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 얼마 전부터 이 낯선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교수님들이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한 번도 못 들어봤던 말인데요.😅 이 단어의 뜻은 바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라고 합니다. 참고로 올해의 사자성어에는 아래와 같은 단어들도 후보에 올랐다고 해요.
- 욕개미창(欲蓋彌彰) :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 누란지위(累卵之危) : 달걀을 여러 개 쌓아놓은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
- 문과수비(文過遂非) :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계속한다
이 단어들을 한 문장으로 조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고, 덮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잘못이 드러난다. 잘못된 점을 고치지도 않고 같은 행동을 계속하니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교수님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저는 위 문장이 마치 지금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되려 호통을 치는 모습을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에요.🤔 이번 주 타파스는 연말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지난 8개월을 찬찬히 되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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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은 중요하지만, 우리 편에겐 공정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가장 강조했던 가치가 바로 ‘공정’입니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한 것처럼, 누구에게나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이었죠. 하지만 정작 윤 대통령은 주변 인물들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 그 잘못을 덮거나 모른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중대한 의혹이 있죠. 바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입니다.🤔 뉴스타파는 2020년 처음 이 의혹을 보도한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관련 증거를 공개해 왔어요.
하지만 검찰은 주범인 권오수 회장 등 몇몇 인물들만 재판에 넘겼을 뿐,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아직 소환조사 한 번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하거나 침묵하고만 있어요.🤔
또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인사가 바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습니다. 청문회 당시 자녀와 처조카 등 ‘허위 스펙 네트워크’ 의혹이 드러난 데 이어, 장인인 진형구 전 검사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죠. 하지만 한 장관은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올라 윤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윤 대통령의 ‘우리 편 챙기기’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인물이 바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입니다. 이상민 장관은 국가의 재난과 안전 관리 업무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었지만,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다 참사 이후에도 책임을 회피하기만 했어요.🤨
이에 분노한 유가족들이 직접 이상민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야당 의원들도 해임을 건의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 문제는 추후에 판단할 문제”라며 사실상 유가족과 야당의 요구를 묵살했어요.😰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도, 자녀에게 허위 스펙을 만들어줘도, 심지어 주가조작 범죄 연루 의혹이 있어도 말이에요. 이러한 모습이 과연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정’의 가치에 합당한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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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중요하지만, 언론 자유는 탄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 못지않게 강조하는 가치가 있죠. 바로 ‘자유’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자유’는 유독 언론에 한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순방 중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회담을 나눴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행사장을 나오면서,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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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MBC가 처음으로 위와 같은 자막을 붙여서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했고, 이어 수많은 언론사가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뜻밖의 반응을 보입니다. 대통령은 ‘바이든은’이 아니라 ‘날리면’ 이라고 말한 것이고, 최초로 자막을 달아 보도했던 MBC가 악의적으로 대통령 발언을 왜곡했다고 주장한 거예요.😨
또 윤 대통령은 MBC가 “한미동맹을 훼손함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 라며 매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MBC에 항의방문을 하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게다가 지난 11월 동남아 순방 때 대통령실은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을뿐더러, 며칠 뒤에는 역시 MBC 기자와 대통령실의 언쟁을 이유로 들어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중지하기까지 했어요. 이러한 대통령실의 태도에 대해 언론노조는 ‘언론 탄압을 중단하라’ 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또 윤석열 정부 들어 YTN은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고, KBS와 MBC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사와 세무조사 등으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두고 과거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행보와 똑같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해요.😰
이렇듯 윤석열 정부는 유독 정권에게 비판적인, 불편한 언론만을 대상으로 날 선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적어도 언론에 대해서는 ‘자유’라는 가치 역시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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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원칙은 약자에게만 가혹했다
이렇듯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자유’는 그 대상에 따라 느슨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통령 주변 인물에게는 ‘공정’하지 않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생각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유독 윤석열 정부가 ‘법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노동 분야인데요.
올해 6월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올해 6월과 11월에는 화물연대가 파업을 벌였습니다. 각자의 요구사항은 달랐지만 결국 노동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똑같았습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즉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라는 요구였죠.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공권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이렇게 강경한 정부의 대응 앞에, 결국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과 화물 노동자들 모두 백지나 다름없는 결과를 들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는듯 했습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원청인 대우조선의 횡포와 비리가 있었고, 또 그 배경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 소홀이 있었어요.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 역시 그 배경에는 지금까지 안전운임제를 방치해온 정부의 책임이 있었습니다.
즉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일정 부분 정부의 책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서는 ‘법’도 ‘원칙’도 따지지 않았어요. 윤석열 정부의 법과 원칙은 가장 약하고 가난한, 그래서 결국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만 가혹했습니다.
올해의 ‘타파스’는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무거운 소식만 전해드린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네요. 내년은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소식을 나누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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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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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과 망원경 같은 시야를 가진 언론인이 되길”
2022년 12월 21일(수)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2022 보도기획안 공모전 취재비 전달식’을 열었습니다. 선정 기획안에 200만원의 취재비를 전달했습니다. 이날 전달식에서 김중배 이사장은 ‘현미경과 망원경’이라는 칼럼을 인용해 학생들을 축하했습니다.
전달식 현장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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