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나는 여름 방학을 보내고 돌아왔어요오! 지난 8월은 '진짜 방학인 것처럼 놀아보자'라는게 목표였어요. 문득 돌아보니 퇴근 후에도, 주말이나 휴가 때에도 뭔가 개인적으로 '해야할 일'들에 둘러 싸여 있더라고요. 그 해야할 일이란게 뭐... 거창한 일도 아녜요. '미뤄둔 책을 읽어야지' '은행 업무 꼭 해놓자' '여름 이불 빨래 해야되는데' 등등.

그런거 다 제끼고 기냥 누워서 빈둥빈둥하거나(늘 빈둥빈둥하지만 ㅎㅎ 뭘 미루고 있다는 죄책감 없이!) 바닷가를 후적후적 갈지자로 산책하거나 뮤직 페스티벌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며 노니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껏 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은데 앞으론 시간을 좀 '넓게'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된 여름 방학이었어요.

p.s 1 참, 휴가때 간다고 했던 수목원이 어딘지 맞춰주신 팽주님이 계세요. 맞아요! 저 천리포 수목원 다녀왔어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정말 맘에 쏙 드는 곳이랍니다. 조용히 숲 그리고 바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께 강력 추천할게요👍 수목원에서 숙소도 운영하는데 호텔같은 시설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뭣보담 평일 1박 8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 (예약 안빡셈)

p.s 2 알려드려야지 알려드려야지 하다가 까먹고 있었던... 전에 대익보이차에서 출판한 보이차 관련 서적이 절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저의 기억 조작이어쒀요!!!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필요하신분들 겟하세요 (제보해주신 팽주님 감사해욧!)

최근들어 차가 들어간 스파클링 제품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어요. 페트병에 담긴 캐주얼한 RTD(Ready to drink) 스타일도 있고, 마치 샴페인처럼 유리병에 담겨 상대적으로 고가에 판매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탄산음료보다 단맛이 적은 드라이한 스파클링티가 있다면, 식전주로 마시거나 식사와 페어링하기 좋겠단 느낌이 왔어요. 특별한 날 무알콜 샴페인 마시는 느낌으로다가 즐긴다면 그 또한 좋을듯 했고요. 그래서 샴페인형 스파클링티 제품을 몇 가지 구해서 마셔봤습니다. 아직 흔하게 판매되는 제품군은 아니라 다양하게 구하진 못했고 2개 브랜드, 4종의 제품을 시음해봤어요. 스파클링티가 정확히 뭔지, 앞서 가졌던 저의 기대감에 부응했는지 지금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스파클링티'라는 제품군이 만들어진 건 비교적 최근이에요. 그러다보니 국내엔 스파클링티 종류도 많지 않고, 판매하는 매장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 제품을 구하는데 품이 상당히 많이 들었어요. 해외에선 그나마 국내보다 제품 출시가 꽤나 활발한 것 같아요. 영국의 대표적인 티 브랜드인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도 스파클링티 제품을 내놨고 덴마크와 독일에서 만든 코펜하겐 스파클링티는 영국의 고든램지 레스토랑 등 100곳 이상의 미쉐린 레스토랑에 입점돼 있을 정도로 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에 더티레터 추신란으로 살짝 전해드렸던 홍콩의 '마인드풀 스파크스' 역시 고급스런 마실거리로 포지셔닝하고 있더라고요. 이 가운데 제가 구한 제품은 아래와 같아요.

덴마크 / 750ml(3만2000원) / 용산 와인마트, 제주 와인창고에서 취급. 수입사인 타이거인터내셔널에 거주지 가까운 매장 문의하는 것이 빠름

🍃사이초 (다즐링·호지차·자스민)

영국 / 750ml(3만7000원)·200ml(9900원) / 롯데백화점 잠실점·인천점·동탄점 이 3개 매장에만 입점

코펜하겐 스파클링티 블로는 레터 첫 번째 사진 속 음료에요. 병도 그렇고 마개를 따는 방식도 샴페인과 비슷합니다.(그래서 샴페인과 비슷하게 3분의 1쯤 흘려버림...🤣) 맛의 인상은 차보다 과일주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도 그럴게 가장 많이 들어간 주재료가 포도과즙이거든요.

그러나 분명 차가 주는 복합적인 맛이 있었어요. 블렌딩된 차의 종류를 살펴보면 백차 19%, 자스민녹차 14%, 시트러스 녹차 13% 등 백차와 녹차, 홍차, 허브까지 종류도, 비율도 적지 않더라고요. 저는 복숭아 타르트에 곁들여 마셨는데, 스파클링티를 처음 접하는 지인들도 한 모금 마시자마자 "맛있다"고 할만큼 호불호를 타지 않는 무난하고 기분 좋은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포도에서 나오는 약간의 단 맛이 있어 식사에 페어링하기는 어려울듯 했어요. 디저트나 가벼운 샐러드 또는 식전주로는 잘 맞을듯 해요. 참고로 해외엔 로제 스타일의 '리세호' 등 제품군이 더 있지만, 아쉽게도 국내엔 정식 수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영국 출신 스파클링티 사이초 얘기를 해볼게요. 무려 지난 7월 처음 국내 정식 판매가 시작된 정말 따끈한 제품인데요. 포도주스를 메인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섞은 코펜하겐 스파클링티와 다르게 이 제품은 다즐링, 호지차, 자스민 등 차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요. 제품의 약 90% 이상이 냉침차이고, 여기에 백포도 주스와 레몬즙 그리고 탄산을 섞었어요. 덕분에 차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드러나는게 강점이에요.

하지만 그렇기에 저를 비롯한 우리 팽주님들은 '굳이 사 마실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집에 있는 차를 탄산수에 냉침해서 과일주스 살짝 섞으면 딱 그 맛 그대로 나오지 않을까(울 팽주님들 워낙 금손이 많으셔서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은 너낌) 싶더라고요.

솔직히 세 제품 모두 누구에게 추천할만한 맛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순위를 매기자면 다즐링이 가장 낫고 다음은 자스민. 자스민은 향은 좋았는데 그 향이 너무 강한 나머지 뭔가 곁들여 먹기엔 무리가 있을듯 하더라고요. 참고하시고요. 마지막 호지차는 추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보리차에 탄산수를 섞고 설탕을 살짝 뿌린 그런 맛이었거든요...😱

결론적으로 마셔본 4개의 제품 중 추천해드릴 수 있는 것은 코펜하겐 스파클링티에요. 술을 드시지 않거나, 차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특별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때 활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한 두번쯤 스파클링티 제품을 경험해 보신 후엔 나만의 스파클링티 레시피를 연구해보시면 아주 맛난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레시피라기엔 아주 소박한 제 방식을 알려드리면, 저는 마리아주 프레르의 마르코폴로라는 차를 탄산수에 냉침해서 식사에 가끔 곁들여요. 붉은 빛으로 우러나와 색깔도 아름답고, 부드러운 바닐라향과 쌉싸름한 차의 맛이 어우러져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과일향이 블렌딩된 홍차류들도 뭐, 당연히 탄산과 잘 어울리죠. 전에 망고향이 나는 홍차를 탄산수에 냉침해 마셔봤는데, 들척치근한 맛은 전혀 없으면서도 향은 달달하고 풍성한게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혹시 이미 나만의 스파클링티 레시피를 갖고 계신 팽주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더티레터에도 살짝 좀....!

◼️구수~하고 호지호지~한 콤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