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은 이아름 기자가 책과 영화로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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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딸이니까 니한테만 말하지
딸이라면, 책의 제목만 보고도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소영, 홍아란, 박하람 세 명의 1990년대생 딸은 각각 자신의 엄마인 최숙희, 우정아, 박경화의 삶을 기록합니다.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딸은 있는 그대로 받아서 적었습니다. 단, 딸의 시선으로 엄마를 다시 바라봅니다.
"엄마가 희생하거나, 그 희생을 도울 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는 말은, 무엇보다 억울하고 슬펐다 -김소영- "
"엄마는 수시로 혼자있는 나에게 와줬다.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해 빈털터리인 와중에도, 돈을 벌어 유학 간 언니에게, 나에게 돈을 보내주었다. -박하람-"
낯설지 않은 보편의 이야기입니다. 세 엄마는 모두 생계부양자였고. 남편들은 하나같이 무심합니다.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은 그렇습니다. 원망하다가도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쉽게 해결되지 않은 삶의 문제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엄마’ 이야기를 듣는 것 같고, ‘내’가 대답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럼에도 곰곰이 들여다보면 엄마의 이야기를 이렇게 정면에서 마주한 딸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엄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엄마는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겠네'라고 긍정하고, '엄마는 어떨 때 행복해?'라고 물어본 딸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책은 엄마와 딸의 관계, 돌봄노동,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에필로그에서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딸들은 왜 엄마의 삶을 알고 싶어 하고, 아들들은 왜 모르고 싶어할까 (…) 대부분의 아들들이 자신이 어머니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도 모르고, 이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내 눈에는 적극적으로 달아나는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모르는게 속 편하다는 것을. 무지는 특권이다."
편집이 막힐 때마다 이 책을 엮은 김은화 편집자는 <아주 친밀한 폭력>의 이 구절을 가장 많이 읽었다고 밝힙니다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고통이 언어화될 때만이 우리는 위로 받을 수 있다. 내 고통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인식만이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여전히, 쓰여야 할 이야기입니다.
📷왼손잡이 소녀
제 주변 왼손잡이는 모두 양손을 쓰곤 하는데요 입주자님은 어떠신가요? 아마도 대부분의 양손잡이는 왼손잡이였다가 교정된 경험을 가진 분들일 것 같아요.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분 초청작 <왼손잡이 소녀>는 시골에서 몇 년을 살다가 타이베이로 돌아와 야시장에서 조그만 국수 가게를 운영하게 된 싱글맘 쉬펀과, 스무 살 딸 이안, 여섯살 딸 이칭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의 수입을 벌지 못하는 세 모녀의 살은 위태롭습니다. 심리적으로도요. 이야기는 막내 이칭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외할아버지에게 “왼손은 악마의 손이야!” 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임에도 왼손에 대한 인식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 왼손은 단지 ‘교정이 필요한 손’ 정도로 여겨지지만, 대만에서는 불운을 부르고 악행을 저지르게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해요. <왼손잡이 소녀>의 공동제작자인 쩌우스칭 감독의 외할아버지 또한 이런 미신을 깊게 믿었다고 합니다. "왼손으로 하는 일은 '악마의 일'이니 왼손을 쓰지 말라"는 말을 듣고 이칭은 왼손을 쓸 때마다 정말로 나쁜 일을 저지르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왼손잡이 소녀>는 션 베이커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쩌우츠칭 감독의 공동 연출작입니다. 쩌우츠칭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전통과 체면 때문에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션베이커 감독은 "여성이 남성만큼 존중받지는 못하는 대만의 가부장제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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