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온통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바로 <더 글로리> 이야기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긴 준비 끝에 복수에 성공하는 내용. 무척이나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다.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이야기에 헛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은 있을지언정 이 시리즈가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과연 이 복수는 정말 통쾌한걸까?

복수의 끝은 완벽해보인다. 가해자들은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피해자들 모두가 좋은 삶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트라우마는 아마도 오랜 시간 그들을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약간은, 약간은 홀가분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문제는 현실에서는 이런 복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고 피해자들은 몸을 숨긴다. 여기저기서 피해자의 고발로 가해자들이 숨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복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권선징악이라는 것을 하려면 피해자는 자신의 아픔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꺼내어 놓아야한다. 그것자체가 큰 고통이다. 이야기 속 문동은(송혜교)는 몸의 상처를 다르 사람에게 드러낸다. 그렇게 남에게 드러내야만 그 피해가 현실 속에서 인정된다. 두꺼운 옷을 입고 가리고 있다면 그건,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다. 

동은의 복수는 통쾌하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우연과 운이 따르는 복수지만 그 칼날은 결국 가해자를 완전히 절단시키고 만다. 어쩌면 작가는 그걸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아주 단순하게 가해자가 벌을 받는 모습.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걸 쉽게 볼 수 없는 현실이 그걸 더 통쾌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아마 <더 글로리>를 다시 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그 일련의 과정들을 다시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현실과 조금 먼 판타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극에서 느끼는 통쾌함은 휘발성이 강하다. 그래서 동은이의 복수극을 다시 본다면 그 통쾌함은 많이 줄어들것 같다. 

그게 이 시리즈를 다 본 뒷맛이다. 공개되자마자 주말 내내 시간을 내서 복수가 완성되는 것을 봤지만, 나름 통쾌함을 느꼈지만, 여전히 찝찝한 느낌이 있는 건, 그 복수가 이야기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뒤따르기 때문인 것 같다. 

또다른 동은이의 이야기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사회가 좀 더 나아져야하려나. 

형님, 이제 그만하세요. 이러다 망해요. 

아니, 나 이것만 하고 그만할게. 1억만 좀 빌려줘.

<카지노>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한 중견 사업가가 도박에 완전히 빠지는 과정이다. 위의 대화는 차무식과 사업가가 자주 하는 대화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지만 점점 사업가는 노름꾼으로 바뀌어간다. 처음 등장할 때 무척이나 이성적이고 좋은 사람같았던 사업가는 뒤로가면 갈수록 눈에 초첨이 없어지고 성격이 급해진다. 간간히 비추는 그의 모습은 정말 거지꼴로 바뀌어간다.

가지고 있던 300억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여기에 빚까지 있으니 그는 완전히 거지가 된 것이다. 얼핏 그 사람이 그렇게 빠지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계속 잃으면서 왜 계속 도박을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근데 시리즈가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 장면이 있다. 바로 사업가가 도박을 할 때 잃기만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더 많은 돈을 땄다가도 돈을 더 벌기 위해 다시 도박에 돈을 걸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가 이런 문구를 봤다. 

돈을 따면, "이것만 더 따고 그만해야지"

돈을 잃으면, "본전만 찾고 그만해야지"

 결국 끝없이 계속 하게 되는 것이다. 순식간에 몇 억이 내 손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보면 돈을 잃더라도 몇 번 더 하다보면 더 많은 돈을 다시 딸 수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렇게 사업가의 눈빛이 흐려져가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자꾸만 보게 된다. 이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차무식이 한 건 말리는 것 뿐이었다. 실제로 여러차례 그만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다. 그럼에도 사업가는 계속 도박을 했고, 한국에 갔다가고 금방 카지노에 와서 다시 도박을 했다. 결국에 자신의 사업도 말아먹고 인생까지 말아먹는 지옥으로 들어가버렸다. 

