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55🍟 담배 없는 시대가 올까?

vol.155 - 2023년 9월 둘째 주

빈곤 포르노에 대한 인식 조사 설문 진행(~9/24)

‘빈포 선셋'은 빈곤 포르노 근절 활동 그룹으로, 빈곤 포르노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고 빈곤 포르노가 정당한 모금 방식으로 고려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자 다양한 행동을 진행합니다.

인식조사 설문기간이 9월 24일까지 연장되었습니다. 설문 데이터 모수가 높아질수록 빈포선셋의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설문 참여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옐로펀트 커피백, 동구밭 여행키트, 제리백 핸드크림을 드립니다. 설문과 관련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공적인사적모임(0044moim@gmail.com)에게 연락주세요 설문 링크 👈

💬 오늘의 김칩

우리가 알아야 할 국제보건 이야기/ 담배 없는 시대가 올까?
거기 어때?/ 아는 건 쥐뿔도 없지만
국제개발협력 ON-AIR

담배 없는 시대가 올까?

by 마샬

올해 5월 21일은 전 세계가 담배규제에 관한 국제조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을 채택한 지 20년째 되는 날이었다. 기억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PC방에서 재떨이를 앞에 두고 담배를 필 수 있었다. 실내 흡연이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불과 십여 년 전쯤이다. 이후 한국은 2012, 2013년에 PC방 등 공중이용시설 전체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였고, 실내 흡연은 사라져갔다(아마 2012년 한국에서 FCTC 제5차 당사국 총회를 개최한게 계기가 됐으리라). 오늘은 담배규제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실 우리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인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옛날엔 의사들이 담배를 권유했다면 믿어지시나? 1930~50년대만 하더라도 담배 회사들은 목이 덜 아프다는 둥 “의사 추천”을 적극 이용해 담배를 광고했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흡연과 폐암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처음 밝혀진 것은 1950년, 영국의 리처드 돌(Richard Doll)의 연구에 의해서다. 너무나도 명확한 연구 결과에 놀란 그는 연구 진행 도중 담배를 끊었을 정도다. 덕분에 1954년 80%에 육박하던 영국 성인 흡연율은 2008년 26%로 급감했다.

(출처: SRITA 의사를 앞세운 담배회사의 광고)

2020년 기준 전세계 흡연율은 22.3%(남자 36.7%, 여자 7.8%)로 과거에 비해 흡연자 수가 많이 줄었지만, 그 숫자는 아직도 13억 명이다. 그리고 그중 80%는 중저소득국가에 집중되어 있다(WHO, 2023).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에 치명적으로, 20개가 넘는 암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과 건강 상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담배는 매년 8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며, 그중에는 130만 명의 간접흡연자와 담배 연기에 고통받는 6만 5천 명의 어린아이들의 죽음도 포함된다. 임신 중 흡연이 아이의 평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담배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한정적인 가계 소득을 음식과 주거 등 기초적인 의식주보다 담배에 소비하는 중독적인 소비 행태는 저소득 계층의 빈곤과도 연관되며, 담배로 인한 전세계 건강 비용 및 생산력 손실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Goodchild et al., 2018).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담배 산업은 개별 국가 대응으로 막기 힘들다. 여기서 막으면 저기서 담배를 판매하기 때문이다(주로 선진국의 규제를 피해 중저소득국으로…). WHO는 1990년대 후반부터 담배로 인한 사회경제적, 그리고 건강 피해를 막고 현재와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 체계를 준비해 왔다. 이후 2003년, 제56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FCTC는 세계 최초의 보건 분야 국제협약이자 국제법으로, 2023년 기준 183개 정부가 참여하고 있어 UN 협약 중 가장 많은 나라 참여하고 있는 협약이다. 현재 FCTC에 서명을 마친 168개국은 자국 내 법 체계에 따라 이를 비준하는 절차를 가져야 하며, 이후 FCTC 권고 사항에 대한 이행 의무를 갖게 된다. FCTC는 담배 공급과 수요를 감소시키는 데 필요한 가격 및 비가격을 포함한 포괄적인 금연정책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출처: WHO FCTC(2003); 이성규(2022)에서 재인용)

WHO는 FCTC 이행전략인(MPOWER)를 통해 국가별 이행 수준을 2년마다 점검하고 있으며, 올해는 제9차 세계흡연실태보고서(WHO report on the global tobacco epidemic)를 통해 WHO 195개 회원국의 MPOWER 이행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WHO FCTC는 올해 11월, 제10차 당사국총회(COP)를 파나마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또 다른 담배 규제 노력은?

