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여자가 남자 미워하면 안 되지 않나"
 Season 6  vol 21. 💡2025.09.26. ~ 2025.10.02.

'임신중지약' 자문까지 받아놓고 뭐하세요 
황의조 불법촬영 재판 2년이 남긴 것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어느덧 9월 마지막 레터를 띄우는 날이 왔네요. 

이번 주에도 신선하고 다정한 소식을 길어왔습니다. 말미에 10월 플랫 레터 발행 일정도 확인해 주세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가장 가까워야 할 청년세대끼리 남녀가 편을 지어 다투는…(일이 벌어지고 있다)”이라며 “괜히 여자가 남자 미워하면 안 되지 않나.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취업하기까지는 여성이 좀 유리하고 남성이 차별받는 것 같다. (남성은) 군대도 가야 하는데 가산점도 안 주고”라고 했어요.

이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일단 사실관계 파악부터가 잘못돼 있습니다. 🧵김민아 칼럼니스트가 조목조목 잘못된 지점을 짚었어요. ‘농담’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왜 부적절한 발언인지를 설명했습니다.

“첫째, 청년여성은 남성을 미워하고 있지 않다. 또래 남성과의 관계에서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낄 뿐이다. 

둘째,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라는 성차별적 통념을 연상시킨다. 여적여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여성 내부의 개별적 갈등으로 치환하려는 개념이다.

셋째, 성평등에 대한 여성의 요구는 ‘감정’ 차원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사회적 규범의 변화와 법·제도의 개선을 바라는, 시민으로서의 민주주의적 요구다.”

(기업들이 입사 점수까지 조작하면서) 고용 단계에서부터 발생하는 성차별과 그 이후 일자리의 질, 성별임금격차 같은 건 대통령의 인식을 명백히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무수히 존재하지요. 수없이 되풀이한 내용을 또 반복하려다 보니 많은 여성들의 힘이 빠지는 것 같습니다. 

입주자님은 저 발언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도 후속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동안 ‘임신중지약 국내 판매허가를 낼 수 없다’고 설명해왔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는 ‘현행법상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을 여러 건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어요. 

국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최근 식약처로부터 받은 ‘지난 5년간 임신중지 관련 법률 자문 내역’을 보면, 식약처는 2021년 7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총 4곳의 로펌으로부터 6건의 외부 법률 자문을 받았습니다. 이중 4건이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 없이도 임신중지약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어요.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주로 ‘약사의 자의적 판매’를 우려한 것이어서, 임신중지약을 ‘전문의약품’(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함)으로 지정하면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현대약품은 2021년부터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인 ‘미프지미소정(미프진)’의 품목허가를 세 차례 신청했는데, 식약처는 관련 법안이 정비되지 않았다며 심사를 미루고, 자료보완을 여러 차례 요구해왔습니다. 

이렇게 법률 자문까지 수차례 받아 놓고도 이 사실을 숨기고 임신중지약 도입을 미룬 것,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여성의 건강권이 7년째 미뤄지고 있습니다.


축구선수 황의조(33·알란야스포르)의 불법촬영 혐의에 관한 재판이 최근 황의조와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2심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어요. 

2년 동안 이어진 이 사건은 🧵‘기습 공탁’과 피해자의 신상 노출을 비롯한 2차 피해 등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벌어지는 폐단을 전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1·2심 판결문과 황의조의 변론요지서, 언론에 보도된 피해자의 목소리를 종합해 [컨트롤+F]로 요점을 정리해 봤어요. 

아울러 대한축구협회(KFA)에도 황의조에 관한 판단을 물었는데요. 축구협회는 처음에는 ‘황의조가 현재 해외에서 뛰고 있어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으나, 플랫의 문의에 “관련 규정 검토 결과 준 영구제명 상태”라고 알려왔습니다. 제명은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자에게도 가능하고, 제명된 자는 향후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로도 활동할 수 없어요. 축구협회는 황의조를 ‘준’ 영구제명이라고 설명했는데, 아마 최종 형량을 선고받고 ‘20년 동안’은 축구 관련 일을 할 수 없게 돼있어 영구제명은 아니되 일정 기간 그에 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 것 같습니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법적 판단이 끝난 뒤에도 공동체가 윤리적 처벌을 가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에 관한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요. 


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은 이아름 기자가 책과 영화로 찾아왔습니다🥰


🍀🍀🍀🍀🍀


📕니는 딸이니까 니한테만 말하지


딸이라면, 책의 제목만 보고도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소영, 홍아란, 박하람 세 명의 1990년대생 딸은 각각 자신의 엄마인 최숙희, 우정아, 박경화의 삶을 기록합니다.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딸은 있는 그대로 받아서 적었습니다. 단, 딸의 시선으로 엄마를 다시 바라봅니다.


