁히며 서둘러 통로를 이동하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할 만큼 내 머리가 맑지 않았다.

“거의 다 왔어.” 데인이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쓸모없어진 팔을 가슴 위에 올려놓고 있었는데, 내 옆구리와 무릎 아래를 잡은 그의 손은 흔들림 없게 무척 조심스러웠다.

 

“다들 네가 이성을 잃는 걸 봤어.” 나는 무수히 그랬듯이 이번에도 통증을 차단하려고 애쓰면서 속삭였다. 보통은 내 안에서 맥박 치는 고통에 정신적으로 벽을 두른 다음, 아픔은 그 상자 안에만 존재해서 실제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타이르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처럼 잘되지 않았다.

 

“난 이성을 잃지 않았어.” 데인은 도착해서 문을 세 번이나 걷어찼다.

“소리를 지른 데다가 나와 의미 있는 사이라는 태도로 안아 들고 나왔잖아.” 나는 데인의 턱에 남은 흉터, 햇빛에 탄 피부에 돋은 수염 자국, 뭐가 됐든 어깨가 완전히 부서진 느낌에서 신경을 돌릴 뭔가에 집중했다.

 

“그래, 넌 나에게 큰 의미가 있어.” 데인은 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리고 이젠 모두가 그걸 알게 됐지.

문이 빙글 열리더니, 자주 봐서 익숙한 힐러가 데인이 나를 들고 들어갈 수 있게 비켜섰다. “또 부상인가? 라이더들은 우리 침상을 꽉 채우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것 같… 세상에, 바이올렛?” 위니프레드의 눈이 커졌다.

 

“안녕, 위니프레드.” 나는 아픔 속에서 겨우 말했다.

“이쪽으로.” 그녀는 우리를 병동 안으로 이끌었다. 침대가 늘어선 긴 방이었는데, 그중 절반은 라이더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채웠다. 힐러들은 마법을 쓰지 못하고 제조한 전통적인 약물 팅크와 의약 훈련에 의지해서 최대한 사람을 치유했지만, 복원 능력자들은 달랐다. 부디 놀론이 오늘 밤에 있으면 좋으련만. 그는 지난 5년간 위기 때마다 나를 살려준 복원 능력자였다.

 

복원하는 고유 능력은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희귀했다. 그들은 고치고, 회복시키고, 뭐든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능력을 가졌다. 찢어진 원단에서부터 부서진 다리, 부러진 뼈에 이르기까지 다 가능했다. 내 오빠인 브레넌도 복원 능력자였다. 살아 있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원 능력자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데인은 위니프레드가 안내한 침상 위에 나를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위니프레드는 내 엉덩이 옆 매트리스 가장자리에 걸쳐 앉았다. 풍상에 닳은 손으로 내 이마를 쓸어내리는데,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 하나하나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헬렌, 가서 놀론을 데려와요.” 위니프레드는 지나가던 40대의 힐러에게 지시했다.

 

“안 됩니다!” 데인이 공포에 질려 외쳤다.

 

뭐라고?

갈등에 처한 중년의 힐러는 데인과 위니프레드를 번갈아 보았다. “헬렌, 이쪽은 바이올렛 소른게일이에요. 그리고 놀론이 바이올렛이 여기 왔는데 자기를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 흠… 판단은 맡길게요.” 위니프레드는 언뜻 듣기에는 차분한 테너음으로 말했다.

 

“소른게일이요?” 힐러는 높아진 목소리로 그 이름을 되풀이했다.

나는 아픈 어깨를 무시하고 데인에게 집중하려 했지만, 방 안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왜 내 어깨가 낫기를 바라지 않는지 묻고 싶지만 다시 밀려온 통증의 파도가 무의식의 세계로 끌고 가려고 해서 나는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놀론을 데려오지 않으면, 그이가 헬렌 당신을 드래곤에게 산 채로 먹일 거예요. 침울한 얼굴까지 전부요.” 위니프레드는 다시 한번 복원 능력자를 부르지 말라고 주장하는 데인을 무시하고 은빛 눈썹을 들어올렸다.

 

헬렌이라는 여자는 하얗게 질려서 사라졌다. 데인이 나무 의자를 내 침대 가까이 당기자 끔찍하게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바이올렛, 지금 아픈 건 알지만 혹시….”

 

“혹시 뭐지, 데인 에이토스? 바이올렛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니?” 위니프레드가 훈계했다. “네 어머니에게 거기 가면 네가 망가질 거라고 경고했는데 말이다.”


