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뉴스레터, 땅콩레터 2월호입니다!
안녕하세요! 땅콩레터입니다.🍦
입춘이 지나서인지 한결 풀린 날씨입니다. 어느새 겨울도 작별할 시간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봄에는 더욱 좋은 소식들과 훨씬 안전한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땅콩레터의 22년 2월호의 주제는 ‘디저트’입니다. 디저트는 사람의 취향만큼이나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죠. 디저트 문화 자체의 호불호도 있겠지만, 카페나 베이커리 등을 작정하고 탐방하러 다니는 취미나 관련 리뷰만을 올리는 블로그, SNS 계정을 운영하는 분들도 계시죠. 일상에서 밀접하게 접하는 만큼,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어떤 것인가요? 고소하고 달달한 쿠키🍪? 폭신하거나 꾸덕한 케이크🍰? 아니면 바삭한 전통한과? 함께 마실 취향의 음료🧃까지 준비를 마치셨다면, 땅콩레터 2월호를 함께 즐겨봅시다!
|
|
|
저는 디저트라면 가리지 않고 매우 좋아합니다. 뷔페에 가는 이유도 본 음식보다는 디저트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는 편이에요. 밥이 들어가는 배와 디저트가 들어가는 배가 따로 있는 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디저트 배가 좀 더 큰 것 같아요. 케이크, 사탕 같은 것부터 약과나 유과 같은 한과도 잘 먹죠. 지난 설연휴에도 가족들과 재래시장에서 사온 유과를 맛있게 먹었답니다.
디저트에 한정해서 가리는 것 하나 없는 제가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고 자주 사먹는 것은 바로 초콜릿 입니다. 초콜릿 자체를 먹는 것도 좋아하고, 초콜릿을 가공한 디저트도 굉장히 좋아해요.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에도 초콜릿 디저트를 위주로 사먹었던 기억이 나요. 온라인에서 많은 이들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민트초코도 없어서 못먹는 쪽이랍니다. 제가 특히나 좋아했던 초콜릿 디저트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
|
|
고3 시절을 함께한 초콜릿들
고등학교 3학년 무렵, 주 4일 동안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밤 늦게 집에 돌아가는 스케줄을 열심히 수행했었죠. 이때 만큼 식욕이 왕성했던 시기도 없었던 것 같아요. 조금만 움직여도 허기가 지고, 오래 앉아 있어야 하다보니 당이 떨어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 지를 알 수 있었던 때였죠. 학교 근처에는 군것질할 거리들이 많았는데, 용돈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편의점을 무척 자주 다녔어요. 석식을 먹고 난 이후에 시간이 남거나 더 출출할 때면 친구들과 함께 편의점에 가서 자잘한 과자나 사탕을 사오기도 했어요. 친구들에게도 한 조각씩 나누어주면서 시시콜콜한 잡담이나 수업, 가고 싶은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게 정말 재밌었어요. 토블론 초콜릿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저는 아예 수능 때에도 쉬는 시간에 먹을 간식으로 챙겨가기도 했어요.
친구들과 가장 오래 학교에 머물렀던 시기라서 그런지 초콜릿을 보면 유독 고등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나요. 물론 그때로 되돌려 준다고 해도 저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고3은 한 번으로도 족하거든요!
영국 왕실이 인정한 디저트! 민트초코.
저는 사탕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특히 민트맛(박하)을 좋아해서 식당에서 주로 두는 대용량 사탕을 사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학생일 때에는 졸릴 때 커피를 마시고 싶지는 않아서 민트맛 사탕을 한 두개씩 먹어가며 졸음을 이겨내기도 했죠. 그렇다면 그런 민트와 초콜릿이 결합한 민트초코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제게는 시원한 민트맛과 달콤한 초콜릿이 합쳐진 최고의 맛입니다. 민초파, 영원하라!
민트초코가 영국 왕실에서 기원한 디저트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1973년, 앤 공주의 결혼식을 기념하여 디저트 출품 콘테스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이때 참가한 마릴린 리케츠(Marilyn Ricketts)가 민트와 초콜릿을 결합해 ‘민트 로얄(Mint royale)’이라는 제품으로 만든 것을 시초로 보고 있습니다.
