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Vol.83 <엄지로 쓴 시절 기록> 뮤지션—정승환 여백을 두고 찬찬히 읽는 시, 멜로디 사이에 쉼이 있는 노랫말. 짧지만 커다란 울림을 주는 시와 노랫말에는 온갖 마음들이 함축되어 있어요. 생략되어 더 촘촘해진 문장들 사이엔 상상의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들 속에 우리는 더 많은 마음들을 담을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AROUND》 83호에 함께한 뮤지션 정승환 님의 또 다른 소식을 전하려 해요. 그가 직접 쓴 시, 새로 발매된 디지털 싱글에 대한 에디터의 따스한 코멘트까지. 그의 노랫말에 기대어 나만의 시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몰려오는 나의 감정들을 작은 문장 속에 꾹꾹 담아 멀리, 멀리 보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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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 Another Story Here — 책 너머 이야기
AROUND Vol.83 일기의 시절 Open A Letter
<엄지로 쓴 시절 기록> 정승환—뮤지션
06.09. What We Like — 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06.23. A Piece Of AROUND — 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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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밤이 깊으면 라디오를 켰다. 밤의 틈새로 목소리를 보내오는 어느 뮤지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장난기 어린 말씨와 무해한 농담, 음악과 뮤지션의 또 다른 이야기, 담담히 읽어 내려가는 편편의 시, 청취자에게 보내는 정성 어린 답장…. 감정을 한 줌 덜어내 더 절절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션 정승환은 음악으로, 시로, 말로, 글로 편지를 쓴다. 편지의 초안은 모두 두 개의 엄지에서 출발한다.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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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노래를 부른 뮤지션의 서사가 담긴 노래’랑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고 했어요. 어느 쪽이 좀더 승환 씨한테 가까워요?
둘 다요. 이렇게 대답해야 제가 가수로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지극히 사적인 노래가 있는가 하면 조금 더 전형적인, 대중적인 곡이 있는 것 같아요. 내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노래들이요. 지금까지 사랑받은 제 곡들은 후자에 속하는 편이에요. 사실 너무 개인적인 노래면 공감을 사기 어려울 거고, 공감이 안 되는 노래라면 사랑받기 힘들겠다 싶어요.
지금 떠오르는 가사 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갑자기 꼽기는 좀 어렵지만… 음…(정적), 음…(정적), 음…(한참 정적). 지금 막 머릿속에 떠오른 건 ‘안녕, 겨울’ 마지막 구절이요. (노래를 부른다.)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그대로의 그댈 사랑해요 닿지 않겠지만 늦더라도 부디 행복해요.”
갑자기 노랠 부르셔서 철렁했네요. 좋아하는 시 구절은 바로바로 읊었는데 좋아하는 가사를 읊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어요.
제가 쓴 게 다 너무 좋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서(웃음)….
(웃음)네. 알겠습니다.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휴대폰 메모장에 쓴 게 기록의 시작이라고요.
어릴 때부터 공상을 많이 하곤 했어요. 생각도 많고 제 언어로 규정하는 걸 좋아해서 혼자 정말 많은 생각을 했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저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기도 했어요. 근데 자고 나면 자꾸 다 까먹는 거예요.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생각하는 것들, 생각하는 주제에 관해 이것저것 적어봤어요. 계기는 그랬는데, 점점 모든 걸 기록하게 되더라고요. 시를 좋아해서 시처럼 흉내 낸 글도 많이 썼죠. 지금도 꾸준히 쓰고 있고요. 그렇게 써온 메모가 벌써 10년이 쌓였네요. 기록은 전부 휴대폰 메모장에 해서 폴더도 엄청 많아요. 휴대폰에 기록하는 게 편하고 좋지만, 고장 나거나 잃어버려서 사라진 메모들도 있어요. 특정 시절에만 쓸 수 있는 문체나 화두가 있잖아요, 어릴 때 쓰던 말투는 지금 따라 하기도 어렵고요. 그걸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워요.
지금 휴대폰에도 메모가 있나요?
그럼요. 이 휴대폰은 3-4년쯤 된 건데요. 이 메모장에만… (휴대폰을 켠다.) 1,500개 정도 있네요.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자주 기록해요. 악필이라 노트보단 휴대폰 메모장이 편하고 좋아요. 글 쓰는 시간은 항상 즐겁고 자유로워요.