위니프레드는 내 위로 몸을 굽히더니 그 회색 눈동자에 걱정을 가득 담은 채 중얼거렸다. 그녀는 바스지아스 최고의 힐러로, 처방하는 모든 물약을 직접 준비하며 지난 몇 년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내 상처를 봐준 사람이었다.

 

“그런들 내 말을 듣겠니? 절대 아니지. 네 어머니는 고집이 너무 세.”

나는 그녀가 손을 뻗어 내 팔을 살짝 들어올리고 손가락으로 어깨를 찌르자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음, 확실히 부러졌구나.” 위니프레드는 내 팔을 보고 혀를 찼다. “그리고 어깨에는 외과의사가 필요하겠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데인에게 물었다.

“대련이요.” 내가 한마디로 설명했다.

 

“너는 조용히 해라. 에너지를 아껴.” 위니프레드는 다시 데인을 보았다. “넌 쓸모 있게 굴고. 주위에 커튼을 치거라. 바이올렛이 다친 모습을 본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

 

데인은 벌떡 일어나 지시에 응했다. 파란 천을 우리 주위에 쳐서 작지만 효율적인 방을 만들고, 병동에 실려온 다른 라이더들과 우리를 분리했다.


“이걸 마시렴.” 위니프레드는 허리띠에서 호박색 액체가 담긴 병을 꺼냈다. “우리가 네 몸을 치료하는 동안 이 약이 통증을 잡아줄 거야.”

 

“놀론에게 복원을 부탁하시면 안 돼요.” 데인은 그녀가 약병을 여는 동안에도 항의했다.

 

“우리 둘은 지난 5년간 이 아이를 고쳐왔어.” 그녀는 약병을 가까이 가져오며 타일렀다. “내가 뭘 할 수 있고 없는지 말도 꺼내지 말거라.”

 

데인은 내가 살짝 몸을 일으켜서 액체를 마실 수 있게 한 손은 내 등에, 다른 한 손은 머리를 받쳤다. 언제나처럼 쓴 맛이 목을 넘어갔다. 나는 그 약의 효과를 잘 알고 있다. 데인은 다시 나를 침대에 눕힌 뒤 위니프레드를 돌아보았다.

 

“저야 바이가 아프길 바라지 않죠. 그러니 여기에 온 거고요. 하지만 바이가 이렇게 심각하게 다쳤다면 서기들이 늦게라도 받아줄지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까요.”

 

데인이 복원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듣고 내가 느낀 분노는 몸의 통증도 잠시나마 잊을 정도로 강렬했다. “난 서기 분과로 가지 않을 거야.”

 

그때 기분 좋은 진동이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나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곧 고통스러운 통증이 점차 약해지는 걸 느끼며 억지로 다시 눈을 떴다.


최소한 나는 ‘곧’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이에 놓친 대화가 이어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실제로는 몇 분이 흐른 모양이었다.

 

커튼이 홱 젖혀지고 놀론이 지팡이에 무겁게 몸을 기댄 채로 걸어 들어왔다. 그가 아내를 향해 미소를 짓자, 갈색 피부와 대조를 이루는 눈부신 하얀 이가 드러났다. “날 불렀다고요?” 그러곤 나를 보자 놀론의 미소가 흔들렸다.

 

“바이올렛?”

“안녕, 놀론.”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손을 흔들고 싶은데 팔 한쪽은 잘 안 움직이고 바아안대쪽은 굉에에자히 무거네요.” 맙소사, 지금 내가 말을 뭉개고 있는 건가?

 

“레기아스 혈청을 줬거든.” 위니프레드가 남편에게 비딱한 미소를 지었다.

“바이올렛이 너와 같이 있는 거냐, 데인?” 놀론은 데인에게 비난의 눈빛을 돌렸고, 나는 갑자기 열다섯 살 때 오르지 말아야 할 곳을 데인과 함께 오르다가 발목이 부러져서 실려 왔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제가 바이의 대대장이에요.” 데인은 복원 능력자가 더 가까이 올 수 있게 서둘러 비켜서면서 대답했다. “바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제 지휘 하에 넣는 것뿐이었어요.”

 

“별로 잘하고 있진 못한 것 같구나?” 놀론이 눈을 가늘게 떴다.

“격투 평가일이었어요.” 데인이 설명했다. “이모젠이… 2학년인데 바이올렛의 어깨를 탈구시키고 팔을 부러뜨렸어요.”

 

“평가일에?” 놀론은 으르렁거리면서 단검으로 내 민소매 셔츠의 천을 잘라냈다. 그는 적어도 84세는 되었건만 아직도 라이더의 검은 옷을 입고 무기를 칼집에 넣고 다녔다.

