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경사(慶事)가 둘이나 있네요. 축하와 관심을 부탁드려요!
기온이 뚝 떨어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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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를 알든 모르든 듣든 안 듣든
『바그너주의』를 읽긴 읽고 사긴 사야 한다
🦻팔랑
『바그너주의』에 등장하는 수많은 개념 가운데 핵심이라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종합예술작품’이라는 말입니다. 모든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이 이 개념에 사로잡혔어요. (그냥 바그너 음악 같은 것, 이라고 답해도 많이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당연히 그중에 이사도라 덩컨도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덩컨 자체는 이 개념을 의심스러워했어요. 춤은 그 모든 예술작업을 휩쓸어버리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덩컨의 현대무용은 당시의 예술가들에게 종합예술작품을 실현한 무대로 해석됐습니다. 덩컨이 이 개념을 정확하게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 수 없지만, 덩컨은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같은 독일철학을 흡수하며 바그너가 가고자 했던 ‘극장 없는 극장’에 다가가고자 했던 무용가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다시피 타이즈도 슈즈도 의상도 없이 그녀는 튜닉만을 걸치고 맨발로 무대에 섰습니다. 심지어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어요. 그 장면이 전통 발레를 지지하던 이들에게 어떤 충격으로 다가갔을지 상상해보면...🫨
바그너 사후 코지마가 바이로이트를 장악한 시절 코지마는 덩컨의 무용에 공감하지는 않았는데, 그러거나말거나 덩컨의 무대는 20세기 초반 미국과 유럽에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알렉스 로스에 따르면, 말러가 빈에서 올린 《트리스탄》,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라 스칼라의 《트리스탄》 연출이 그랬을 거라더라고요. 참고로 덩컨이 그 비극적인 죽음을 맞기 전 올렸던 마지막 공연은 바로 《트리스탄》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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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버전이든 콘서트 버전이든 시각적으로 바그너를 단 한 순간이라도 경험해 본 이라면 20세기 예술계 전체가 바그너를 자신만의 예술로 구현하기 위해 갖은 분투를 했으리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음악과 수없는 유도동기들, 최소 8~10대가 넘는 더블베이스에 대형 금관의 빼곡한 배치, 이 거대한 악기들의 파도를 뚫고 나오는 가수의 목소리(《라인의 황금》 세 여신들이 알베리히를 비웃는 웃음이 들려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타인의 외모를 그리 비하하다니! 신의 몰락이 실은 외지주에서 비롯된 거라고요. [농담농담]) 아무튼 바그너를 처음에 씨디나 바이닐로 들을 때는 독일어 가사 더듬거리면서 따라가기도 버겁고 단 몇 장의 북클릿 이미지로는 캐릭터에 몰입이 쉬이 되지 않는단 말이죠. 그러다가 무대를 보면요.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꽤 화질이 좋은 공연들을 찾아볼 수 있어요.) 어떤 극이라도 한 악장만이라도 경험하면 그때부터 시작이 됩니다.
어쨌든 아무튼, 바그너를 싫어한다는 것 자체가 바그너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뜻이기에, 예술이며 철학이며 정치며(저는 특히 15장에서 ‘바그너주의 철학’ 부분을 정말 홀린 듯 읽었습니다) 읽고 쓰고, 무대든 캔버스든 오선지든 무엇이든 창조한다는 사람치고 바그너를 통과하지 않을 수 있는 자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바그너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더라도 일단 『바그너주의』를 사긴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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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 1: 🌱죽순이 제5회 한국출판편집자상 인문사회 분야를 수상했습니다. 수상 소감을 전합니다.
