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창고 보름간
23년 6월 ◑
제57호
▧보름간의 곡물창고 입하 소식▧
타살에 대비해 유언으로 쓰다 지운 시론
망현실주의자
소개
불가해한 이유로 우리는 내일 당장 죽을 수 있으므로, 염치불구하고 여기에 시론(혹은 미래)를 임시저장합니다.
첫 불세례
빛에 대해 명상하는 것과 명상의 빛에 눈이 멀어버리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다울까. 꿈에서만 모든 걸 행하는 것과 깨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정다울까.
불가사의
지상은 실패한 연옥의 하위버전이다.
시의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시
나는 새 우주론을 위한 시적 사고실험이다.
신곡에서 삭제된 지옥의 해부도
순간 휘어버리는 철근과 구조. 순간 바스러지는 벽면과 내면. 풍경을 벗어난 폴리스라인. 녹슨 장대비 내리는 거리. 접근금지구역의 찌그러진 철책.
환상 동화
에피
곰인형의 독백
해초에 휘감겨 있으면. 안겨 있는 것과. 차이가 나는 일일까? 나는 혼자서. 아니면 너와 나 둘이서. 운명을. 부숴보고 싶다고. 그런 생각도 해. 그러려면. 안겨 있는 일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은. 그 일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
기억 찻집
여기에선 찻값이 기억입니다. 소중한 것이 아닌 기억은 우리들처럼 버릴 수 있습니다. 한번 따져보세요, 이런 데에서 먹는 차 한 잔의 값으로(꽤나 온종일 앉아 있어도) 얼마만큼의 기억을 선뜻 내밀 수 있는지를요.
~같은 것
김깃
셀프카메라 같은 것
개를 보면 개를 연구하는 개가 된다. 통 속에 보관하던 개의 통속을 개봉하면 개는 급속 부패한다. 개를 공원에 풀어 놓았더니 상한 발을 갖는다. 이후로는 너무 즐겁게 노는 개 취급을 받는다.
상상 퇴사 같은 것
나는 양손을 비비며 모래를 섞었다. “섞은 모래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모래군.”
혼잣말하며 모래 속으로 한 손을 넣어보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가열화된 체제였다. 이런 체제 정비의 배경은 무엇일까……
수요일에 쓰는 사람
미친풀
31
그는 이빨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가 공룡이었을 때를 생각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그 시간과 작별을 하는 게 힘들었다. 가족을 버려야 했고, 몸을 손바닥만 하게 줄여야 했으며, 언어를 배워야 했다.
▧창고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랜덤 게시물 1편▧
예쓰 예쓰 티쳐
한선생
사춘기
한선생은 아이를 들여다본다. 아이도 한선생을 들여다본다. 여기 심연에 빠진 사춘기가 길게 늘어져 있나? 아이는 키가 조금 컸다. 흔히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빌드업 되었다고 표현하는데 예전에는 통통했다면 지금은 책상이 작아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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