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랙프라이데이를 무사히 넘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살까 말까 고민했다가 마침내 마음을 접은 물건에 40% 세일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으면... 그걸 보고 그냥 넘어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엄청 많이 사지는 않는다. 헤드폰, 가전제품, 옷을 사곤 했는데, 지금의 물욕 상태로는 잘 넘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올해는 뭔가 다르다, 그런 느낌이다.
2. 인스타그램에서 방구석 작가님이 올린 게시물을 봤다. 오늘의집 유료 광고였다. '오늘의집도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는구나. 한 번 구경이나 해볼까?' 맘속 장바구니에 있던 오디오테크니카 턴테이블을 검색해보고, 일리 커피 머신을 검색해보고, 마샬 헤드폰을 검색했다(마샬 헤드폰이 고장 난 지 8개월 정도 됐다). 일리 커피 머신과 마샬 헤드폰은 확실히 할인율이 크긴 하다. 턴테이블은 다른 플랫폼과 큰 차이가 없다. 헤드폰이 없는 게 아니니까 굳이 마샬을 살 필요는 없겠고, 산다면 일리 정도? 근데 정말 필요할까? (역시 2022년 F/W의 나는 쇼핑에 대한 욕구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3. 참고로 오늘의집, 배달의민족처럼 브랜드명에 조사 '의'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붙여 쓴다고 보면 된다. 예술의전당 역시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예술의전당'이다.
4. 요즘엔 달리기를 하고 있다. 김성우 코치가 진행하는 마인드풀러닝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라 덕분에 알게 되었고, 시작한 지 13일째다. 평소 같으면 비가 올 때 '비가 오는구나, 양념치킨이나 먹을까' 했는데, 어제는 '아, 달리기 못하겠네, 아쉽다'라는 생각을 했다. 달리기 이즈 마이 라이프라서 달리기 없는 못살 정도로 흠뻑 빠진 게 아니지만, 달리기가 좋긴 하다. 달릴 때 몸이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좋고, 심장이 뛰는 기분도 좋다. 달릴 때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싫어서 저녁엔 잘 먹지도 않는다(거짓말이다, 사실 어제 저녁으로 밥을 두 공기 먹었다). 아무튼 김성우 코치가 해준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정확한 워딩은 아니어도 대충 맞다.
"괴롭게 달리지 마세요. 즐겁게 달리세요. 그래야 오래 달릴 수 있어요."
"정답 같은 자세는 없어요.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편한 자세로 달리면 돼요. 본인에게 맞는 호흡, 자세는 하면서 찾아가는 거예요."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달리기에 대한 강의를 듣다 보면 현생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뭘 하든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하는 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 같다. 좋아하는 걸 오래 하기 위해서라도 덜 괴로워야 하는 거다. 김성우 코치의 인스타그램은
@sung.woo.kimm
5. 11월 11일은 길쭉한 형태의 음식을 먹기에 좋은 날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가래떡. 보라에게 받은 가래떡을 후라이팬에 구워 먹었다. 가래떡의 '가래'는 떡이나 엿 따위를 둥글고 길게 늘여 만든 토막이라는 뜻이다. 후라이팬에 가래떡을 구워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불로 천천히 구우면 된다. 어느 정도 노릇노릇해졌다 싶을 때 그릇으로 옮겨서 참기름을 발라주면 끝. 그다음에는 간장이나 조청이나 원하는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6. 가래떡을 직접 구매한 경험은 딱 한 번이다. 남가좌동에 살 때 가타쯔무리라는 우동집을 가는 길이었다. 길목에 풍년떡집(아마도)이라는 떡집이 있었는데, 내가 지나갈 때 마침 가래떡을 뽑고 있었다. 겨울이었고 김이 모락모락 났다. 그 광경을 보면 테이크 마이 머니를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다. 홀린 듯이 가래떡을 사서 집에 가지고 왔는데, 아차 싶었다. 집에 조청도 없고, 간장도 없고 무언가를 찍어먹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갓 나온 떡이라 그런지 무언가를 찍어먹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다. 미니멀리즘을 떡으로 표현하면 가래떡일 것이다. 형태도 맛도 무언가가 비어있는 느낌이지만 가만히 먹다보면 단 맛이 올라온다. 고소하고 은은하게 달다. (그래도 생각난 김에 조청은 사놓아야겠다)
7. 집에 계란이 떨어져서 B마트에서 20구 계란 한 판을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치를 더 담으면 무료 배달이라고 하니까 계란 20구를 두 개 더 담았다(한 끼에 계란 3개씩 먹음). 마침내 결제를 하기 직전 쿠폰을 쓰려고 했는데, 쿠폰을 쓰기 위해서는 만 원치를 더 담아야 했다. 그래서 물티슈와 라라스윗 생크림 모나카까지 추가 구매했다(라라스윗 생크림 모나카는 언젠가 먹어 보고 싶긴 했다). 그렇게 최종 결제를 했는데, 네이버페이 비밀번호를 누르자마자 내가 실수했다는 걸 알았다. 아 쿠폰 안 먹였네.. 주문 현황이나 상세 주문을 봐도 취소 버튼이 없었다. 어떻게 1초 전에 주문했는데, 취소 버튼이 없을 수 있지. 결국 고객센터에 전화에서 취소 요청을 했다. "아 넵, 취소 가능한 상태인지 문의해보고 알려드릴게요. 잠시만요." 그렇게 겨우 취소를 했다. 계란 한 판 사려다 계란 세 판, 물티슈 다섯 개, 라라스윗 네 개를 샀다.
p.s. 오늘은 날이 쌀쌀하다. 이런 날에 생각나는 음식은 돼지고기김치찌개, 혹은 우육면이다. 을지로3가역에 가까운 룽키에는 맛있는 우육면을 판다. 메뉴는 홍콩우육면, 충칭우육면. 하나씩 사 모았다는 빈티지 소품과 중경삼림 세트장 같은 분위기가 홍콩 여행을 간 듯한 느낌을 준다. 돼지고기김치찌개는 가등촌역에서 가까운 '저-집'을 추천한다. 김치찌개 하나 먹자고 등촌역까지 굳이 갈 필요는 없지만 언젠가 강서구 근처에 간다면 방문해보면 좋겠다. 바디감 있는 국물과 푸짐한 돼지고기에서 감동이 밀려온다(글쓰다가 침이 고인다). 가게 소개글에서부터 자신감이 느껴진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곳에서 - 누구나 끓일 수 있지만,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맛을 느끼실 겁니다. 저는 하나만 제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