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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게

겨울이 오고야 말았다. 12월 절반이 지나가도 내가 기억하는 겨울의 시리고 아린 감각이 느껴지질 않아서 안심했는데. 그래서 이번 겨울은 그렇게 안 추우려나 생각했는데, 며칠 사이 내가 기억하는 겨울이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거추장스럽게 옷을 껴입고 나가도 손발과 얼굴이 시려오고, 추위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영하의 온도. 휴대폰에는 한파주의보가 울리고 그걸 확인하려는 내 손은 꽁꽁 얼어 빨개져있다.

겨울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추위만이 아니다. 해가 점점 짧아져 너무 일찍 어두워지거든. 아직 저녁 먹을 시간도 아닌데 창밖이 깜깜하다. 밤보다 낮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하루가 줄어드는 것만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그저 전기장판을 틀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고만 싶은 이 계절이, 조금은 야속하다.

그럼에도 오롯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기쁨도 몇 가지가 있지. 그 덕에 나는 매년 겨울을 난다. 하늘에서 사뿐히 내려앉는 하얀 눈, 모락모락 김을 내는 따끈한 붕어빵과 오뎅 국물, 한 달 전부터 내내 들어도 설레는 캐롤과 반짝반짝 예쁘게 꾸며진 트리. 겨울에만 찾아와서 더 귀한 그런 것들. 그렇게 나는 겨울이 올 때마다 눈 소식을 확인하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다시 해가 길어지고 따뜻해지기를 기다린다.

가을이 끝나기 전부터 ‘이번 겨울은 제발 안 춥게 해주세요.’ 속으로 간절히 바라지만, 안 추운 겨울은 없다. 그걸 알기에 미리 걱정하고, 좋아하는 계절의 순위에서 겨울을 제일 뒤로 젖혀두는 거다. 그런데 며칠 전 올해 처음으로 바닥에 쌓일 정도로 눈이 오던 밤, 너랑 아무도 없는 캠퍼스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며 눈 구경을 했지. 혼자 신나는 캐롤을 들으며 크리스마스 홈 파티에 어떤 메뉴를 만들까 계획을 짜기도 했고. 

사실은 내가 보낸 모든 겨울이 그랬다. 겨울 속에도 잡아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고, 싫기만 했던 계절은 결코 없었다는 것을 순간순간 깨달으며. 나에게 오고만 이 겨울에 기어코 온기를 더해 다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