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아름다운 말일 뿐만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나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어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시는 단순히 짧은 글, 감동을 주는 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시를 읽던 초창기에 그 생각이 강했습니다.
시를 점차 많이 읽게 되면서 그 생각이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시가 제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어요. 멈춰있는 시가 아니라, 세상에 살아 숨 쉬는 시가 되었습니다. 시를 통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고, 기쁨을 회복했습니다. 남이 쓴 시를 읽었지만 꼭 누가 나를 보고 쓴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를 쓰다보니 시는 결국 사람사는 이야기더군요. 내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이 모든게 어우러져 시를 쓰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시를 위한 소재가 되고, 그 시는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 깃들게 됩니다.
시인은 방 안에서 바깥으로 움직였는데 저는 점차 바깥에서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점차 골똘히 생각하며 방 안에서 시를 썼습니다. 순진하게 시를 좋아하던 시절에는 제가 보는 무엇이던지 전부 시로 썼습니다. 지나가다 만난 날아가는 새를 보고도 시를 쓰고 바다를 보고 시를 쓰고 걷다가 만난 지렁이를 보고 시를 쓰기도 했지요.
당시에는 정말 무궁무진하게 시르 썼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 시가 왜 써지지 않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답을 시에서 듣게 되었네요. 제가 점차 방 안으로 들어가며 세상과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저와 함께 점차 자취를 감춘 것이지요.
이제 다시 세상에 나가야겠습니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혼자서 길을 걷기도 하고 자연을 바라보며 시 안에 세상이 녹아들게 해야겠어요. 세상과 시가 가까워지고 사람들과 시가 친해지도록 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