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춘기'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강아지의 사춘기를 부르는 말로,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강아지와 가족이 되어 함께 살고 있답니다! 강아지를 입양한 후,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를 마주하며 하루하루가 새롭게 느껴지는 요즘이에요.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고민도 찾아오는데요. 저희 강아지가 집에 온 지 2주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평소에 잘 먹던 밥이나 간식을 먹지 않고, 산책할 때 갑자기 흥분하거나 산책 중에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일단 멈추고 경계하는 듯한 행동을 종종 보이곤 했어요. 이런 모습에 고민이 되어 여러 자료를 찾다보니 '개춘기'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됐어요. 그리고 더 고민이 되었죠!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지식백과>에서 '개춘기'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네요.
“생후 6개월 정도 된 반려견은 사람 나이로 환산했을 때 10대로 접어드는 나이입니다. (…) 개들에게도 이런 사춘기가 있습니다. 반려인들은 개의 사춘기를 줄여서 '개춘기'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반려견의 행동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행동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착한 강아지'에서 '반항하는 강아지'가 된다는 말부터, '문제 행동'을 바로잡는 방법, 질풍노도의 시기, 호르몬의 변화 등등… 활동을 하며 숱하게 마주했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개춘기'의 특징이라며 담겨 있었어요. 사실 사춘기 자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징이 나타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10대 초·중반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강아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찾아본 결과에 '질풍노도', '반항', '문제 행동'이라는 단어들과 함께 '교정'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보니 고민이 되었어요. 성장하는 시기에 일어나는 어떤 변화 지점들을 '개춘기'라며 끄덕이기엔 찜찜한 기분도 들었고요.
"'사춘기'란 말에는 의료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어떤 경향이나 특성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가치 판단을 담고 있습니다. 사춘기는 불안하다든지 충동적이라든지 반항적이라든지 하는 부정적 이미지들과 쉽게 연결됩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되곤 합니다. 청소년의 행동이나 말, 감정을 두고 ‘사춘기라 저런다’, ‘일시적인 거다’라고 무시하는 일을 많은 분들이 겪어봤을 거예요. (...) 생리적인 경향성이나 특징,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경향성이나 특징으로 그 집단을 모두 설명하려고 하거나, 평가하고 판단하는 이유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가령 여성들이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하면 “생리 중이라 그런다”라고 평가하고 그 내용을 무시한다면 매우 무례하고 차별적인 일이겠지요."
또 소위 '문제 행동'이라고 불리는 모습도, 그게 정말 '문제'인걸까? 하는 생각도 더 해보게 되었어요. 그냥 인간의 관점으로만, 일방적으로 문제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건 아닐까? 인간 중심의 제한적인 경험/환경과 어찌할 수 없는 한계로 인해, 만약 다른 공간에서 다른 관계로 만났더라면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는 무언가를 문제로 만들지는 않았을까. '문제 행동'이라는 '문제 설정'이 이 존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더 관심 갖고 이해하기를 포기하게 하는 건 아닐까. 관련하여 또다른 글도 떠올라서 아래에 인용해봅니다.
" (...) 저마다의 연약함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환경에서라면 굳이 '가오'를 잡고 센 척할 필요가 없다. 나의 바람이 수용될 거라는 안정감, 기다리면 내 차례도 어김없이 돌아올 거라는 신뢰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면, 굳이 지금 당장 내 요구를 들어달라고 떼를 쓰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상대방의 허락을 구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약자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떼를 쓰지 않고도 곧장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문제적 행동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외려 권력의 불평등과 문제적 환경/관계가 드러나게 된다. 결국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위험해 보이는 권리들을 옹호한다는 것은 그런 상황에 내몰리지 않을 권리를 옹호한다는 의미다."
청소년들의 일명 '문제 행동'은 청소년인권에 대한 지지와 옹호를 가로막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데요. 그렇기에 이 '문제 행동'의 다른 이름을 찾아보는 과정이 의미 있는 활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강아지를 포함한 다른 비인간동물들과의 관계에서도 비춰보면 어떨까요? 일명 자주 등장하는 단어와 문장을 이렇게 한번 바꿔보았습니다.
🐾개춘기 -> 성장기
🐾고집이 세다 -> 주관이 뚜렷하다
🐾말을 안 듣는다, 무시한다 ->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소통하기 어렵다
🐾편식한다, 거부한다 -> 자신만의 취향/지향이 생긴다
어떤가요? '개춘기'라는 말에 대한 고민도 그렇고, 강아지 식구와의 만남으로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데요. 아마 이렇게 활동가의 편지를 통해 강아지와 같이 살며 느끼는 생각과 고민들, 소식들을 종종 전하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뚝딱 지음] 활동가의 편지, 그리고 '지켜보는 난다'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