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미 소리가 부쩍 짙어지며 본격적인 한여름의 궤도에 들어섰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우리의 일상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 불쑥 치밀어 오르는 억울한 감정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로 가득합니다. 무서워서 슬쩍 피해버리거나, 참다 참다 한순간에 폭발해 버린 뒤 씁쓸한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하죠. 하지만 진정한 평온은 두려운 대상을 외면할 때가 아니라, 나를 집어삼킬 듯 밀려오는 파도를 똑바로 마주하는 ‘직면’의 순간에 시작됩니다. 내 안의 상처와 타인의 비겁한 맥락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할 때, 비로소 우리는 나를 지키는 영리한 답을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이번 레터는 삶의 거친 강물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진리를 찾아간 소설 《싯다르타》의 깊은 울림부터, 참다 터져서 괴로웠던 이들을 위한 상담가의 솔직한 고백, 그리고 내면의 근육을 탄탄하게 키워줄 유익한 강연 소식까지 묵직하게 채워두었습니다. 오늘만큼은 그동안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마음의 실체를 두 눈 똑바로 뜨고 다정하게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요?
👀 한 눈에 보는 오늘의 마음건강
① 책 | 내면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
② 칼럼 | 참다 터지면 늘 나만 미친 사람이 됐다
③ 이달의 마음건강 강연 및 교육 정보
내면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editor 강동훈
살아가다 보면 문득 내 삶이 낯설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우리는 매일 바쁘게 무언가를 좇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며 쉴 새 없이 달려가지만, 정작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불안감 앞에서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일에 파묻히며 교묘하게 시선을 돌리곤 합니다. 진짜 내 모습과 마주하는 일이 때로는 너무나 두렵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회피해 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곪은 상처를 덮어두기만 해서는 결코 새살이 돋지 않듯, 삶의 근본적인 고뇌 역시 피한다고 해서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뼈아픈 '직면'의 시간입니다. 내가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절망하며, 어떤 낡은 굴레에 갇혀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두꺼운 껍질을 깨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토록 고독하고 지난한 직면의 과정을 온몸으로 살아낸 한 인간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의 고전 『싯다르타』를 소개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 속에서도 결코 삶에서 도피하지 않고, 고통과 욕망의 한가운데로 기꺼이 뛰어들어 스스로 진리를 찾아낸 싯다르타의 치열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시길 바랍니다.

🔖 책 속 한 줄

그대의 영혼이 온 세상이니라.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민음사, 2025, 26쪽


앞으로 나의 길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까? 그 길은 괴상하게 나 있을 테지, 어쩌면 그 길은 꼬불꼬불한 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 길은 원형의 순환 도로일지도 모르지. 나고 싶은 대로 나 있으라지. 그 길이 어떻게 나 있든 상관없이 나는 그 길을 가야지.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민음사, 2025, 175쪽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민음사, 2025, 253쪽

장재열의 왜 그럴까...🧐
참다 터지면 늘 나만 미친 사람이 됐다
editor 장재열

14년 전, 제가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오후, 전혀 할 줄 모르는 일을 하나 받았어요. 우리 사업부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선배도 사수도 해본 적 없는, 물어볼 데도 없는 일이었죠. 끙끙대면서 밤을 몇 날 며칠 새고, 어찌어찌 완성해서 가져갔습니다. 나름 뿌듯한 표정으로 결재판을 내미는 저를 보자마자 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재열 씨, 이게 뭔데?"
"아, 저번에 말씀하신…"
"저번에 뭐? 내가 언제 시켰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당황과 민망함, 호랑이 상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문이 막히고 머리가 새하얘졌죠. 그리고 며칠 뒤, 또 다른 지시를 받아 시키는 대로 했더니 이번엔 "너는 일을 왜 네 마음대로 하니?"가 돌아왔습니다.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몇 달이 지난 어느 오후, 저도 모르게 머리끝까지 분이 차올라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어요.


"와...씨. 녹음할까요?! 왜 사람을 바보 만드시죠!!!"