영끌의 인문사회서 제가 출판 일을 시작한 2013년 이래로 인문사회 책의 세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판매량이 분명히 말해줍니다. 물론, 인문사회 편집자들은 2016년 미투와 페미니즘 리부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투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 반대, 윤석열 정권의 내란 이후 민주주의 회복 등 중대하고 긴급한 사회 문제 앞에서 책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책의 영향력은 어떤가요. 여기서 다시 한번 판매량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판매량은 출판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수치임과 동시에 책이 담고 있는 지식과 가치의 보급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수치입니다. 상황은 나쁩니다. 저는 책의 죽음보다 독자의 죽음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북페어의 흥행은 책에 대한 사람들의 일상적 관심이라기보다, 독서 체험 또는 독서 퍼포먼스 참여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퍼포먼스의 재료 혹은 일종의 기념품이 된 책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읽히지 않으면 어떻게 책이 사람들의 생각과 활동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저는 또한 예상보다 팔리지 않는 책을 두고 ‘이 책 진짜 좋은 책인 데’ 푸념하면서 ‘그래도 좋은 책을 냈다’고 자기만족하는 저를 볼 때 두렵습니다. 경력 초기엔 ‘좋은 책은 읽히는 책’이라는 선배들의 말이 ‘매출에 연연하는 태도’로만 들렸습니다. 지금은 읽혀야 좋은 책이 ‘된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없는 세상의 초입에 있는 듯한 절망감이 늘 척추를 타고 흐릅니다. 그렇기에 장애 정의, 동물권, 트랜스젠더 가시화, 인종 문제, 행성과 비인간 사물 차원의 인식론 등을 다룬 책들이 나올 때마다 내심 놀랍니다. 그야말로 ‘영끌’ 출판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문사회 출판인들의 영혼이 소진되기 전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한울에서 일할 당시 우수학술도서(지금의 세종도서 학술 부문) 선정이 연구자들의 사기를 북돋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세종도서 교양 부문 역시 다양한 분야의 저자와 역자를 응원하고, 도서관을 살찌우며 독자를 양성합니다. 하지만 선정 작품들의 다양성이 더 보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교양 부문은 특히 정치적이고 논쟁적이며 낯선 주제의 인문사회서들에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지식의 보급만이 반지성주의와 혐오, 차별을 줄이기 때문입니다. 인문사회 독자를 키우는 일은 지금 한국 사회가 겪는 심각한 젠더 문제, 인종 문제, 기후 및 재난 불평등 문제 등 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일입니다.
절망의 출간 목록에서 희망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신간마다 지적, 실천적 자극을 주는 리시올/플레이타임, 예술 이론서의 단비 현실문화, 사회운동과 연구의 결과물을 시의 적절하게 내는 오월의봄, 생태마르크스주의의 선봉 두번째테제, 조용히 강렬한 이야기를 모으는 가망서사, 소수자의 근처에서 비어 있는 이야기를 채워가는 접촉면, 한국에 절대 나오지 못했을 법한 문학과 미디어 분야 책을 과감히 출판하는 워크룸프레스, 비인간동물에 대한 정의를 누구보다 먼저 논한 책공장더불어, 출판사 운영의 방법부터 새로이 고민하는 출판공동체 편않, 그리고 지면의 한계로 미처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인문사회 출판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책이 있었기에 마티와 저도 작은 용기를 더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뒷걸음질 치고 싶을 때마다 여러분의 책 이력을 들여다봅니다. 오래, 같이 책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절망만이 희망을 생산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듭 절망합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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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 2: 제4회 전쟁과여성영화제가 열립니다
전쟁은 인간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파괴할 뿐 아니라 땅과 바다를 훼손하고, 인간과 비인간이 맺어온 관계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지 손상시킨다. 특히 여성과 소수자의 삶은 오랫동안 전쟁이 작동하고 기록되는 또 하나의 전장이 되어왔다. 우리는 이미 전쟁과 생태적 위기가 서로 얽혀 있는 곳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우리는 어떻게,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전쟁의 한가운데서 이미지를 만들고 이야기를 전하는 일, 상처 입은 몸들을 음악과 땅의 울림에 맞춰 공명하는 일, 제국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전쟁기계의 전유에 대항한 여성들의 역사를 듣는 일, 사라지는 존재와 장소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는 일, AI가 만든 쓰레기에 생태적 유머로 대처하는 일, 파괴된 삶을 돌보고 다시 관계를 만드는 일. 올해 전쟁과여성영화제가 주목한 영화들은 이러한 일들이 손상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서로 다른 기술이라고 응답한다.
제4회 전쟁과여성영화제는 팔레스타인 가자, 일본 오키나와, 미얀마, 이란, 한국, 그리고 가상 공간을 넘나들며 이주와 저항, 돌봄과 연결, 기술과 유머를 함께 이야기 나눈다. 서로 다른 장소와 형식의 영화들이 교차하며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이다. 파괴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보고, 기록하고, 돌보며 이 행성에 함께 거주할 수 있을까.
🍿 상영작+씨네토크 확인하기
➥ 영화도 영화지만, 씨네토크 넘 궁금. 완전 기대.
🍿 사전 신청하기
➥ 다음 주에 재밌는 행사 많아서 마티 편집자들 다 머리 쥐어뜯으면서 일정 조정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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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탄하다
남의 재물이나 다른 나라의 영토를 한데 아울러서 제 것으로 만들다.
“⋯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제례를 통해 그의 영혼을 밀림 자체의 영혼에 병탄되게 했던 거야.”
— 조지프 콘래드, 『암흑의 핵심』*, 이상옥 옮김, 민음사, 1998, 113쪽
* 『암흑의 핵심』을 왜 읽었느냐, 『바그너주의』 때문/덕분/덕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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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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