그가 도박에 빠져드는 상황이 무척 사실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긴 어렵다. 결국 자신의 인생 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인생을 망가뜨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그 위치라도, 솔직히 멈출 수 있다고 하긴 어렵다. 나도 무언가에 몰두할 때가 있고 완전히 빠져들때는 그것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가가 노름꾼이 된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차무식에 대한 분노 보다는 사업가를 향한 비난이 먼저 나오게 되었다. 

이러면서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나? 차무식은 아무 잘못이 없을까. 분명히 차무식은 사업가를 타겟으로 그가 완전히 빠질 수 있게 꼬시고 있었다. 그 의도는 차무식과 그걸 보는 시청자만 알 뿐이다. 사업가가 도박에 빠지는 이면에 차무식의 의도가 있었고 그건 비난받아 마땅하다. 결국 차무식의 꼬임은 한 사람과 그 가족을 모두 위기에 빠트렸다. 이 사정을 모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업가를 비난할 뿐, 카지노 업주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차무식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도박을 주최하는 업주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누군가는 그 계략에 빠져 완전히 도박에 인생을 던질 것이고 결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 속 사업가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참 씁쓸해졌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이상한 길로 빠질 수 있으니. 한 번 빠지면 다시 나오는데에는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액션영화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어느 편을 선택할것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면서 응원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더욱 스릴있고 긴장감이 넘친다. 주인공이 그 상황을 해결하게 되면 그것에서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이 어느 편에 설지 종잡을 수 없는 영화가 있다. <스네이크 아이즈: 지.아이.조>가 바로 그 영화다. 주인공은 스네이크 아이즈다. 어린 시절 어떤 조직에 의해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꼬마였던 스네이크 아이즈는 도망친 이후 복수를 꿈꾼다. 여러 조직을 전전하면서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찾는 그는 여러 의뢰를 처리하면서 점점 아버지를 죽인 사람에게 가까워진다. 

이미 스네이크 아이즈가 지.아이.조 의 일원이 될거라는 건 알고 있다. 제목에도 써있으니까 너무도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는 친구로 만난 사람을 배신하고 어떤 물건을 훔쳐 다른 조직에 그것을 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유명한 범죄집단 소속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조직은 자신의 친구가 대항해 싸우던 조직이다. 

여기서부터 주인공은 다시 편을 바꿔 다시 친구에게로 돌아간다. 스네이크 아이즈 뿐만 아니다. 범죄 조직에 속한 어떤 조직원도 잠시 편을 바꿔 범죄조직에 대항해 싸운다. 도대체 뭐가 뭔지 쉽게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쉴새없이 액션이 이어진다. 

결국 영화가 끝날때까지 주인공인 스네이크 아이즈가 누구의 편인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에는 친구가 자신이 지키던 조직을 배신하고 떠나면서 끝난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스네이크 아이즈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주인공의 생각이 갈대처럼 흔들리는데 영화의 중심이 잡힐리가 없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무 감정도 남지 않는다. 주인공에게서도 복수 빼곤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어렵다. 계속 흔들리며 왔다갔다 하는 주인공을 도통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씁쓸하게 느껴지는 주인공의 뒷모습이었다.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전 세계가 사랑한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그 위대한 꿈의 시작! 

난생 처음 극장에서 스크린을 마주한 순간부터 영화와 사랑에 빠진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 
아빠 ‘버트’(폴 다노)의 8mm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 열중하던 새미는 
우연히 필름에 포착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진실을 비추는 필름의 힘을 실감한 새미에게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의 응원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는데…

영원히 간직하고픈 기억,
영화의 모든 순간과 사랑에 빠진다!

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지난 주와 이번 주는 <더 글로리> 파트2가 화제였죠.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꽤 통쾌하긴 했지만 다 보고 나니 금방 휘발해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이제 마지막회를 남겨놓은 시리즈 <카지노>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죠.

이 안에 나오는 사업가가 도박에 빠지는 장면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두 시리즈 모두 꽤나 씁쓸해지는 내용이죠. 

영화 <스네이크 아이즈>는 주인공에게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지는 영화에요. 

도통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죠. 주인공 뿐 아니라 주변 인물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결말에도 꽤나 씁쓸해졌어요. 

이번 주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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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메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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