‘시’라는 폴더가 있네요.
쑥스럽지만 꾸준히 쓰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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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에 기록된 글을 확인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켰을 때, [시]라는 폴더가 보였어요. 라디오 <음악의 숲 정승환입니다>를 진행할 때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심보선 시인과 그의 시를 좋아한다.’고요. 그 풋풋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죠. 문학 행사에도 곧잘 함께하며 시를 향한 사랑을 이어온 정승환의 글이 궁금해졌습니다. 살짝 보여줄 수 있느냐는 말에 메모 애플리케이션에서 글 하나를 열어 보여주던 그. 이대로 보내 버리면 머릿속에서 금세 잊힐 것 같아 조심스레 부탁해 보았어요. “이 시, 받아볼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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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환 군이 보내준 시를 읽으며 “서로의 등을 비밀처럼 읽으며” 걸어가는 두 사람의 등 사이에서 꽃이 피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등 뒤에서 우는 사람과 등진 채로 같이 울”어주는 사람을 생각했지요. 머릿속에 어렴풋이 풍경이 하나 그려집니다. 등 뒤에 핀 꽃이 시들고 자라나는 것도 모른 채,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을 줄도 모른 채, 여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와도 영영 길의 도중에 있을 두 사람이요. 시간이 지나 모든 게 옅어지더라도 둘 사이 비밀은 남아 있을 것만 같아요. 잊으며 걸어가고 싶어도, 그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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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사람이 내 이야기처럼 불렀을 때 더 그럴 수 있을 것 같고요. 언젠가 가수 이소라 님을 “자기 이야기처럼 노래 부르는 뮤지션”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맞아요. 이소라 선배님은 제가 정말 존경하는 뮤지션인데, 저도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비긴어게인>에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같이 부른 적이 있는데, 함께 노래 중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났어요. 저는 소라 선배님 노랠 들을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계속 무너져요. 속수무책으로요.
‘기쁜 마음으로 무너진다.’는 문장 정말 좋네요. 승환 씨는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 사람은 진짜 자기 얘기하는 것 같아.’ 그런 뮤지션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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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란 말이 참 우습지 우릴 시작하게 한 인사가 이젠 우리의 끝을 알려주는 말이 되었어” 2022년 5월 발매된 뮤지션 정승환의 디지털 싱글 ‘안녕이란 말’의 한 구절이에요. 절절한 감정이 깃든 음악에 귀 기울이는 동안, 마음의 모양이 슬픔으로 일렁이네요. 곡의 화자는 말하지요. “담담히 헤어지는 법 그런 건 잘 모르겠”다고요.
독자분들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마주한 적이 있나요? 간결하게 편곡된 선율을 따라 가만히 흐르는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세요. 헤어짐을 마주한 채 읊는 후회, 다짐, 그리고 당부의 이야기가 들려올 테니까요. 잠잠하게 시작되어 점차 고조되는 슬픔을 따라가다 보면 안녕이란 말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감정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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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83호의 주제는 일기의 시절(Open A Letter)입니다. 매일 또는 특별한 날에만 쓰는 일기, 다정한 마음이 담긴 메모, 잘 전해진, 혹은 끝내 닿지 못한 편지 사연까지. 우리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문장 이야기가 83호에 모여 기록되었어요. 이 안에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콕 박힌 문장이 있나요? 가만히 읽고 보니 꼭 나와 같은, 내 가려운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준 문장을 발견했다면 어라운드 뉴스레터팀에게 소개해 주세요. 우리가 어떤 가치에 함께 공감했는지, 문장 안에 숨긴 여러분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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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향기가 풍겨오는 요즘입니다. 높아지고 있는 온도만큼 어라운드 뉴스레터 기록도 찬찬히 쌓이고 있어요. 어느새 여섯 번째 발행을 마쳤습니다. 오늘 소식은 어땠나요? 오직 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뮤지션 정승환 님의 자작시를 소개해 드렸어요. 더불어 우리의 빈 시간을 가득 채워줄 그의 새로운 디지털 싱글 앨범 발매 소식까지, 책 속에 실리지 못한 아쉬운 이야기들을 모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가 여러분들의 일상에 닿아 작은 영감으로 남길 바라요. 어라운드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 직원들의 취향 콘텐츠를 들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함께 공감하고 나아갈 다음 소식도 기대해 주세요. 다다음 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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