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 비인간화(Dehumanization): 우리의 마음 vs. 그들의 마음

인간의 정신 작용은 아직 풀리지 않은 인류의 난제입니다. 멋진 음악에 감동하고, 감미로운 맛을 음미하며, 세상사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나’를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일은 정말이지 신비로운 일이에요. 

특히, 인간을 뛰어넘는 인지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에게조차 주관적 자의식이 아직 허락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인간의 자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그 무엇에 경탄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인간의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더 이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아니에요. 인간의 마음과 자의식은 뇌의 활동에서 기인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다만 우리는 뇌의 화학적/전기적 활동이 어떻게 정신 작용을 만들어 내는가를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할 뿐입니다.

인간의 육신에 어떤 신비로운 영혼이 깃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치매 환자나 안타까운 사고로 뇌 손상을 보인 사람들은 마음의 작동에도 그에 상응하는 손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마음이 뇌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요. 

인간의 뇌는 분명 동물들의 뇌와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연속적이에요. 즉,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그것은 '유무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라는 것이죠.

다만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몸부림은 살기 위한 본능이고, 그 고통을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마음이 물고기에게는 없다고 우리가 믿을 뿐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자의식이 뇌에서 온 것이라면 동물들에게도 마음을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과거에는 신생아가 우는 것은 본능이고 자의식도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고통을 주관적으로 경험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마취 없이 수술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마취 없이 수술을 받는 신생아들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혈압과 심박수, 땀 분비가 증가하며 혈액 내 산소는 떨어지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어른에게서 이런 변화를 관찰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죠. 몸부림치는 물고기, 녹아 버린 빙하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곰의 마음을 생각해 보는 것이 지구에서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요?

'독사 같은 놈', '바퀴벌레 같은 녀석'. 우리는 적들을 흔히 동물이나 벌레에 비유하곤 합니다. Harris와 Fiske 연구에 따르면, 놀랍게도 우리는 혐오하는 대상을 볼 때 그들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비인간화(Dehumanization)'라고 합니다. 인간의 뇌에는 다른 사람을 표상하기 위해 사용하는 네트워크가 있는데, 혐오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들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떤 ‘그들’에 대해서는 능력이 모자란 하등 동물 취급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그들'에 대해서는 감정도 없는 기계처럼 대할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이러한 태도가 '그들'에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혀왔어요. 즉, ‘그들’의 절규, 눈물, 아우성, 몸부림을 보아도 그런 고통을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치 동물의 절규를 고장 난 기계가 내는 소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 Psych: The Story of the Human Mind (by Paul Bloom)

• Mama's Last Hug: Animal Emotio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Ourselves  (by Frans de Waal)

• 한겨레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957.html

• Harris, L. T., & Fiske, S. T. (2006). Dehumanizing the lowest of the low: Neuroimaging responses to extreme out-groups. Psychological Science, 17(10), 847–853. 

• Loughnan, S., & Haslam, N. (2007). Animals and androids: Implicit associations between social categories and nonhumans. Psychological Science, 18(2), 116–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