 

“걔네 어머니가아아요. 페에엔 라이오슨의 부운리, 부우운리, 부우우운리주의자 중에 하나여써요.” 나는 또렷하게 발음하려다가 실패했지만 천천히 설명했다. “그리고 저어어언 소르게이이이니까 이해해요.”

 

“난 이해 못하겠다.” 놀론이 툴툴거렸다. “난 부모의 죄에 대한 벌로 아이들을 라이더 분과에 징집한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라이더 분과에서는 징집을 강제한 적이 없다. 한 번도. 그럴 만한 이유도 있지. 대부분의 생도는 살아남지 못하니까. 아무래도 그게 이유가 아닌가 의심스럽긴 하다만. 그렇다 해도 네가 네 어머니의 명예 때문에 고통받을 이유는 없어. 소른게일 장군은 매국노를 잡아서 나바르를 구했어.”

 

“그렇다면 장군님에게 신경 쓰지 않으시겠죠?” 데인은 커튼 바깥에서 듣지 못하게 조용히 물었다. “전 그저 힐러가 맡아서 자연스럽게 천천히 낫도록 해달라는 것뿐이에요. 마법 없이요. 바이가 깁스를 하고 돌아가거나 어깨 재건 수술에서 회복하는 동안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면 버틸 가능성이 없어요. 지난번 수술은 회복하기까지 4개월이 걸렸죠. 이번이 아직 바이가 숨을 쉬고 있을 때 라이더 분과에서 빼낼 기회예요.”

 

“난 아 가거어어야, 서이….” 발음이 새는 건 이쯤하면 됐다. “서이에.” 나는 다시 말해보았다. “서, 이에.”

 

아, 제기랄. “복, 원, 해, 줘요.”

 

“난 언제나 널 도울 거야.” 놀론이 약속했다.

“이번, 한, 번만요.” 나는 모든 단어에 집중했다. “다른, 생도들이, 제가, 늘상, 복원을, 필요로, 하는, 걸, 보면, 약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널 빼내야지!” 데인의 목소리에 공포가 차올랐고, 그 순간 내 심장은 내려앉았다. 그는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없다. 내가 부서지는 모습을 보다가 결국 죽는 모습을 보면 데인도 망가질 것이다. “여기에서 걸어나가서 곧장 서기 분과로 가는 게 네가 살아남을 가장 좋은 기회야.”

 

나는 데인을 노려보며 말을 조심스럽게 골랐다. “난, 라이더분과를떠나지, 않아. 그래봤자, 엄마가, 날다시집, 어넣을걸, 난, 남을 거야.” 고개를 돌리고 놀론을 찾으려니 방이 빙빙 돌았다.

 

“고쳐조어어요…. 이번, 한 번만요.”

“지옥처럼 아플 테고 그러고도 몇 주는 통증이 있을 거라는 건 알지?” 놀론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내 어깨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원을 받는 게 처음도 아니었으니. 나처럼 뼈가 잘 부러지는 몸으로 태어나면, 복원의 아픔이 부상의 아픔 다음으로 익숙할 수밖에 없다. 늘 겪는 일이었다.

 

“제발, 바이.” 데인이 조용히 애원했다. “제발 분과를 바꿔. 너만을 위해서 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내가 충분히 빨리 끼어들지 못했어. 내가 막았어야 했는데. 난 널 지킬 수가 없어.”

 

내가 위니프레드의 약을 받아먹기 전에 데인의 계획을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내 생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중에 어느 것도 데인의 잘못이 아니었건만, 데인은 언제나처럼 책임을 짊어지려고 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난 결정, 했어.”

 

“분과로 돌아가거라, 데인.” 놀론이 시선을 올리지도 않고 말했다. “다른 1학년생이었다면 진작에 갔을 거잖니.”

 

데인은 고통스러운 시선으로 뚫어지게 나를 보았고, 나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가. 아침에, 봐.” 어찌 됐든 데인이 이런 모습을 보길 바라지 않았다.

 

그는 패배감을 삼키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한마디도 더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커튼 사이로 걸어나갔다. 나는 오늘의 선택이 나중에 내 절친한 친구를 망가뜨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준비됐니?” 놀론이 내 어깨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물었다.

“꽉 물거라.” 나는 위니프레드가 내민 가죽끈을 꽉 물었다.

“시작한다.” 놀론이 두 손을 내 어깨 위로 움직이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집중하느라 이마를 찌푸리더니 비트는 동작을 취했다.

 

내 어깨에 하얗게 달군 듯한 통증이 폭발했다. 비명을 지르느라 내 이가 가죽끈을 잘랐고 심장이 한 번, 두 번, 뛸 정도나 버티다가 곧 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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