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론 앤 어라운드] 오리지널 에세이 

🍶 <맛깊은 인생>을 보내드립니다. 

몰디브 이야기입니다. 😎

🍶 맛깊은 인생 | 최갑수

모든 일정에는 빈틈이 존재합니다

일주일 동안 터키를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아피온이라는 작은 도시를 거쳐 으스파르타라는 도시까지 여행한 적이 있다. 아피온의 온천문화와 으스파르타의 장미축제를 취재하는 때문이었지만 사실 관심은 언제나 그렇듯 먹는 있었다.


그럼 터키에서 먹었냐면, 아침으로 올리브와 치즈, 말린 무화과와 살구, 요구르트, 삶은 계란, 딱딱한 바게트를 먹었다. 점심으로는 삶은 계란과 요구르트, 딱딱한 , 치즈, 말린 무화과와 살구, 올리브를 먹었다. 눈치채셨겠지만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터키를 여행하는 내내 치즈와 올리브, 요구르트, 딱딱한 , 삶은 계란을 먹었다는 것이다. , 음식들이 맛없었다고 불평하는 아니다. 지금까지 나는 이토록 맛있는 올리브와 치즈, 말린 무화과와 살구, 요구르트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말하고 싶을 뿐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 호텔 식당에 내려갔을 나를 놀라게 올리브가 무려 열세 가지 종류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놀라운 건너편 테이블에 놓인 열한 가지의 치즈, 그리고 옆에 놓인 아홉 종류의 요구르트와 과일잼이었다. 나는 사흘 동안 호텔에 묵었는데 사흘째 아침에서야 비로소 그것들을 맛볼 있었다. 


터키시 딜라이트도 빼놓을 없다. 아피온에서 들른 미림울루라는 가게는 무려 1860년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가게 주인 알리는 '형제의 나라에서 여행자에게 시식할 로쿰(locum) 접시 가득 담아 주었는데, 달콤한 치즈 로쿰을 집어먹자마자 지구에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것이 정말 축복처럼 느껴졌다.


직업이 여행작가다 보니 현지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때가 있다. 어떤 직업이든 하지 않아도 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현지 관광청 관계자와의 식사 역시 이런 가운데 하나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과 커다란 테이블을 두고 앉아형식적인음식을 먹으며 각자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 예를 들면 인구와 수도, 인사법, 식사예절, 향신료, 휴가 일수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정말이지 지루하다. 여행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 같지만 그래도 이것 역시 일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어쩔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도 시간이 아까운 사실이다. 

터키 취재 여행도 그랬다. 세상은 때로 끝없이 잔인하게 군다. 장애물 하나를 넘으면 다른 장애물 하나를 준비해두고 있다. 마치 기다렸다듯. 그렇다, 나는 지금 망할 인스펙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 일정 내내 나는 매일매일 4~5개의 호텔을 돌며 인스펙션(호텔 관계자에게 호텔 룸과 각종 시설 안내를 받는 . 정말 재미없고 지치는 일이다) 해야 했다. 하루 종일 호텔방과 헬스장, 온천 시설, 레스토랑 등을 돌아보고 나면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다. 가방에는 호텔에서 나눠준 머그컵과 볼펜, 각종 자료로 빼곡했다. (물론 그것들은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다.)


어쩌겠어. 피하려 해도 피할 없는 것이일정이라는 것이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바뀌지 않는 것이 일정이라는 것이라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몸은일정이라는 현실’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일행은 호텔을 나오면 자동적으로 정문 앞에 열을 맞춰 줄로 섰다. 그리고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호텔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서는 다음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줄지어 버스에 올랐다.

그래도 올리브와 치즈, 케밥, 로쿰은 정말 맛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엉망진창의 일정을 모두 용서할 있을 만큼 맛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올리브와 치즈, 견과류, , 대추야자로 가득한 터키의 식탁 앞에 앉을 때마다 나는 일정에 대한 모든 걱정과 근심을 잊을 있었다. “식탁 위의 쾌락은 다른 모든 쾌락과 결합할 있으며, 다른 모든 쾌락이 사라진 뒤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를 위로해 준다라고 말한 브리야 사바랭이었지. 그렇지. 세상의 모든 일정에는 빈틈이 존재하는 법이지. 그것 봐, 영원히 지는 인간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니까. 🥢 

📎 Clip 사랑에 대하여
  •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 사람이 사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 속으로 들어온다. 사랑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 연인은 내가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사람이다
  •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 끌린다. 아는 사람은 편하지만 매혹의 대상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은 편하지 않지만, 때때로 매혹의 대상이 된다.
  • 결혼은 인간이 발명한 매우 유익한 제도이지만 유익함은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
  • 분명하고 알아듣기 쉽게 고백하기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자의 말은 불가피하게 우회하는 말이다.
  •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의 삶보다 문제 되는 것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달라고 구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의 삶이다 


     - 이승우, 사랑의 생애중에서

🖋 Words 많은 날들 중 하루일 뿐이죠
살다보면 물론 불행한 날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날들은 내 인생의 어떤 수많은 하루 ‘가운데’ 하루일 뿐이다. 행복한 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Alone &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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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일을 주제로 레터일을 한다는 보내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보람있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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