"엄마가 희생하거나, 그 희생을 도울 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는 말은, 무엇보다 억울하고 슬펐다 -김소영- "


"엄마는 수시로 혼자있는 나에게 와줬다.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해 빈털터리인 와중에도, 돈을 벌어 유학 간 언니에게, 나에게 돈을 보내주었다. -박하람-"


낯설지 않은 보편의 이야기입니다. 세 엄마는 모두 생계부양자였고. 남편들은 하나같이 무심합니다.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은 그렇습니다. 원망하다가도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쉽게 해결되지 않은 삶의 문제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엄마’ 이야기를 듣는 것 같고, ‘내’가 대답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럼에도 곰곰이 들여다보면 엄마의 이야기를 이렇게 정면에서 마주한 딸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엄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엄마는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겠네'라고 긍정하고, '엄마는 어떨 때 행복해?'라고 물어본 딸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책은 엄마와 딸의 관계, 돌봄노동,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에필로그에서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딸들은 왜 엄마의 삶을 알고 싶어 하고, 아들들은 왜 모르고 싶어할까 (…) 대부분의 아들들이 자신이 어머니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도 모르고, 이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내 눈에는 적극적으로 달아나는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모르는게 속 편하다는 것을. 무지는 특권이다."


편집이 막힐 때마다 이 책을 엮은 김은화 편집자는 <아주 친밀한 폭력>의 이 구절을 가장 많이 읽었다고 밝힙니다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고통이 언어화될 때만이 우리는 위로 받을 수 있다. 내 고통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인식만이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여전히, 쓰여야 할 이야기입니다.



📷왼손잡이 소녀


제 주변 왼손잡이는 모두 양손을 쓰곤 하는데요 입주자님은 어떠신가요? 아마도 대부분의 양손잡이는 왼손잡이였다가 교정된 경험을 가진 분들일 것 같아요.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분 초청작 <왼손잡이 소녀>는 시골에서 몇 년을 살다가 타이베이로 돌아와 야시장에서 조그만 국수 가게를 운영하게 된 싱글맘 쉬펀과, 스무 살 딸 이안, 여섯살 딸 이칭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의 수입을 벌지 못하는 세 모녀의 살은 위태롭습니다. 심리적으로도요. 이야기는 막내 이칭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외할아버지에게 “왼손은 악마의 손이야!” 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임에도 왼손에 대한 인식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 왼손은 단지 ‘교정이 필요한 손’ 정도로 여겨지지만, 대만에서는 불운을 부르고 악행을 저지르게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해요. <왼손잡이 소녀>의 공동제작자인 쩌우스칭 감독의 외할아버지 또한 이런 미신을 깊게 믿었다고 합니다. "왼손으로 하는 일은 '악마의 일'이니 왼손을 쓰지 말라"는 말을 듣고 이칭은 왼손을 쓸 때마다 정말로 나쁜 일을 저지르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왼손잡이 소녀>는 션 베이커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쩌우츠칭 감독의 공동 연출작입니다. 쩌우츠칭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전통과 체면 때문에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션베이커 감독은 "여성이 남성만큼 존중받지는 못하는 대만의 가부장제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플랫온리]가 10월 한 달은 쉬어가는 만큼, 이번 주 입주자 게시판은 [여자, 언니, 선배들] 5화 김세협 용접사편의 후기로 꾸렸습니다☕

👤 '불꽃'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네요. 무조건 버티고 견뎌라, 그리고 자기가 한 것을 보고 열받아 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가고 성장한다... 등등이 와닿아요. 인터뷰 관련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서 이런 귀한분은 어떻게 섭외하고 진행하셨는지도 궁금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좋은 콘텐츠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많으셨어요!

👤 제조업에서 일했던 기억이 있어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남자들은 그만둬도 잘 기억을 못 하는데 여자는 딱 기억해요"라는 지적은 남성이라면 절대 보거나 느끼지 못했을 면일 거예요. 괜히 뜨끔할 정도였습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불을 실 삼아 바느질하는 것처럼 용접하는 거예요"라는 표현은 용접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없으면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이건 거의 싯구절 아닌가요? 그리고, "학원에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졸업하려고 했어요. 내가 그만두면 다른 여자들을 또 안 받아줄 거니까요"라는 대목에선 여성으로서의 '연대감'은 무슨 필수 유전자 같은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생생하고 독자까지 흐믓하게 만드는 좋은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 인터뷰 읽다가 우는 여성 여기 있어요~ 용접사로서의 긍지와 선배로서의 책임감 모두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플랫 덕분에 좋은 인생 선배를 알게 되었습니다~

👤 김세협 용접사님 인터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숙련을 자랑하는 것은 왜 이렇게 뭉클하죠. 고단한데 아름다운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왜 우리는 다른 여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켠에 무겁게 지니고 일해야 하나 싶습니다. 그냥 일만 해도 빡세고 곧 잘 너덜너덜해지는데, 그냥 좀 가볍게 훌훌 할 수는 없을까요. 스스로에게 하는 소리에요^^ 아무튼 플랫팀 여러분, 좋은 기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 From.Flat 

📣 플랫팀은 오늘(9월25일) 저녁 입주자님과 달리러 갑니다👍👍 다음 주에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10월에도 플랫과 만나요 
플랫이 다뤄줬으면 하는 콘텐츠나 주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뉴스레터 의견 남기기'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플랫을 지속해나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
플랫레터를 유익하게 읽으셨다면 다른 분들께도 공유해주세요!
경향신문 플랫팀
flatletter3838@gmail.com
서울 중구 정동길 3 경향신문 본사 6층 편집국 02-3701-1311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