민트초코와도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가족 중에서는 저만 민트초코를 좋아하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싫어하는 편이에요. 치약맛이라는 비난에 저는 열심히 항변하는 타입이랍니다. 지난 여름에 아버지께서 귀갓길에 편의점에서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오셨어요. 그런데 그게 그만 모두 민트초코맛이었습니다. 저 혼자 아이스크림을 독차지해서 며칠 내내 먹었던 일이 있었어요. 이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것을 왜 안 좋아할까? 동생에게도 같이 먹자고 권했지만, 동생은 치약맛은 먹지 않겠다며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어요. 왕실에서 인정 받고 상까지 받은 훌륭한 디저트의 진가를 모르다니, 참 아쉽단 말이죠! 저야 독식할 수 있으니 매우 기뻤습니다.
초콜릿이 너무 좋은 나머지, 양치질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디저트와 간식을 구매하게 될 때에는 무조건 초콜릿을 위주로 고르게 됩니다. 먹는 비중도 상당하다보니, 저 역시도 치아 건강 걱정이 자연스럽게 들었죠. 원래도 덧니가 있어 치열이 고르지 않은 편이라 양치질에 신경을 쓰던 편이었지만, 매일 식사 후 양치질은 물론이고 가글까지 챙겨 다니며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에서는 양치질, 가글을 하지 못하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제 가방에는 무조건 들어가야하는 필수품이 여행용 칫솔치약 세트와 가글이었답니다. 지금도 집에서 양치질 외에도 간식을 먹은 뒤에는 무조건 가글을 하고 있어요. 건강하게 관리해야 디저트도 더욱 오래 행복하게 즐길 수 있겠죠?
|
|
|
‘Nailed It!’라는 프로그램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한국 서비스명인 ‘파티셰를 잡아라!’가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Netflix의 오리지널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일반인이 참여하는 베이킹 콘테스트이다. 주어진 미션의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보고 가장 가까운 형태로 만든 사람이 우승을 차지하는 대회 컨셉을 차용하고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요리 서바이벌이지만, 다른 요리 서바이벌 컨텐츠와는 큰 차이점을 두고 있다. 바로, 참가자들이 요리를 아주, 굉장히, 못한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거의 망치다시피 한 요리를 두고, 심사위원들은 늘 ‘Nailed It!’, 즉 ‘완벽하게 해냈어!’ 라고 외친다.
|
|
|
이 글에서 소개할 디저트는, ‘Nailed It!’ 말이 어울리는 디저트이다. 물론, 위에서 소개한 프로그램과 같은 맥락이다. 바로, 직접 만든 머핀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 근무하는 회사의 다른 부서 부장님께서 크렌베리를 종이컵 세 개 분량만큼 간식거리로 선물해 주셨지만 그냥 먹기에는 제법 양이 부담스러웠다. 마침 집에는 제대로 포장을 읽지 않아 가염 버터 대신 구매한 무가염 버터가 거의 통째로 있던 참이었다. 버터도 소진할 겸 받은 크랜베리를 베이킹에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로운 생각을 했고, 어느새 마트에서 머핀 틀 하나를 구매해 손에 들고 있었다.
마침내 머핀을 만들려고 버터를 실온에 조금 녹이고 나서야, 초보 베이커는 생각했다. ‘잠깐, 그런데 나 저울은 있던가?’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고 나서야 저울을 찾았지만, 저울에 맞는 건전지는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급하게 유튜브를 켜고, 저울 없이 종이컵만으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검색했다. 물론, 이미 버터의 양은 레시피와는 전혀 달랐지만. 얼렁뚱땅 반죽을 하고 크랜베리까지 반죽 안에 올리고 나니, 오븐을 예열해두지 않았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다. 허겁지겁 오븐을 예열하고 해둔 반죽을 넣어두니, 문제의 결과물이 완성되었다.