저는 그게 '직면'인 줄 알았어요. 드디어 맞섰다고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그건 직면이 아니라 그냥 '폭발'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저만 미친놈이 됐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나오고도 무려 5년을,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그 팀장 욕을 했어요. 근데 이상하게, 그렇게 욕을 해도 분은 하나도 안 풀리는 거예요. 오히려 욕을 하면 할수록 마음만 더 시궁창이 됐죠. 상담을 업으로 삼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늘 두 가지 대응만 해왔다는 것을요. 무서워서 피하거나, 참다 참다 터뜨리거나. 회피 아니면 폭발. 정작 그 사람이 왜 저러는지 한 번도 제대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지난달에 이 지면에서 말씀드렸죠. "내가 언제?" 하는 상사도 속을 들여다보면 여러 알고리즘이 있다고요. 크게 세 부류였죠. 첫째, 정말로 잘 까먹는 사람. 둘째, 직원이 혼자 잘 해낸 걸 인정하기 싫은 사람. 셋째, 절차와 의전에 예민한 사람. 제가 겪은 그 팀장의 답은 세 번째였습니다. 시킨 것도 기억하고, 제가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다만 중간에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 없이 결과물만 턱 내민 게, 그분 시선에서는 영 경우 없는 일이었던 거죠. 그런데 "왜 중간보고를 안 했냐"고 똑바로 짚는 대신, "내가 언제 시켰어?"라고 빙 둘러 비트는 식으로 꼽을 준 겁니다.

이런 걸 심리학적으로 '수동 공격(passive-aggressive)'이라고 합니다. 화나 불만을 직접 말로 꺼내지 않고, 에둘러서 표출하는 방식이에요. 왜 직접 말하지 않을까요?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두렵거나 부담스러운 거예요. "너 중간보고 안 했잖아"라고 콕 집어 말하는 순간 쫀쫀하고 야박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자기 이미지를 지키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거죠. 그리고 돌려 말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남습니다. 이렇게 수동 공격은 상대를 바보로 만들면서 자기를 안전하게 지키는 알고리즘이에요. 그래서 힘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관계에서 유독 잘 생겨나고, 가스라이팅과도 깊게 연결됩니다.


이런 맥락을 다 아는 중년의 상담가가 된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오늘의 내가 14년 전 덜덜 떨던 막내 재열이를 다시 만난다면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아마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야, 그 양반. 어른 같아 보이지? 어른 아니야. 약간 무시당할까 봐 자기 대접받는 데만 신경 쓰는 어른 아이거든? 일을 받으면 중간에 딱 한 번만 '이렇게 가고 있는데 맞을까요?' 하고 물어보는 제스처만 해줘. 네 잘못 아니고, 그냥 그 사람 다루는 법을 좀 배워. 그럼 돼."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볼 점이 있어요. 저 사람을 들여다보고 대하는 법을 찾는 것과 별개로, 내 감정도 돌봐주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 시절 저를 가장 많이 갉아먹은 건 팀장님 그 사람이 아니라, 갈 곳 없이 제 안에 차오르기만 하던 분 그 자체였거든요. 지금의 저는 '분노 파쇄기'를 씁니다. 다이소에서 파는 손바닥만 한 종이 파쇄기예요. 그날 차오른 분을 포스트잇에 빠짐없이 적은 다음, 파쇄기에 넣고 좌라라라락 갈아버립니다. 무형으로 둥둥 떠다니던 분노의 실체들이 눈앞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그 장면이, 묘하게 카타르시스를 주거든요.


결국 우리 삶엔 이인삼각이 필요해요. 첫째, 저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굳이 부딪치지 않을 길을 찾는 것. 둘째, 그 사람 때문에 화나고 분한 내 감정을 그때그때 돌봐주는 것. 한쪽 다리만 성급하게 앞서 달리면 바로 고꾸라지듯, 두 다리가 보조를 맞춰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결국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 저는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쪽 다리에 힘이 더 쏠려 있으세요? 혹시 한쪽으로만 절뚝이며 걷고 있진 않나요?

editor 범준
🧩 나의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찾고, 나를 더 단단하게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 청년정서케어링 코스 셀프 아트 테라피 : 나의 마음정원 3기 (신청 : ~7/21)
♣️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들 모두 모여라! 타로와 호흡 명상을 통해 자기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 안 고독한 하루 : 타로, 나를 비추는 거울 (신청 : ~7/10)
📙 일과 돌봄, 여러 역할에 치이면서도 지치지 않고 나를 지켜내는 방법을 찾아낸 두 작가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 예스24 :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 북토크 (신청 : ~7/19)
✍🏻 평범한 일상의 틈새에서 건져 올린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모아 한 권의 시집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 가가77페이지 : 길위의 인문학 2026 - 내 삶이 시가 되고 (일정 : 모집 페이지 참고)
👫🏻 "왜 내 말이 다르게 전달될까?" 일상과 사회 속에서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생활 기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 🔗 미니인턴, 슬기로운 어른생활 : DISC와 관계의 언어로 배우는 건강한 소통법 (신청 : ~7/19)


COPYRIGHT ©월간 마음건강.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