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55 - 2025년 11월 첫째 주

[공적인사적모임] AID 연구 결과 공유회 (11/12)

국제개발협력과 AI에 관심 있는 분들 주목! AI와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듣고, 떠들고 싶은 분들 모이세요!

공적인사적모임 A.I.D(Artificial Intelligence & International Cooperation) 팀이 6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함께한 탐색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쉽지 않았던 연구 여정을 핑계 삼아 AI에 관심 있는 국개협 실무자(혹은 관심자)들의 자유로운 네트워킹의 밤을 준비했어요!📌 선착순 20분 한정 초대!

일시: 2025년 11월 12일 (수) 19:30–21:00
장소: 마루180 B1층 이벤트홀 (서울 강남구 역삼로 180)

*본 행사는 숲과나눔 풀씨연구회 5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신청하기

[김칩 구독자 저자 인터뷰 질문 & 아이디어 수집 (~11/9 연장)]

(사진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질문 접수 마감: 11월 9일(일)까지 연장!

아직 못 보내셨다면 이번 주말까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좋은 질문은 실제 인터뷰에서 소개될 수도 있습니다.

다가오는 김칩 뉴스레터에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국제 공공 정책 대학원(SIPA) 글렌 데닝(Glen Denning) 교수를 만납니다.

그는 SIPA MPA-Development Practice 프로그램 창립 디렉터이자,

📘"Universal food security: how to end hunger while protecting the planet (보편적 식량 안보: 지구를 보호하면서 기아를 종식하는 방법)"의 저자로, 지난 40여년간 50여개국에서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온 세계적 전문가입니다.

글렌 데닝 교수는 제프리 삭스 교수의 독서 클럽 팟캐스트에서도 아시아 지역의 농업 전략을 중심으로 자신의 책을 소개했죠.

이번 깁칩 인터뷰에서는

🍚 지속가능한 식량안보를 위한 현실적 해법

🌍 기후변화와 식량정책의 연결점

🤝양자 및 다자 농업·식량 ODA의 미래 방향을 깊이있게 다룰 예정입니다.

이 인터뷰는 지난 [‘5대 분야 기획기사: 식량안보 by 짠망’]의 후속 기획으로, 현장과 정책을 잇는 생생한 통찰을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여러분이 직접 묻고 싶은 질문을 보내주세요!
👉“기후위기 속 농업 ODA의 새로운 역할은?”

👉“ODA 사업에서 농부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방법은?”

🎁질문을 남겨주신 구독자님들 중 한 분을 선정하여 글렌 데닝 <Universal Food Security: How to End Hunger While Protecting the Planet>을 선물로 드려요.

자세히 보기 및 질문 제출하기

💬 오늘의 김칩

이슈 풀어봤's UP/쿠팡과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공통점
거기 어때?/유통기한 2년
국제개발협력 ON-AIR

쿠팡과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공통점

by 세종시 고라니

최근 쿠팡의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꼼수가 대서특필 되었죠. 특히 현직 검사의 고백은 쿠팡이 의도적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관련 조항을 수정 및 법률 기관에서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사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쿠팡의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미지급 사례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3년 취업규칙 중 “계속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일용직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되,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은 제외한다.”는 내용을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은 퇴직금 산정 기간을 1일부터 다시 계산한다.”는 문구로 바꾼 것이죠.

참고: 중앙일보. 쿠팡 일용직 퇴직금 축소 '꼼수'→검사 눈물→원상 복구…무슨 일(2025.10.9)

이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의 제4조(퇴직급여제도의 설정)의 문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례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계속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가 4주간을 평균으로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면 퇴직급여제도 설정 대상에서 제외 됩니다. 즉, 쿠팡에서 근로한 기간이 12개월이 되는 해에 4주 평균 주당 근로 시간이 14시간이 되도록 사측에서 어떤 수를 쓴다면 해당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죠.

쿠팡맨과 국제개발협력 인력의 공통점

쿠팡은 배송 담당 기사(이하 쿠팡맨)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타사에 비하여 탁월하다고 공격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특히 입사 1년 이상의 직원은 전세 대출금(최대 4천만원)까지 지원하면서 많은 인력을 모집하려고 노력했죠.

쿠팡맨 복지혜택과 1일 평균 배송 물량

출처: 조선비즈. 쿠팡맨 줄줄이 퇴사… 4000만원 전세대출 지원하지만 "일은 많고 급여는 너무 적어"(2021.2.3)

그러나 쿠팡맨의 업무량은 상상 이상입니다. 새벽 배송부터 깐깐한 규정과 페널티는 쿠팡맨들이 쿠팡을 퇴사하고, 다른 일을 찾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쿠팡 외에 다른 택배 회사들이 더 나은 급여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죠.

