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길을 걷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요즘 저는 동네에 새로 생긴 작은 가게나 마음에 드는 길을 발견하면 곧잘 마음속으로 이름을 적어보곤 합니다. ‘여기는 누구와 와야겠어.’, ‘이 풍경은 그 사람이 참 좋아하겠다.’ 하면서요.

어제는 동네에 새로 생긴 타코 집에 가려고 평소 안 가본 골목으로 돌아 걸어갔는데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 분위기를 좋아할 만한 얼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누군가의 모습을 이 자리에 가만히 대어보곤 했죠. 그렇게 생각나는 사람들을 짚어보며 걸음을 옮기니, 혼자 걷는 길이 그리 외롭지는 않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어라운드 식구들이 각자의 길을 걸으며, 또 함께한 이들을 헤아리며 남긴 기록들을 꺼내봅니다. 님도 오늘을 걸으며 마음속에 떠오른 얼굴이 있다면, 언젠가 함께 그 길을 나누어 걸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스락거리는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계절을 지나며 남겨둔 작은 장소들. 어라운드 식구들의 가을 산책길을 전합니다.

두 번 걸은 정동길

이번 가을에는 정동길을 두 번이나 걸었어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 가을의 정취에 푹 빠져버렸거든요. 가사에 정동길이 나오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연신 흥얼거리다 보면 노래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친구들과 유영국전을 보러 갔다가 마주한 풍경이 참 좋아, 얼마 뒤 부모님과 다시 찾았어요. 같은 길인데도 누구와 걷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전시를 보고 정동길을 천천히 거닐다 신아기념관에 잠시 들렀어요. 멋진 숍들도 구경하고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동안에는 온전한 여유를 누릴 수 있었어요.
짧아서 더 아쉬운 가을이지만, 좋아하는 길을 걷고 그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계절을 충분히 누린 셈 아닐까요. 올가을 정동길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함께 들를 곳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A.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하는 정동길 산책을 추천해요. 전시를 천천히 감상한 뒤, 작품이 남긴 여운을 안고 정동길을 따라 걸으면 눈앞의 풍경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져요. 예술과 계절의 정취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가을 산책 코스로 추천해요.

슬기 — ABC 매니저

성북천을 따라가면

평소에도 산책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 동네로 이사 온 후부터는 더 자주 걷게 돼요. 성북천을 따라 보문과 성북동 사이를 오가며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카페와 가게들을 찾아다니곤 해요. 요즘은 주말 아침마다 언니와 산책하다 성북천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루틴이 되었어요. 특별한 계획 없이 걷고 쉬는 이 시간이 주말에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함께 들를 곳 📍 도우센트
A. 서울 성북구 성북로10가길 3

걷다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르게 되는 곳. 지금까지 먹어본 피자 중 감히 가장 맛있다고 생각해요. 한때는 매주 방문했을 만큼 피자부터 사이드 메뉴, 분위기까지 완벽한 곳이에요.

하경 — 디자이너

몽마르뜨공원에서의 여유

내방역 카페에서 출발해 몽마르뜨공원까지 걸었던 날이에요. 친구와 함께 나뭇잎이 막 떨어지기 시작한 초가을 공기를 만끽하며 오래 걸었죠. 걷다 보니 서래마을 위쪽으로 접어들었고, 마치 등산이라도 하듯 가파른 공원길을 올랐어요. 둘 다 등산과는 거리가 먼 옷차림이라 숨을 헐떡이면서도 연신 깔깔거렸답니다. 그렇게 도착한 몽마르뜨공원에는 공놀이를 하고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이 가득했어요. 우리는 그 틈에 자리를 잡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유치하면서도 진지한 대화를 한참 주고받았어요. 이 친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나 지금은 제가 가장 자주 보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어요.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산책도 자주 함께하곤 하죠. 산책 메이트가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에요.

함께 들를 곳 📍가프
A. 서울 서초구 방배로34길 13

우리의 산책이 시작된 출발지.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복층 인테리어와 사장님의 취향 가득 담긴 음악이 인상적인 곳이에요.

지윤 — 에디터

얼마 전 10월 취향의 날을 맞아 한강공원에 다녀왔어요. (취향의 날은 한 달에 한 번, 오전 근무를 마치고 팀별로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입니다.) 이번달에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훌쩍 지나가고 있는 가을을 붙잡고 싶어졌어요. 109호 마감도 잘 마쳤겠다, 화려한 음식과 특별한 볼거리 대신 잔잔한 휴식을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흘려보내는 시간

취향의 날에는 오전 업무가 빠르게 지나가요. 모두 분주하게 업무를 마무리하고 양화한강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바람은 선선하고 햇볕은 따듯했어요. 오는 길에 미리 주문해 둔 닭강정은 해프닝이 생겨 꽤 오래 기다려야 했지만, 배고팠던 만큼 맛있게 먹었습니다.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다 나른해지면 슬쩍 누워도 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어요.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는 동안,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내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양화 한강공원 서울 영등포구 노들로 113

팀원들과 헤어진 뒤, 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 커피를 한 잔 마시러 갔어요. 늦은 오후가 되니 날씨가 조금 쌀랑해져서 따뜻한 필터 커피를 주문했어요. 이곳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고 싶어 일부러 바깥 자리에 앉았습니다. 안에 있으면 핸드폰을 뒤적거릴 게 뻔하니까요. (멍을 때리기 위해서는 시선을 둘 곳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건너편의 나무와 지나가는 강아지, 사람들을 구경하다 일어났어요.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마음에 여유가 채워졌습니다.

A. 에드로스트웍스 서울 마포구 토정로 39

7천 보를 걸으며 완성한 매거진 뒷장의 이야기

“109호에서 우리가 만난 이들은 모두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려 했습니다. 반짝거리는 그 눈을 바라보면 가뿐한 기분이 들었어요.”


매일 모니터로만 보던 기사들이 종이로 찍혀 나올 때의 감동, 마감주마다 서로의 글을 꼼꼼히 다듬던 날들. 에디터들이 아껴두었던 109호의 숨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속도나 방향보다, 일단 발을 내딛는 마음으로 완성한 이번 신간. 매거진 뒷면에 숨겨진 에디터들의 취재기와 소소한 일상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롯데몰 청량리 브랜드진
어라운드와 롯데백화점이 곧 개관 예정인 ‘롯데몰 청량리 벨리타운’을 소개하는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개관 소식과 함께 익숙한 청량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는데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교차하고, 시장의 활기와 여행자의 설렘이 공존하는 도시의 생동감을 신문 형태로 담아보았습니다.

매거진은 강현욱 작가가 포착한 풍경에서 시작해 김동현 작가가 기록한 거리의 사람들로 시선을 옮깁니다. 장우철 작가는 시장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정물 사진으로 담았고,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은 거리의 전단지를 감각적인 포스터로 재구성했습니다. DJ 박다함은 청량리를 걸으며 들은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와 에세이로 엮어 또 다른 감각을 더했어요.

롯데몰 청량리 벨리타운을 방문한다면 이곳만의 로컬 브랜드진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사람과 이야기를 따라 오래된 점포와 새로운 취향이 모이는 공간을 거닐며 청량리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보세요.

바람이 제법 으슬으슬해지고 계절이 차가워질 때면, 저는 주변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꼭 챙겨 먹으라는 안부를 건네곤 합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밥 한 그릇을 차려내는 일만큼 나와 타인을 다정하게 돌보는 방법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어서요. 모쪼록 님도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식사 꼭 챙기시며, 이 계절의 정취를 기분 좋게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다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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