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파는 플랫폼이다. 그것도 유명 플랫폼이다. 장사가 되나.

요즘 우리나라 지식 교양 콘텐츠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는 않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사업가로서의 고민이 느껴진다. 철학 하는 사람도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

지금 하는 일이 즐겁다는 얘기로 들린다.

즐겁다. 즐거워서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올해는 좀 힘들었다.

번아웃 아닌가?

욕심이 많은 것 같다. 후원자 숫자가 줄어드는데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장학생에 디자이너, 번역가 등등 돈 나갈 곳은 정해져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내년에는 좀 더 즐거울 수 있도록, 에너지를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해 보려고 한다. 당연히 그 에너지라는 것은 전기가오리의 다양한 서비스로 구현될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서비스인가?

좋은 텍스트가 굉장히 많이 쌓여있다. 이걸 아카이브 형태의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공개하고자 한다. 후원자에 한해 구입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철학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있다는 전제다.

그런데 왜 철학은 멀게 느껴지나?

사람들은 이미 철학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철학은 영역이 너무 넓다. 그래서 어떤 것이 나에게 잘 맞는지,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는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그냥 그런 채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철학이 스스로의 신화 속에 갇혀있었다. 전기가오리가 바꿨다.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페인포인트를 전기가오리가 해결하고 있다.

요즘 인문학 강의나 책도 많이 보이는데.

강의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문제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많이 보이는 것이 철학을 가장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늘어놓는 경우다. 아니면 청자나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대학원생 전공 세미나에서 해야 할 어려운 이야기를 주욱 나열하는 데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수요에 걸맞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들이 철학 공부를 계속해서 쌓아 나가도록 독려하기보다는 누군가의 팬을 양산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다음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힘,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특정 철학자의 팬, 그도 아니면 강연자나 저자를 향한 팬덤에 머무르고 마는 것이다.

그럼 어떤 종류의 콘텐츠 공급이 필요한가?

일단 좋은 번역서가 필요하다. 시간을 들여 읽고 생각했을 때 뭔가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문장이 뒤틀려 있어 그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문장이 아니라 내용이 어려운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좋은 번역서를 기반으로 한 좋은 강의가 필요하다.

좋은 강의의 정의가 뭔가?

책을 이해하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강의다. 한두 시간 역자와의 대화, 저자와의 대화 같은 식으로 해서는 그저 일방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가 될 뿐이다. 또, 강의라는 형태로 콘텐츠를 전달할 때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이 보여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해도 강의실의 환경이나 음향 장비, 카메라 워킹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콘텐츠가 온전히 전달되기 힘들지 않나.

1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과 함께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이 일은 나의 인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일이다. 전기가오리는 그 자체로 브랜드다. 직원들과 함께 일을 나누어 해서는 브랜딩을 효율적으로 할 수가 없다. 리스크 관리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

“많이 쌓는다”는 말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나?

2050년까지? 너무 오랫동안 아닌가.

그때까지 전기가오리를 꾸려가면서 달성하고 싶은 사업적 목표가 있나?

세 번째 목표는?

미혼모 가정을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연말이다. 내년에 대한 기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