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미국의 아버지, <해밀턴>
#서양사 #미국사 #뮤지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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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지난 2주간 다들 잘 지내셨나요. 최근 보내드린 몇 통의 편지에서 항상 꽃 피는 봄 얘기로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요. 이제는 꽃구경하기에도 더운 날씨가 되어버린 것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봄과 여름의 사이에서 푸르른 날들을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번에 사적인 영화관에서 소개해 드릴 영화는 바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가운데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해밀턴>(202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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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밀턴> (2020)
- 감독 : 토마스 케일
- 출연 : 린-마누엘 미란다, 조너선 그로프 등
- 장르 : 뮤지컬, 전기, 드라마, 역사
- 러닝 타임 : 2시간 40분
- 스트리밍 : 디즈니 플러스
- 원작 : 뮤지컬 <해밀턴>, 론 처노의 소설 <해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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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들은 평소 뮤지컬 영화를 즐겨 보시나요? 저는 꽤 좋아하는 편인데요. 오늘 소개할 <해밀턴> 역시 뮤지컬 영화입니다. 아, 엄밀히 말하자면 <위대한 쇼맨>이나, <맘마미아>같은 뮤지컬 영화라기보다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공연을 촬영해 편집한 공연실황 영화입니다. 2015년에 막을 올린 해밀턴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이라고 합니다. 연극, 뮤지컬 관련 미국의 월간 잡지인 Playbill 에 따르면 해밀턴의 가장 비싼 좌석의 가격은 약 101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 인기인지 대충 감이 오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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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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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브로드웨이를 뒤집어 놓으셨다던데…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이길래, 21세기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작이라는 명성을 얻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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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수상 정보부터 보고가시죠
- 2016년 퓰리처상 희곡 부문 수상
- 2016년 제70회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 수상
- 2016년 제70회 토니상 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애런 버 역할의 레슬리 오돔 주니어)
- 2016년 제70회 토니상 뮤지컬 부문 베스트 스코어
이 외에도 제70회 토니상에서는 남녀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베스트 연출상, 베스트 오케스트라, 뮤지컬 부문 베스트 의상, 뮤지컬 부문 베스트 조명 등 말 그대로 상을 휩쓸었어요.
*토니상 : 미국 연극‧뮤지컬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방송계의 에미상, 영화계의 오스카상, 그리고 음악계의 그래미상과 더불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4대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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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은 작품인 만큼, 저도 긴 러닝타임을 잊을 정도로 푹 빠져서 봤는데요. 어떤 점들이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제가 꼽은 해밀턴의 매력 포인트를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1. 힙합 뮤지컬🎤
저는 뮤지컬 하면 고조되는 서사와 격정적인 연기,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감동적인 노랫말에 그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해밀턴>은 여기에다 ‘힙합’이라는 요소를 추가하여 관객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사하였습니다.
저는 역사를 콘텐츠로 만들 때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어려움과 지루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실제 있었던 일들을 전달하려다 보니 콘텐츠가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해밀턴>은 이런 역사 콘텐츠가 갖는 문제점을 힙합 뮤지컬이라는 방식 통해서 유쾌함과 신선함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랩으로 혁명을 모의하고, 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연설하고, 국무회의를 진행하는 역사 인물들의 모습이라니 상상조차 못 해본 그림이지 않나요? 힙합 외에도 R&B,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뮤지컬에 녹여내었는데요. 이 덕에 뮤지컬을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힙합과 역사, 뮤지컬이라는 요소들이 서로 어색하거나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우러졌기에, 감상하는 데에 큰 무리도 없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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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중
독립 혁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배우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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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사의 유기적 연결🖋️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바로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나타나는 ‘서사의 유기적 연결’입니다. 뮤지컬에서 작품에 삽입되는 곡을 ‘넘버’라고 하는데요. 해밀턴에서는 몇몇 주요 넘버에서 등장하는 메인 가사와 멜로디를 지속적으로 인용하면서 효과적으로 주제의식을 전달합니다. 작품 속 해밀턴의 좌우명처럼 여겨지는 가사나, 주변 인물들이 그에게 해준 중요한 말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변주되는 것이 그 사례입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가사와 멜로디가 자주 등장하는지 캐치하면서 감상해 보시면 훨씬 더 재미있게 <해밀턴>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배우들의 열연🎭
마지막 매력 포인트로는 배우들의 열연을 꼽아보았습니다.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노래 부르고, 춤추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정은 마치 화면을 뚫고 다가오는 듯했어요. 특히나 빠르고 긴 랩 대사에다가, 알렉산더 해밀턴 본인이 많은 저서를 남긴 만큼 대사가 많았을 해밀턴 역을 맡은 주연배우 린-마누엘 미란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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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중
알렉산더 해밀턴 역의 린-마누엘 미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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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마누엘 미란다, 그렇게 천재라고요?
린-마누엘 미란다는 <해밀턴>에서 알렉산더 해밀턴 본인을 연기했던 배우인데요.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뮤지컬 해밀턴의 극본가이자 작곡, 작사가로서 제작 전반에 참여했습니다. 본인이 쓰고 작곡한 뮤지컬에 주연으로 참여하다니, 대단한 멀티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해밀턴>의 성공으로 린-마누엘 미란다는 맥아더 펠로우십*을 수상하였고, <해밀턴>의 넘버들이 담긴 OST 앨범도 흥행에 성공하여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맥아더 펠로우십 : 맥아더 재단이 매년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창의성과 통찰력을 가졌으며 미래를 위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미국의 인재 25명 내외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각 수상자에게는 사용에 아무런 조건이 없는 62만 5,000달러의 지원금이 5년에 걸쳐 지급됩니다.
