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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을 보는 기술 
The Art of Seeing Obscurity
기술은 인간의 몸이 지닌 한계를 보완하여 더 선명한 세상을 보게 한다. 완성된 사진 이미지 속 흠없이 아름다운 상태, 이상적인 구조와 질감, 매혹적인 소재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미완의 세계와 보여지는 완전한 이미지의 세계 사이에 큰 거리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간극은 때로 개인적 소외감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희미하고 정리되지 못한 우리의 생각 또한 명확한 정보와 언어로 쉽게 대체되는 세상이 되었다. 인간적인 망설임이 부유하던 사유의 공간, 시와 예술이 배양되던 그 모호한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늘의 사진예술은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닻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세 명의 작가는 눈앞의 피사체를 선명하게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김지현 작가가 기록하고 있는 것은 부재에 가까운 풍경이다. 작가는 한 장면과 다음 장면 사이에서 소멸한 리듬과 우연한 파장의 순간을 포착한다. 눈앞에 드러난 대상이 선명할수록, 작가가 응시하는 곳은 현실 너머의 미로 같은 인식의 공간임을 암시한다. 이진실 작가는 사라진 시간의 층위를 풍경 속에 중첩시킨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재구성된, 투명하고 얇은 막에 가려진 풍경들은 익숙하고도 낯설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전에,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장면들과 연결되어 우리를 꿈꾸게 한다. 최수정 작가는 과거의 기억 속에 남겨진 그림자와 산화된 재와 같은 흔적들을 사진에 담는다. 작가에게 사진은 과거의 삶을 마주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깊고 어두운 터널이다. 상처를 보듬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 속에서 남겨진 이미지는 보는 이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한 편의 시와 같다.

우리가 여기서 보는 사진은 모호함과 망설임, 불완전한 여백을 지닌 존재의 증거에 가깝다. 삶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과정은 질문으로 가득하며, 예술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의 내면을 향하고 있다. 인간은 상처 입고 망설이는 존재이며, 사진은 존재의 시선이 미완의 시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준다. 잘 찍은 사진이란 무엇이며,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마음 사이에서 작동하는 사진기라는 도구가 우리 옆에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사진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곳일지도 모른다. 사진은 사라지는 모든 순간을 향한 아름다운 애도의 흔적이다. 

기획의 글 _ 주상연


전시 정보
참여 작가: 김지현, 이진실, 최수정
전시 기간: 2026.7.31(금) - 12.31(금)
전시 장소: 다크룸 |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 471 CS Plaza B102

연계 행사
10/15(목) 4pm 북바인딩 워크샵 ⟨나만의 노트 만들기⟩
10/16(금) 7:30pm FNL#37 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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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C 3호
사라짐을 보는 기술
Limited Edition of 500

이 책은 현재 다크룸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사라짐을 보는 기술 The Art of Seeing Obscurity》의 참여 작가 김지현, 이진실, 최수정의 작업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연계 출판물입니다. TLC(Thinking Like Clouds)는 다크룸의 프로세스 북으로, 예술가들의 보이지 않는 창작 과정을 공유합니다. TLC 3호에서는 사진 매체의 예술적 표현과 사진에 남겨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지를 함께 구성했으며, 각 작가의 작업 세계와 사진을 둘러싼 질문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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