최근 쿠팡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제개발협력의 생태계와 여러 가지가 닮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중한 업무량에 비하여 낮은 임금, 회사를 지탱하는 인력에 대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대우 속에서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모습은 물류 업계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쿠팡과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서 성장한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의 생태계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국제개발협력 계약직 인력과 퇴직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퇴직급여(이하 퇴직금)를 정당하게 지급하기 위한 법령이 존재합니다. 퇴직급여법 제3조(적용범위)에 따르면,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이른바 가족회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 됩니다. 결국 영리 법인, 비영리 법인 등 성격에 관계없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모든 회사는 이 법에서 정한 퇴직급여에 대한 사항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사례처럼 사측은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의 관계, 정보의 불균형 등을 이용하여서 법에서 정한 사항을 회피하는 시도를 할 수 있죠.

최근 저는 국제개발협력에 생태계 개선 방안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제개발협력 계약직 인력에 대한 사례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이 사례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것은 사업자(예: ODA 사업 수행 기관)와 근로자 사이의 불공정 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불공정 계약의 대표적인 방법은 근로계약을 용역계약으로 바꾸는 방법이었습니다.

용역계약자는 퇴직금을 정산 받을 수 없을까요? 정답부터 말하면, 용역계약자도 퇴직금 지급 대상에 해당됩니다. 딜라이트 노무법인에 따르면 “업무위탁계약서, 용역계약서, 도급계약서 등의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회사(또는 개인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를 받으며 일하는 관계)가 입증 된다면 근로자에 해당 된다.”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참고: 딜라이트 노무법인 – [퇴직금 상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문제되는 주요 직종 알아보기

물론 딜라이트 노무법인은 프리랜서를 예시로 제시하였지만, 이 사례는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용역계약서로 인력을 활용하는 사례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하죠. 마찬가지로 고용노동부도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어떠한 형식의 근로 계약(용역계약, 도급계약 등)을 체결하더라도 노동력을 제공하는 실제 사실관계가 근로관계에 해당 된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출처: 고용노동부 – 민원

물론 사업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으로 노동을 제공한 관계와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 다소 어려운 과정으로 보이겠지만, 근로자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꼭 필요한 사항에 해당하죠. 무엇보다 사업주는 이유를 불문하고 근로자에게 반드시 지급해야 할 퇴직금의 준비, 관리, 지급을 하지 않는 것은 법에서 제시한 규칙을 위반한 것에 해당합니다.

무엇부터 변해야 할까?

국제개발협력 근로자 중에서 계약직 근로자의 고용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KOICA는 KOICA 일자리 전략(2021-2025)를 통해서 점진적으로 KOICA 프로그램을 통하여 국제개발협력분야 일자리 안정화 계획을 제시하고 있죠. 단순히 양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 고용 안정성과 사회 안전망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 계획의 핵심입니다.

KOICA 일자리 전략(2021-2025)

출처: KOICA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과제들은 많습니다. 예를 들면, KOICA는 최근 Project Action Officer(PAO)의 복무 기준을 강화하기 위하여 4대 보험 가입 대상임을 PAO 계약 당사자(근로자)에게 사측이 반드시 고지할 것을 의무화 하였고, 동시에 관련 경비를 편성하도록 제시했습니다. 다만, 직접 경비(사업 수행 비용 – 예: 체재비, 항공료, 여행자 보험료, 초청연수 관련 비용 등)에서 4대 보험 관련 비용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었습니다. 즉, 4대 보험에 관련된 비용은 인건비, 제경료와 기술료를 활용해서 재원을 확보하도록 제시한 것이죠.

1) ODA 사업 수행 인력을 고려한 예산 구조 변화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KOICA의 접근은 매우 타당하지만, 재정이 탄탄하지 못한 조직은 부담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재정 규모가 영세한 조직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ODA 사업 예산 구조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KOICA의 용역경비 산정지침에 따르면 용역경비 항목은 직접 인건비, 제경비, 기술료, 직접경비, 예비비, 시스템 개발비와 건축 설계비로 구분됩니다. 이 중에서, ODA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인력 경비(인건비)와 수익으로 구분할 수 있는 비용은 인건비, 제경비와 기술료이죠. 그 외의 비용은 모두 사업 수행에 소요되는 비용입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조직은 ODA 사업을 수주 후 약정 체결 및 약정금을 일부만 받아도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재정 규모가 작은 조직들은 약정금의 비중이 사업 수행 가능 여부를 결정할 만큼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죠. 결국 사업 수행 기관 입장에서 재정의 압박은 사업주에게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결국 해결책은 사업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고, 증액된 예산에서 인건비, 기술료와 제경료의 비중을 높이면서 근로자에게 소요되는 비용(예: 4대 보험, 퇴직금 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죠. 물론 이 방법이 타당한가에 대하여 다각적인 검토와 예산 확보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2) 근로자의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구축