<해밀턴>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OST 작곡, 작사도 맡았고, 또 작년 말에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 마법의 세계>속 음악도 그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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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대단한 뮤지컬의 주인공인 해밀턴은 과연 누구일까요?
알렉산더 해밀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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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포인트! - 알렉산더 해밀턴
(Alexander Hamilton)
- 1755(또는 1757)~1804
- 미국 10달러 지폐 속 주인공
- 미국 지폐에 초상화가 새겨진 인물 중 대통령이 아니었던 2명 중 한 명이다. (다른 한 명은 외교관이자 정치인, 과학자로 유명한 벤자민 프랭클린)
-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
- 미국 독립혁명 당시 참전 군인
- 미국 초대 재무부 장관 역임
- 정당 : 연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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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독립전쟁에서부터 미국 역사 초기에 국가의 초석을 다진 이들을 기리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으로, 미국 독립혁명 당시 참전했던 군인이었으며 정부 구성 이후에는 미국 초대 재무부 장관으로서 미국 경제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미국 독립혁명부터 미국 정부 수립까지의 역사를 훑어보며 역사 속 해밀턴이 남긴 발자취를 좇아가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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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혁명과 정부 수립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독립혁명 당시에 이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턴의 부관으로서 활약했습니다. 조지 워싱턴은 보스턴 차 사건 이후, 영국의 강경한 진압에 대응하기 위해서 소집된 대륙회의에서 총사령관으로 선출되어 전쟁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 최강의 국가로 군림하던 강력한 영국군에 비해 미국군은 너무 약했고, <해밀턴>에서도 전쟁 상황이 쉽지만은 않아 지지부진하는 조지 워싱턴과 해밀턴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국인들은 영국과 전쟁을 이어갔고,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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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포인트! -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
18세기 초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식민지라는 단어가 주는 강압적인 느낌과 달리 당시 미국은 일종의 자치를 하고 있었는데요. 영국이 ‘건전한 방임’의 태도로 미국의 행정을 인정하고 많이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영국이 프랑스와 7년 전쟁을 치르며 국내 상황이 열악해지자, 중상주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식민지인 미국에 세금을 많이 물리기 시작했어요. 설탕, 차, 유리, 종이, 페인트와 같은 각종 생활품에 세금을 많이 부과했는데요. 이런 영국의 조치에 미국이 반발하자 영국은 다른 법안들은 폐기했지만, 홍차에 붙인 세금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남아있는 차세에 분노한 미국인들은 1773년, 홍차를 가득 싣고 보스턴 항구에 도착한 영국 동인도회사 소유의 선박을 습격해 선박에 실린 모든 차들을 바다에 빠뜨린 보스턴 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영국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영국은 보스턴 항구를 폐쇄했으며 매사추세츠의 선거를 정지시키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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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싸움을 하던 와중, 유럽 내에서 영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프랑스, 네덜란드, 에스파냐가 미국을 지원해 주었고 요크타운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여 결국 미국은 독립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해밀턴의 절친한 친구로 묘사된 라파예트가 프랑스인이었습니다.
1783년 파리조약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독립을 승인받은 미국은 1789년 정부를 구성하였고 1790년에 초대 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이 취임하며 새로운 국가의 기틀을 다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알렉산더 해밀턴은 조지 워싱턴의 부탁으로 재무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해밀턴>에서는 이 부분부터 2부로 넘어오는데요. 2부에서 중요한 대목은 재무부 장관이 된 알렉산더 해밀턴과 국무부 장관이었던 토마스 제퍼슨의 갈등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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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포인트! - 토머스 제퍼슨
위에서 언급한 독립선언서의 기초를 쓴 인물로, <해밀턴> 작품 내에서 알렉산더 해밀턴과 정적으로 가장 대립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토마스 제퍼슨 역시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으로, 독립혁명 이후 정계에서 2대 부통령, 3대 대통령을 지내었으며 퇴임 이후에는 버지니아 대학교를 설립하여 교육자로서 힘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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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갈등을 둔 부분은 바로 미국 최초의 중앙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립은행 즉, 제1미국은행을 설립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제1미국은행은 상업은행으로서 기능하지만, 한편으로는 연방정부의 은행으로서 연방정부 자금을 예치하고, 여러 지점을 두어 연방정부가 필요한 곳에 자금을 배분하여 미국 정부가 공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때 재정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각 주(state)의 이익보다 강력한 정부의 권한을 추구했던 연방주의자인 해밀턴이 내놓은 이런 생각은, 정부가 무제한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경계한다는 제퍼슨의 논리에 부딪혔습니다. 작품 내에서도 이 부분은 랩 배틀로 표현되어, 두 사람의 열띤 토론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싸움은 조지 워싱턴이 해밀턴의 논리를 지지하며 해밀턴의 승리로 끝납니다. 나중에 가서는 그의 정적인 제퍼슨도 해밀턴의 경제 정책은 천재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해밀턴은 미국 독립의 과정에서부터, 정부를 수립하고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까지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었습니다.
워낙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그만큼 <해밀턴>이 담고있는 배경 스토리가 풍부하기도 하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제가 생략한 더 재미있는 부분이 많으니 관심있는 분은 감상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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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은 솔직하게 말해서 너무 제 취향을 저격하는 작품이었어요. 너무 재미있게 봐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지 보자마자 바로 알겠더라고요. 뮤지컬을 실제로 보고 싶어졌고,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영웅>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콘텐츠 추천해주신 익명의 구독자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저의 최애 영화 목록이 더 풍성해졌어요🤗 사적인 영화관에서 보고싶은 영화가 있다면, 능력이 닿는 데까지 리뷰하고 추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어려워 마시고 궁금한 영화가 있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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