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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레터
퍼실리테이션 전문사 링크컨설팅의 뉴스레터 #14

여름의 무더위가 수그러들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시원하고 안전한 여름의 끝을 맞이하고 계시죠? 지난 두 편의 윙크레터에서는 30대 실무자 10명을 인터뷰했습니다.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장단점과 실제 그들이 일하는 방식부터, 이상적인 조직상까지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열 네 번째 윙크레터에서는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도쿄 올림픽의 뒷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가족 같은 회사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출 수 있는 스포츠 팀 같은 조직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폐막했지만 양궁 대표팀의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왜 요즘은 스포츠 팀 같은 조직이 뛰어난 성과를 내는지, 스포츠 팀의 운영 방식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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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스포츠 팀이라면? 
올림픽, 양궁 대표팀을 통해 본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 

"우리는 스포츠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We're a team, not a family.)” 

위 문장은 세계 최대 OTT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조직 구성원들을 대하는 방식을 잘 나타낸다. 14년간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창조하고 정착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전 최고인재책임자 패티 맥코드에 따르면, '훌륭한 팀은 모든 팀원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고, 그곳에 가기 위해서 뭐든지 할 때 만들어진다.'[1]고 했다. 스포츠 팀처럼 각 포지션을 최고의 선수들로 채우고, 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이다. 

지난 윙크레터, 실무자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조직의 목표나 규모 등에 따라 조직문화는 천차만별이다. 조직의 구조가 수직적이더라도 문화가 수평적일 수 있고, 구조는 수평적인 것 같은데 문화가 수직적일수도 있다. 둘 다 수직적이거나, 수평적일수도. 다만 빠르게 혁신하는 것이 많은 기업들의 목표가 된 요즘, 패티 맥코드의 말처럼 조직 구성원들을 가족보다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스포츠 팀원으로 생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실제로 스포츠 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지난 도쿄 올림픽 뒷 이야기를 통해 스포츠 팀의 성공 방정식을 알아보고, 여러분의 조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자.  

올림픽 9연패 양궁, 원칙을 지켜왔다

안산 선수가 올림픽 양궁 사상 처음으로 3관왕을 차지하며 이번 올림픽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누적된 기록 역시 한국 양궁의 저력을 보여준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시작으로, 양궁에서만 획득한 금메달이 무려 27개.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도입된 1988 서울올림픽부터 3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내주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을까? 

‘대한민국 양궁’하면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많은 이들이 ‘공정’과 ‘실력’을 떠올릴 것이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본선보다 더 치열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약 8개월간 진행되는 대표 선발전은 치열하고 체계적이다. 다른 종목에서 간혹 발생하는 선수 선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다. 나이나 경력을 무시하고 오로지 선발전에서의 실력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점은, 요즘 기업에서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택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연상하게 한다. 아무리 전 대회 성적이 좋다고 해도 상관없다. 기나긴 선발전을 거치며 총 4,055발을 잘 쏴야만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다. 단 세 명. 1점 차이로도 승패가 갈린다. 

이 살 떨리는 과정에서 한국 양궁 남자 최초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 선수조차 4년 전 리우올림픽 선발전에서는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일단 선발이 되면 그 선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도 절대 떨어뜨릴 수 없다. 실제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최현주 선수가 선발 한 달 반 만에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며, 올림픽이 다가올 때까지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감독진들은 선발전을 치러 뽑힌 선수이기 때문에 원칙을 바꾸는 건 절대 안 된다며 그대로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여자 양궁 단체전, 중국과의 결승에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최현주 선수가 8발 중 5발을 10점 과녁에 적중하면서 210 대 209점, 단 1점 차이로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따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다시 치른 선발전 

올해 도쿄올림픽 선발전에서도 원칙은 지켜졌다. 대한양궁협회는 올림픽이 1년 연기되자 지난해 10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렀다. 이미 작년 4월에 16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최종 1,2차 평가전까지 치른 후였음에도 당해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를 뽑는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또한 도쿄올림픽에서 혼성단체전이 신설되자 대표팀은 남녀 개인 랭킹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들을 출전시킨다는 방침을 세웠고, 그 결과 남녀 대표님의 막내 김제덕(17)과 안산(20) 선수가 출전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금, 금, 금. 막내들의 반란이라고 언론이 도배가 되었지만, 이 역시 가장 뛰어난 선수가 출전한다는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한국 양궁에서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는 끝까지 함께 간다는,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대원칙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여러분의 조직에선 결코 깨질 수 없는 대원칙이 있는가? 그리고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되고 이해되고 있는가?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오로지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참고로 올해 한국 직장인 중 재직중인 회사의 채용이 불공정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여성이 53%, 남성이 44%였다.[2] 생각해 볼 문제이다.  

