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마이카 #그린북 #노킹온헤븐스도어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요즘 저는 운전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네요. 영혼이 육체에서 0.5미터 정도 빠져나간 느낌입니다. 운전학원 강사님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강사님인데요, 조곤조곤한 말투로 뼈를 때립니다. 이럴 땐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로 단련된 자아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온통 운전 생각뿐인 저를 투영하여 이번 주는 운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모아 왔습니다. 예전 65번째 금요알람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적이 있어요. 그때는 고독한 운전자였다면 이번에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드라이브라는 점이 다르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갑작스럽게 운전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은 데는 이 영화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유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아끼는 자동차인 빨강 사브 900을 숙련된 솜씨로 모는 미사키(미우라 토코)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거든요.

긴 러닝타임으로 유명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답게 이 영화도 세 시간에 가까운 길이입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거의 한 시간쯤이 지나서야 제목이 나와요. 아름다운 부부 유스케와 오토의 사연을 담은 아주 긴 오프닝이지요. 이후 2년이 흘러 유스케가 먼 히로시마에서 열린 연극제에 연출자로 가게 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가 될 미사키를 만나요. 

유스케의 사연은 처음부터 함께 따라가지만 미사키의 이야기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천천히 밝혀집니다. 일자로 다문 입과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 꾸미지 않은 옷차림. 아직 앳된 얼굴의 그녀가 무슨 사정으로 연고도 없는 곳에서 운전 일을 하게 되었는지, 유스케와 미사키가 가까워지는 만큼 우리도 함께 알게 되지요. 그래서 제목이 "드라이브 마이 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러닝타임 : 2시간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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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 (2018)
1960년대 미국. 백인과 유색인을 구분 짓는 인종차별법인 짐 크로우법이 존재했던 때. 이탈리아계 이민자 토니(비고 모텐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로 일하게 됩니다. 돈 셜리 박사는 백악관에서 초청을 받기도 하고 카네기 홀 건물의 꼭대기 층에 살 정도로 명성 높은 피아니스트이지요.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하며 아주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와는 아주 딴판입니다.

둘의 여정은 돈 셜리 박사가 남부 지역으로 투어를 떠나면서 시작됩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그린 북"은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에서 따온 건데요, 인종분리정책에 따라 흑인 여행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 숙박 시설, 음식점 등을 지역별로 모아 놓은 책입니다. 토니는 그린 북에 따라 돈 셜리 박사의 투어를 가이드하면서 기타 위험한 상황에서 그를 보호할 보디가드 역할도 수행하게 됩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린 북을 뒤적거리는 토니. 그리고 그런 그가 마뜩지 않으나 딱히 대안이 없어 그를 고용하고 만 돈 셜리 박사. 둘은 무사히 남부 투어를 마치고 크리스마스 전까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감독 : 피터 패럴리
러닝타임: 2시간 10분
Watch on Watcha, Netflix & Tiving
노킹 온 헤븐스 도어 (1997)
시한부 진단을 받은 채 병실에서 만난 마틴(틸 슈바이거)과 루디(얀 요제프 리퍼스). 지금까지 한 번도 바다를 실제로 본 적 없다는 루디의 말을 듣고 마틴은 함께 바다를 보러 가자고 제안합니다. 병원을 탈출하고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나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던 그들의 여정은 차 안에 숨겨져 있던 엄청난 양의 현금과 함께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돌진합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본 지 십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영화 마지막 장면은 눈을 감으면 마치 방금 본 영화처럼 생생합니다. 하얀 포말로 일렁이는 바다와 둘의 뒷모습, 거친 바닷바람 소리와 겹쳐지던 노래 "Knockin' on heaven's door".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내내 흘러나오던 음악을 들으며 먹먹한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한참을 서성거렸습니다. 원곡은 밥 딜런의 노래이죠. 영화에서는 독일의 록밴드 Selig의 커버 버전이 쓰였습니다.

감독 : 토머스 얀
러닝타임 : 1시간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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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Ode Studio Seoul - Playlist, 도쿄 밤 드라이브
이번 뉴스레터는 플레이리스트로 마무리해 볼까 해요. 주혜, 유진, 이령, 세 친구가 꾸린 사이드 프로젝트 Ode Studio Seoul의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취향이 비슷한 친구 셋이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어느덧 16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모으고 여러 브랜드와 협업도 진행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도쿄 밤 드라이브"는 일본 시티팝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그들이 정성스레 큐레이션 한 신나는 음악을 빵빵하게 켜두고 여유롭게 밤거리를 달릴 그날을 꿈꿔 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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