|
|
|
만든 사진을 보면, ‘그럴싸하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디테일의 미학이라는 베이킹에서 디테일을 제외하니 모양과는 전혀 다른 내용물이 완성되어 있었다. 만든 머핀은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딱딱했다. 아무래도 당연하지만, 초보 주제에 대담하게 저울 없이 계량을 하면서 뭔가가 잘못된 모양이다. 모양 역시, 그럴듯한가 싶다가도 아예 빵이 뒤집어진 듯하게 생긴 뭔가가 돋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크랜베리를 절여놓은 와인의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서 머핀에서 머핀이 아닌 맛이 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사용한 와인이 단 맛이 전혀 없는 와인이었던 탓에, 정말 술빵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맛이 났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정말로 ‘풍파를 온몸으로 맞은 듯한 머핀이, 에디터 선 본인을 제외한 온가족의 입맛에 맞았다는 것이었다. 달지 않아 맛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정량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의 설탕을 넣은 것이 반대로 가족들의 취향 저격을 성공했던 것 같다. 심지어 아버지께서는 미리 싸둔 도시락을 마다하고 회사에서 드실 점심 식사로 에디터 선이 만든 머핀을 챙겨 가셨다. 물론 아버지의 직장 동료분들께서는 맛을 보시고 ‘무슨 이런 걸 드시냐’라는 반응이셨다고 한다.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만족시켰다면, 이것 역시 Nailed It! 한 것 아닐까?
|
|
|
나에게 요리란 그저 적당히 재료를 넣어서 간을 하고 조리하면 완성이 되는 쉽고 간단한 것이었다. 새로운 레시피가 다가와도 두려움이 없었던 나에게 단 한 가지 어려운 과목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베이킹이다.
케이크는 대충 이런저런 재료를 섞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한 계량과 굽는 온도,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만족스러움을 떠나 결과물 자체를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자존심이 잔뜩 긁힌 나는 이에 여러 가지 도전을 감행하게 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실패한 케이크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오페라 케이크다. |
|
|
파티광인 나는 성공적인 솔로들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오페라케이크에 도전하게 되었다. 오페라 케이크는 에스프레소 시럽을 뿌린 아몬드 비스퀴 조콩드(케이크 시트)와 커피 버터 크림, 그리고 가나슈(따뜻한 생크림으로 초콜렛을 녹여 만드는 초콜릿의 일종)를 켜켜이 쌓아서 만드는 케이크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디저트인데 가격 측면의 문제와 더불어 판매하는 곳이 극도로 적은 탓에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다. 모든 과정을 순차적으로 해낸 나는 피곤했던 나머지 두 가지의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하나, 가나슈를 만들 때 생크림이 아닌 우유를 넣은 것. 둘, 케이크 시트를 충분히 식히지 않고 재료를 쌓기 시작한 것.
우유와 초콜릿이 섞이면 자연스럽게 굳지 않는다. 그런데 따뜻한 케이크 시트 위에 버터크림을 올리니 이미 버터크림이 녹기 시작했다. 그 위에 가나슈를 붓자 미친 듯이 흘러내리더니 책상을 모두 적셔버렸다.? 뭔가 잘못되기 시작했지만 멈출 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쌓기를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케이크가 가나슈에 푹 담가진 모습이 되었다.
|
|
|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사먹는 편이 나아. |
|
|
케이크는 결과적으로 맛있었다. 물론, 사진처럼 바닥에 가나슈와 버터크림이 잔뜩 섞여 모양은 예쁘지 않았지만. 바닥에 흥건히 넘쳐 결국 굳지 못한 가나슈들은 달걀을 넣어 브라우니로 만들었다. 꾸덕꾸덕하고 정말 맛있는 브라우니였다. |
|
|
과정이 재미있었으나 다음에 이런 복잡한 디저트를 도전하게 된다면 10번 정도 구매처를 알아보려고 한다. 역시, 비싼 디저트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로 가격이 높아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
|
|
땅콩레터의 열 번째 뉴스레터, 재밌게 읽어 보셨나요?
땅콩레터에 피드백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이메일(peanutnewsletter@gmail.com)로 보내주세요!
다음 3월호의 주제는 '학교' 입니다. :)
땅콩레터의 주제를 제안해주세요
|
|
|
스팸함에서 살아남기! peanutnewsletter@gmail.com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세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