ODA 사업 수행 기관(예: PMC)은 부당한 방법을 이용하여서 근로자에게 불이익 여부에 대하여 관리 및 감독이 가능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2024년에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가 실시한 동료평가에서 ODA 시행 기관의 순환 보직제도의 부작용이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합니다. 2~3년 주기의 순환 보직제도로 인하여 용역 수행기관의 사업 수행 여부만 평가하고, 관리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근로자의 고용 안전성을 어떻게 악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죠. 이로 인하여, KOICA에서 제시한 경력 사다리의 2단계에서 수많은 인력이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러나 순환보직제도가 모든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KOICA는 공모형 국별협력사업 관련 규정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사업 관리 체계, 품질 관리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ODA 사업이 운영 되도록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체계가 부족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공모형 국별협력사업에 대한 모든 규정과 지침들을 살펴보았을 때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사항에서 사업 운영 상황 악화, 과제 책임자 임의 변경 등 사업 수행 기관의 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반대로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들이 입찰 단계에서 제출하는 국제개발협력 인권경영 서약서에 명시된 사항*을 감독하고, 위반하는 경우에 주의 혹은 경고를 통하여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사항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예: 국제개발협력 인권경영 서약서

- 4. 우리는 우호적 노동환경 조성을 위해 노동권, 안전권, 건강권, 휴식권, 인격권 등을 보호하고 증진하겠습니다.

- 10. 우리는 동 서약에도 불구하고 ODA 사업장에서의 인권침해 발생 시, 한국국제협력단의 이행 여부 점검, 구제조치 등에 성실히 협조하고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KOICA 경력 사다리

출처 : KOICA 홈페이지

다만, 이 사례는 KOICA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국제개발협력은 현장의 개념을 개발도상국으로만 생각했지, 국내 근로 현장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왜 국제개발협력을 하는 사람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 부적절한가에 대한 인식도 바꾸는 것이 필요하죠. 국제개발협력에 관련 단체(예: 발전대안 피다, 사회적 협동조합 공적인사적모임)에서 국제개발협력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 근로 환경의 실태에 대한 목소리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맴돌고 있을 뿐,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전대안 피다와 사회적 협동조합 공적인사적모임 설문조사

출처 : (왼쪽) 발전대안 피다 홈페이지, (오른쪽) 국제개발협력학회 홈페이지

우리만의 아우성에서 끝나면 안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변화는 우리들의 아우성으로 끝나면 안되는 과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국제개발협력에 관련된 이해 관계자로서 정부부처, 수행 기관(KOICA, 한국수출입은행), ODA 사업 수행자를 넘어서 국민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도 일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 줄 요약

#1.

쿠팡의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미지급 관련 사건은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2.

국제개발협력 업계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정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3.

만약 현재의 모습이 지속 된다면, 국제개발협력은 보이지 않는

제2, 제3의 쿠팡이 될 수 있다.

에디터의 질문💁‍♀️

이번 기획기사는 어떠셨나요? 국제개발협력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을 발견했는데요. 혹시 여러분이 직간적접으로 경험한 문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런 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사례가 있진 않았나요? 공사모 카톡방에서 함께 나누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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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2년

by 위스키

가볍게 싸라. 이 업계에서 가장 자주 듣는 조언 중 하나다. 간단한 옷가지와 절대 고장 나지 않을 노트북, 그리고 타인과 타국의 꿈으로 가득한 다 헤진 여권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가볍게 싸라. 곧 다시 떠나야 하니까. 평균 2년 정도의 파견을 마치고 나면 우리는 마치 팝업 식당을 열고 닫듯 삶을 정리한다. 전기를 끄고, 가스를 잠그고, 단골 바에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앞으로도 연락하자”는 말을 덧붙이고, 마지막 커피가 식기 전에 사라진다. 개발협력 파견자의 시스템이자 생존 방식이다.

한 나라에 2년쯤 있게 되면 그곳의 정치와 사회, 더위와 잦은 정전, 그리고 공손하면서도 영혼을 갉아먹는 특유의 광기를 헤쳐나가는 법을 배운다. 외교관, 기자, ‘좋은 일 하는 사람들’ - 동종업계의 현지 친구들도 생긴다. 그렇게 일을 하고, 보고서를 쓰고, 돈을 움직이며, 결국엔 떠난다.

이 바닥에서 오래 있었다면, 아마 당신도 이 ‘2년 주기 (혹은 더 짧거나, 길거나)’를 경험했을 것이다. 내게 2년은 일의 지름길을 익히고, 스스로가 대체 불가능하다고 최면을 걸며, 나태해지기 직전 떠나기에 딱 좋은 기간이었다. 현지에서의 인연도 비슷한 곡선을 그린다. 급격히 친해지는 초창기를 지나 밥과 책, 영화를 함께하던 시기를 넘어가면, 새 비행기 티켓을 받으며 메시지는 뜸해진다. 관계의 유통기한은 비자 만료일과 같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효율적이라는 핑계 아래 관계에 들이는 에너지를 줄이려는 자기합리화이기도 하다.

이런 관계와 그 속의 고독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꽤 익숙한 역설이다. 스케줄은 꽉 차 있고, 카카오톡엔 읽지 못한 메시지가 쌓여 있으며, 여행과 모임 일정은 잘못된 테트리스처럼 달력을 빽빽이 채운다. 그런데도 공허함은 가시지 않는다. 세미나의 빈 옆자리일 수도 있고, 새벽 빗줄기가 창을 두드릴 때의 정적일 수도 있다. 혹은 친한 친구의 귀국일이 내일로 다가왔을 때의 울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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