스포츠 팀 같은 회사가 일하는 방식 

이렇게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데 매우 치열한 만큼 공정한 운영이 보장된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동료 간 동지애가 생긴다. 동료를 꺾었다고, 동료보다 더 성과가 좋다고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함께 피땀눈물을 공유한 결과이다. 금융 앱 토스의 제작사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역시 토스를 '프로스포츠 팀'같은 회사라고 강조한다. ‘토스는 피어 프레셔가 굉장히 강한 문화라는데, 동료와 불필요하게 경쟁하려는 피어 프레셔가 아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인정받고 싶다'는 건강한 두려움이다.’[3] 참고로 토스는 올해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에서 재직자들이 직접 평가하는 '직장내 행복도 조사'에서 직장내 유대감 부문에서 전체 응답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 팀 같은 조직을 추구하는 넷플릭스의 문화는 '자유와 책임'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다시 패티 맥코드의 말을 통해 자신이 속한 조직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스포츠 팀이라고 간주하는 넷플릭스의 문화는 어떤지 살펴보자. 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세 가지 기본철학을 만들었다. ‘첫째,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고 누구를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다. 둘째, 모든 직무에 그저 적당한 사람이 아니라 매우 적합한 사람만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아무리 훌륭한 직원일지라도 그의 기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 기꺼이 작별인사를 한다.’[4] 

스포츠에서는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가 성과를 내지 못해도 교체된다. 너무 성과주의에 치중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목표에 따른 정직함이 적용된 것이다. 팀원과 팬, 그리고 교체당하는 선수까지 배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적절한 피드백, 공정한 인사평가 시스템 등 조직과 구성원 모두 자유와 책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원칙을 지키는 것 말고,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할까?

사실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업의 아낌없는 지원도 한몫했다. 바로 현대차그룹의 37년 양궁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한국 양궁의 역사>에 따르면 1985년에는 제2대 대한양궁 협회장으로 정몽구 회장(현재는 정의선 회장)이 취임했는데, '정몽구 회장의 양궁협회장 취임은 한국 양궁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황금기를 맞이하는 계기가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경우는 스포츠 팀의 장점을 회사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장점을 스포츠 팀에 적용한 것이 빛을 발한 것이다. 우수 인재 발굴에서부터 첨단 장비 개발,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고 평가받는 현대차그룹은 실제로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선수 맞춤형 3D 그립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딥러닝 비전 기술 인공지능 코치 △고정밀 슈팅 머신 등의 기술을 한국 양궁에 적용[5]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왔다. 

새롭게 중요시되는 경영 기법이나 조직문화가 등장할 때마다 해당 이슈만 너무 부각되어 그 주변을 둘러싼 복잡한 관계들을 살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요즘 경제계에서 부는 'ESG 투자' 광풍, 위에서 내다꽂는 '애자일' 등이 그러해 보인다. 필자는 한 때 트리즈에 꽂혀서 세상 모든 문제를 트리즈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가 너무 아쉬워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아직 올림픽의 뜨거운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면, 여러분이 속한 조직에서 변화를 꿈꾸고 있다면, 조금 더 용기를 가져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1] 패티 맥코드, 허란·추가영 역,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2018, 한국경제신문.   
[2] 배재경 기자, 〈“우리 회사 채용 불공정해” 여성 53% vs 남성 44%〉, 2021.06.03, b:riefings.  

덧. 도쿄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패럴림픽은 9월 5일까지 진행 중이다. 22개 종목, 540개 경기 중 관심있는 경기가 있다면 한 번 지켜보자. 그들은 어떻게 패럴림픽을 준비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이번호 윙크레터를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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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D
퍼실리테이터로 일하며 수백건의 워크숍을 경험한 후, 책을 만드는 에디터이자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조직의 문화와 리더에 주목하는 편이다. Systems thinking 입문서 <생각의 미래>(지식노마드. 2016)를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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