FCTC에서 다양한 금연정책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국내법을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리며 규제의 정도도 국가마다 다양하다. 몇몇 국가들은 더욱 강력하고 새로운 형태의 담배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2022년 12월 13일 담배금지법을 통과시키며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에게 담배 판매를 전격 금지하였고, 위반 시 무려 1억 2천만 원 가량의 벌금 물게 한다. 지금으로도 상상하기 힘든 소위 ‘담배 없는 세대(Tobacco Free Generation, TFG)’가 생겨난 것이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는 국민들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할 수 있으며, 국가 건강 체계는 50억 달러의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담배 암시장에 대한 우려, 그리고 전자담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전자담배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생활용품’ 수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자국 영상매체 관련 규정 강화를 통해 세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콘텐츠에 흡연 장면 포함 시 영상에 50초 이상의 유해 경고 문구(문구 30초, 음성 및 영상 20초) 삽입, 그리고 흡연 장면에 경고 문구를 띄우도록 명령했다. 영화와 같은 영상 매체에서 담배를 피우는 유명인의 모습은 전형적인 담배 회사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으나, 인도의 이러한 조치는 건강을 옹호하는 이들에게는 환영을, OTT 및 담배 회사등 산업계에는 긴장감을 안겨주고 있다.

필리핀 발랑가 시티는 세계 최초 ‘담배 없는 도시’다

담배 없는 세대(TFG)를 위한 움직임은 여러 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다 (출처: 페이스북)

산업정책? 건강정책?

담배 산업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며, 개인의 기호와 함께 세금 창출과 담배 산업의 경제적 파급력 등의 사회경제적 관점이 뒤섞여 있다. 앞서 살펴본 국제적인 공조인 FCTC, 그리고 뉴질랜드와 인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흡연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은 당연히 보건 소관 부처를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담배 판매와 흡연 규제를 산업정책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국민건강증진의 관점인 건강정책으로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는 대립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은 ‘개인화’이다. 흡연과 건강을 개인의 결정과 책임에 맡긴다는 것이다. 자기가 선택한 건데 누굴 탓하랴. 하지만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내버려 두기에는 간접흡연의 영향, 건강보험 비용 증가, 노동력 손실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막심하다. 또한, 흡연 행태는 담배 가격과 같은 정부의 정책, 미디어 노출, 담배 회사의 로비와 마케팅 활동, 사회공헌 활동 등 담배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문화적, 제도적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세계 건강 연구자와 활동가들은 이를 건강의 상업적 결정요인(Commercial determinants of health, CDOH)으로 바라본다. 시장 근본주의와 초국가적인 기업들이 만든 병리학적인 구조가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비용을 전가하는지 살펴보겠다는 시선이다. 다행히도 FCTC 제5조 제3항은 담배규제 정책에 대해 “당사국은 담배규제에 관한 공중보건 정책을 수립·시행함에 있어 국내법에 따라 담배업계의 상업적 및 그 밖의 기존 이익으로부터 이러한 정책을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응당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조치다.

역사적으로 전세계 모두의 건강을 위한 노력은 이러한 산업, 경제적 이익들과 항상 대립해 왔다. 담배는 그래도 전세계 이해관계자들이 어느 정도 합의한 분야지만, 아직도 헤쳐 나가야 할 주제들은 아주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기술적인 주제도 있었지만,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도 많다. 술, 가공 식품, 화석 연료, 설탕 등.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FCTC를 모범 삼아 앞으로 다양한 상업적인 주제에서 전세계 정부와 산업계, 시민사회가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세 줄 요약

#1.

담배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는 매년 800만 명 수준으로

건강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손실도 천문학적 수준이에요.

#2.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계는

2003년, 세계 최초의 보건 분야 국제협약이자
국제법인 담배규제기본협약(FCTC)를 채택했고

올해 20주년을 맞았어요.

#3.

아직까지도 담배처럼 상업적인 요소가
우리 모두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FCTC가 좋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어요.

[갬동맛🌎에세이]아는 건 쥐뿔도 없지만

by 위스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지는 몸을 이끌고 예약된 강의실로 걸어간다. 적도 위의 해는 따뜻하고, 규칙적으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마치 최면을 걸듯 눈꺼풀이 내려오게 만든다. 강의고 뭐고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억지로 한쪽으로 밀어내고 겨우겨우 강의실에 다다라 문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덮치며 노곤하던 정신을 깨운다. 누군진 몰라도 미리 에어컨을 틀어 둔 직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며 건물로 들어가는데, 이미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 두 분이 앉아계신다. 강의 시작까지 30분이나 남았으니, 이분들이 수강생일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아뿔싸, 강의 들으러 오셨단다.

“안녕하세요. 이번 워크숍을 맡은 위스키입니다”

일단 태연한 척 인사하고 자리에 앉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처음 강의계획을 받았을 때 들었던 바로는 수강생들이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고 했는데, 그들과 내 젊다는 기준이 다른 건가? UN은 이제 만 65세까지 청년으로 정의한다던데 그런 의미였나? 열정이 있으면 모두 청년이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걸까? 등 온갖 잡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래, 이분들이 조금 나이가 있으신 편이고 나머지는 젊겠지, 하며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수강생이 한두 분씩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아. 저번에 인사드린 기관장님도 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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