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7일  (No. 557)
제인 구달이 일러주는 설득의 기술

얼마 전에 91세를 일기로 타계한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이 겪은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설득의 방법이 어때야 하는지를 잔잔하게 일러줍니다. 87세의 구달이 새벽에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을 때의 일입니다. 피곤했던 그녀는 잠이나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택시기사가 그녀가 제인 구달임을 알아보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보다 동물을 더 소중히 여기는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나는 관심 없어요. 내 여동생이 동물에게 왜 그리 신경을 많이 쓰는지, 진절머리가 나요." 이렇게 택시기사는 불평을 쏟아 냈는데, 보통의 사람이라면 택시기사의 시비에 짜증을 냈을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뒷자리에 앉은 구달은 차분하게 그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침팬지들의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프로그램, 학교에 다니게 된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하지만 기사는 여전히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죠. 심지어 구달이 택시에서 내릴 때 잔돈이 없다며 거스름돈을 줄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구달은 거스름돈을 동물 보호 일을 하는 여동생에게 기부하라는 말을 하면서 속으로 '이 사람은 술집에 가서 '오늘 이상한 여자를 택시에 태웠지, 뭐야!'라고 떠벌리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구달은 택시기사의 여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오빠(택시기사)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었는데요, 갑작스레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심지어 두어 번 자원봉사까지 했다고 합니다. 택시기사는 겉으로는 적의를 보였지만 속으로는 어느새 구달의 이야기에 '스며들었던' 것입니다.


클레어몬트 대학원의 신경경제학자 폴 J. 잭(Paul J. Zak) 교수는 사람들에게 통계나 사실을 제시할 때보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 뇌에서 옥시토신이 일관되게 분비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옥시토신은 신뢰와 친절함에 반응하여 생성되는 호르몬인데 타인과의 협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행동과학자 글렙 치퍼스키(Gleb Tsipursky)가 말한 '역효과(backfire effect)' 현상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 자존감, 세계관에 반하는 사실을 제시받으면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더 강하게 고수합니다. 만약에 구달이 그에게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 관한 팩트를 줄줄이 늘어놓는 식으로 설득하려 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그랬다면, 택시기사의 반감은 더욱 커졌을 겁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옥시토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화자와 청자 사이에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설득하는 과정 중에 '존중과 안전감'을 심어주기에 청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훨씬 편안하게 받아들이죠.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을 때 뇌의 더 많은 영역이 활성화되기에 청자는 이야기 속 인물에 공감하고 마음의 벽을 낮추게 되는 겁니다.

사소한 규칙을 어기는 직원이 있다고 해보죠. 리더가 이 사람의 행동을 교정하고자 할 때 곧바로 "회사 규정에 따르면..." 혹은 "네가 지난 주에 몇 번이나 지각했는지 알아?"라는 식으로 팩트 폭격을 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팩트 제시 전에 "왜 그랬나?"라며 규칙을 어긴 이유를 확인하고 나서 제인 구달이 그랬듯이 "작년에 홍길동이란 직원이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나중에 이런 저런 일이 벌어졌어...."라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제인 구달이 택시기사에게 보여준 것은 단순한 인내심이 아닙니다. 설득은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임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죠. 가장 강력한 논리는 데이터가 아니라 존중이고, 가장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은 차트가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참고논문
Zak, P. J. (2014). Why your brain loves good storytelling. Harvard Business Review, 92(10), 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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